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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아끼는 책은 뿌리깊은나무에서 나온 민중자서전이다. 전질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겨우 몇권을 소장하고 있는데, 재판되지 않을듯해 더욱 소중해 때로 쓰다듬으며 흐뭇하게 바라본다. 민중자서전은 사공, 독쟁이, 장돌뱅이, 사당패 등등 이제는 사라져가는 일을 가진 이들이 사라져가는 사투리로 구술한 대로 적고 표준어로 해석해 놓았는데, 제목만 쭉 읽어보아도 마음이 짠해진다. 내가 스무권 이고 다니면서라도 팔테니 다시 재판하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스무권인 민중자서전의 7권은 옹기장이 박나섭씨가 일흔네살에 질펀한 전라도 사투리로 자신의 삶과 옹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요즘은 다들 표준어 교육을 받고 외래어도 엄청 사용하는지라 이렇게 제대로 순수한 사투리를 듣기 어려우니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무척 크다. 거기다 전통방식으로 옹기를 어찌 만드는지 자세히 일러주고, 일제때 징용 끌려간 얘기를 비롯해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어찌 겪어내셨는지도 때론 짠하게 때론 재미나게 구술되어 있다.
어쨌거나 내가 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개기를 말하려다, 민중자서전 얘기를 길게 썼는데, 이 책을 읽고 장독에 대한 무한 애정이 생겨버렸다. 혼자 사는 주제에 이런저런 옹기들이 집에 가면 많기도 하다. 오죽하면 나의 꿈이 북한산 밑에 작은 집을 짓고 장독대를 가져보는 것이 겠는가.
요즘이야 독도 모두 똑같이 생긴듯 하지만 예전 것들을 보면 지역에 따라 모양새가 다르다. 경기도 쪽은 날렵하니 생겼고, 전라도쪽은 동글동글 배불뚝이고, 경상도는 아래로 조금 쳐진 모양새로 입이 조금 좁다.
여행을 다녀오느라 싹 비웠던 집 냉장고에 된장에 양파 청량고추 잔뜩 다져 넣은 맛된장을 조그마한 냉장고에 넣기 좋게 만든 옹기에다 넣어 두었다. 그러다 보니 장독대 생각이 간절해진다. 모든게 표준화되는 세상이다 보니 옹기도 틀에 찍어놓은 것처럼 풍모가 없다. 지역별로 잘 생긴 옹기를 쭉 내 마당 장독대에 세워두고 쓰다듬으면 못만드는 음식이 없을 듯 한데 말이다. 내가 장을 못담그는 건 다 독 넣을 공간이 없기 때문이며, 다정히 밥숟갈을 같이 찌개에 넣어줄 식구가 없는 탓이다.
표준화된 세상에 사는건 이래저래 참 재미가 없다. 목숨줄이 왔다갔다 하는데 재미 운운해서 좀 그렇지만, 수지에 안맞아 사라진 내가 좋아하던 홍옥처럼 한우도 우리쌀도 우리 농군도 사라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 정부야 쌀 지키느라 그래 고생했다고 생생 내드만, 국제 쌀값 마이 올랐더라.. FTA 고마 다시 협상하믄 안되것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