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꽃 - Grandmother's Flow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어찌 저 모진 세월을 버티어 내었을까.  

권정생 선생의 책 중에 한티재하늘이라는 작품이 있다. 어찌 한사람의 생애에 저런 고난이 모두 다 있을까 싶어 읽기가 어려웠는데, 참 이 땅에서 근현대를 살아낸 어머니들에게 버젓한 현실이었던 모양이다.  

동족상잔. 전쟁. 우리또래에게 이게 무슨 큰 의미가 있었겠는가. 이 작품을 보면서 그 단어의 의미가 조금이남아 이해가 되더라. 한마을 친구지간에 빨갱이라고 찔러죽이고, 친동기간에도 밀고하지 않았다고 잡아넣었던 역사.  

한평생 동지들을 두고 자수해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술주정뱅이로 살았던 아버지. 그 아버지 병수발에 자식들 키우며 무너지는 집안을 조금이라도 건사해보려고 했던 어머니. 한 동네 친구를 빨갱이로 찔러죽이고 젊은 나이에 자살한 사람. 내 가족을 죽인 가해자 가족과도 얼굴 한번 붉히지 못하고 숨죽이며 살아야 했던 그 한평생의 한이 어찌 말로 다하겠는가. 

빨갱이로 잡혀간 형을 면회갔다 당한 고문에 머리가 돈 동생. 빨갱이로 총살당한 형 덕에 일본땅에서 한평생을 보내야 했던 또다른 동생.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은 고스란히 미치거나, 냉대하거나, 부재한 아버지로 인한 상처들을 안고 살아간다.

아직도 버젓히 살아있는 망령, 국가보안법. 

100만명이 넘는 민간인 학살이 한국전쟁 당시에 있었다고 한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좌고 우고 모르는 땅이나 파먹던 민중이였다. 혼란의 시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좌우익이 한집안에서도 나오고 한동네에서도 나오고 했다. 사상이 죄가 아니라 전쟁이 죄이고 학살이 죄이다. 전쟁이 끝나고도 이유불문 좌익사상을 가졌다고 죽임을 당하고, 타향만리 외국을 떠돌며 가족과 생이별해야 했으며, 지금까지 자식들은 혼사와 취직에 불이익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흘러간 시대와 화해를 이야기 하고 있다. 칼날을 들이밀며 하는 화해는 화해가 아니다. 아직도 부부간에도 빨갱이 임을 알고 신고하지 않으면 죄가 되는 법, 말한마디 삐끗 잘못해 빨갱이로 몰아가면 한인생 작살내기가 우수운 법을 우리는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을 때려잡으려고 만들었다는 국가보안법. 이 칼날 앞에 그 자신 누구보다 시대의 피해자였던 많은 가족들이 아직도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이제 그만 잔인했던 한 시대를 흘려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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