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향한 순례자, 톨스토이 - 박경미 中 

P78~79 

그는 자신이 인생의 가장 단순한 문제, 즉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이냐 하는 문제조차 어떻게 답해야 좋을지 모르는 인간이면서 오로지 많은 돈과 칭찬을 얻고 싶어서 책을 쓰고 신문잡지에 기고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무익한 일을 하면서도 자신이 매우 중요한 인간이라는 자긍심을 갖기 위해 그러한 활동을 정당화 했던 논리가 '진보'에 대한 관념이었다고 한다.(<톨스토이 참회록>,26~29쪽) 그것은 "존재하는 모든 것은 옳다"는 이론이었고, 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진보한다"는 논리였다. 

톨스토이의 이 지적은 정곡을 찌른다. 어느 시대에나 개인이 인정할 수 없는 특정한 삶의 방식을 '시스템'이 개인에게 강요할 때 스스템의 대변자들이 내세우는 논리가 '진보의 논리'다. 역사적으로도 '진보'와 '발전'의 이념은 전쟁을 비롯한 온갖 폭력과 억압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어왔다. 이 논리에 의하면 만물은 진보하고 나도 진보한다. 그러나 왜 내가 만물과 더불어 진보하는지 사실을 모른다. 회심 이전에 톨스토이는 이렇게 생각햇다. 진보는 문화에 의해 이루어지고, 문화의 정도는 책과 신문, 잡지의 보급으로 측정된다. 톨스토이는 책을 쓰고 신문잡지에 집필하는 일로 보스를 받으며 존경도 받는다. 따라서 톨스토이는 유익하고 우량한 인간이다. 사실 톨스토이만이 아니라 그만 못한 대부분의 지식인들도 자기자신에 대해 은연 중에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을 써야 할지,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은근슬쩍 감추고 남을 가르치려는 욕망을 앞세우는 것은 지식인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습성이고, 그런 속임수를 정당화하는 것이 '진보의 미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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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과학에 대한 믿음따위 원래도 별로 없었는데 점점 더 줄어만 간다. 

나 또한 그저 자위에 불과한 얼마나 많은 글들을 토해내고 있는지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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