함께 있을 수 있다면 2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6년 12월
구판절판


서양식 순대는 창자 속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나뉜다. 창자 속에 다진 고기를 넣은 것은 소시지, 다진 내장을 넣은 것은 내장 순대(프랑스 말로는 앙두이유), 선지와 비계를 넣은 것은 선지 순대(프랑스말로는 부댕) 또는 검은 순대(부댕 누아르), 닭고기 따위의 흰 고기를 넣은 것은 흰순대(부댕 블랑)이다. 파테는 잘게 썬 고기에 양념을 한 다음 질그릇에 담아 익힌 것이고, 리예트는 돼지고기나 거위고기 따위를 잘게 다져 비계를 넣고 볶은 것이다.-77쪽

'크로크므시외' 토스트에 햄을 올리고 거기에 치즈를 얹어 녹인 샌드위치. '깨물다'라는 뜻의 동사 '크로케'와 '남자'를 가르키는 '므시외'를 합쳐서 만든 말. 이 크로크므시외에 계란 프라이를 엊은 것은 '크로크담(숙녀 깨물기)'이라고 부른다.-151쪽

아니,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가 읽은 건 그게 아니에요. 내가 읽은 건, 사람들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사람들이 나한테서 기대하는 존재가 되지 못하면 고통을 받는다는 거예요. 지독하게 고통을 겪다가 결국은 죽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안 되죠. 난 그렇게 죽지 않을 거예요. 고흐에 대한 우정과 형제애를 생각해서라도 나는 죽지 않을 거예요... 그러고 싶지 않아요.-183쪽

내장의 짐을 덜고 가려는 그대,
어둑하고 아늑한 해우소에 왔으니,
노래도 하고 파이프도 빠시게.
벽을 짚고 용쓰려 하지 말고.-225쪽

나는 여섯 살 무렵부터 사물의 형상을 그림에 담아 왔다.

50세 무렵부터는 아주 많은 그림과 책을 출간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70세까지 그린 것들 중에는 변변한 것이 없다.

73세가 되어서야 겨우 새나 짐승, 벌레나 물고기의 참다운 형상이 라든가 초목의 살아 있는 자태를 이해하고 되었다.

따라서 80세가 되면 나는 훨씬 나아질 것이고, 90세가 되면 한층 더 깊은 곳까지 뀌뚫어볼 수 있을 것이며, 100세가 되면 내가 생각하는 대로 그리게 될 것이고, 110세가 되면 무엇을 그리든 생생하게 살아 있는 모습으로 그릴 수 있게 되리라.

부디 오래오래 살면서 내가 하는 이 말이 헛소리가 아님을 확인해 주시기 바란다.

75세에 화광노인 호쿠사이 쓰다.-308쪽

오늘날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아랫사람들과 평민들의 정당한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배려한다. 이것은 우리 시대의 자랑이다.-3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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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 삶을 비추는 거울 - 연애
    from 세상에 분투없이 열리는 길은 없다 2009-04-21 13:05 
    연애를 하다보면 깜짝 깜짝 놀란다. 아 나란 인간이 이런 사람이었구나 이런 상처가 있었구나. 나의 인간관계의 약점들이 가장 적나라 하게 드러나는게 연애가 아닌가 싶다.   여기 두 남녀가 있다. 오죽하면 '남들 안볼때 내다버리고 싶은게 가족'이라고 말하겠냐만, 이 소설의 두주인공인 77년생 스물일곱 화가였던 청소부 여자와 70년생 요리사인 남자의 가족사도 만만치 않다. 이혼, 우울증, 자살, 방임, 조손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