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휘모리는 자신의 독서습관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평소 휘모리는 사회과학 서적과 논쟁을 벌이기를 즐긴다. 책의 모서리등에 마구 저자와 대화를 하는 것인데, 누가 책을 빌려달라고 하면 모퉁이에 적어둔 설익은 이야기들이 챙피해서 못빌려주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 그녀가 요즘 말캉한 이야기들에 빠져들어 있다. 이유인 즉 최근 모진놈과 실연을 하기도 했으며, 그닥 잔인하지도, 아주 무지하지도 않는 평균 인간인지라 작금의 세태를 비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 나에게는 나를 포함한 인간자체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요즘 화장실에서 즐겨읽는 책은 찰스램 수필선이다. 본인의 이상형은 긴세월 슈렉이었다. 약간 큰 머리에 살짝 부푼 몸, 자신의 지식을 유머에 버무려 뱉어내는 대화방식~ 반틈쯤 읽고 나니 슈렉의 현신인 애서가이자 다독가일게 분명한 이남자와 차한잔 하고 싶어지지 뭔가. 이 유머 이 지성미와 통찰력. 특히 자신의 서재를 절대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수필선의 첫장이 인상깊었다. 자신의 책장에 친구가 빌려가 돌려주지 않은 책의 미세한 빈공간(남의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을 사랑했던 옛여인이 남겨둔 손수건 마냥 애처로이 바라보면서, 책눈이 밝은 친구일수록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거듭강조하고 있다. 세상인간을 빌려주는 자와 빌리는 자로 구분한 통찰력도 놀랍다. 아 맑스에게도 이런 유머가 있었다면 자본론이 읽기 한결 수월하지 않았겠는가.. 

다음으론 이지누씨가 성주 토박이 문상의옹을 만난 이야기이다. 책 서두 권하는 글에 공선옥 작가가 '두 남자의 지극한 연애담'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참 출판사 이렇게 훌륭한 리뷰를 책에 실어버리면 나같은 일반 독자는 기질려서 후기를 쓰겠는가?) 한평생 자연에서 살아온 사람에게서 나는 담백한 향취, 그런 사람과의 관계맺음은 선물이다. 이 자신이 가진 선물을 이지누씨가 독자들과 나눈다.

자, 어제 하루 이 두글을 읽고 감성충전이 된 휘모리는 맥주두어잔에 공상망상상상의 세계로 날아들었다. 

평소 직업정치인인 선배들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녀갖기를 주저하는 것을 비판해왔다. 다른 사람들한텐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온다고, 우리가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부터 못믿으면 안되지 않는가 싶어서다. 그럼 넌? 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자녀를 갖지 않는 원인도 아니고, 직업정치인도 아니니 괜찮다 하하하 (하여간 인간이란 자신에게 관대하다 ^^;;)  

자칭 좌파정치가들이 모여 두자녀를 가지겠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거다.(출산을 하든 입양을 하든) 그리고 사회적으로 양육하겠다는 결의를 밝히는 거지. 그럼 이미 자녀가 있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많은 친구들은? 지지와 연대의 성명을 발표하는 거야. 그럼 적들은 얼마나 깜짝 놀라겠는가? 도시 영세민 정도인 좌파 정치가들이 자녀를 사회적으로 훌륭히 양육하겠다는 시도를 벌인다면 말이야.

아 그러나 성명발표만으로도 우린 잡혀갈지도 몰라. 최근에 조사받은 전교조 선생님들에서 들려오는 풍문으로는 모 당 지역위 인사랑 주고 받은 이메일까지 증거자료로 제출된다 하니, 나라고 잘 생각해보면 유명인사에게 백만년 전에 받은 이메일 한두개쯤 없겠는가? 외래세력에 지령에 의해 했다거나, 그래 잘하면 거대 조직사건 하나 정도 만들기 우숩다. 혹은 자녀를 가질 능력도 없는 주제에 그런 발표를 했다고 허위사실유포죄 같은 명목으로 조사를 받게 될지도 몰라.. 조사 실컷하고 아니면 말고 해버리면 되니까.. 또 학원연합회 같은 곳에서 손배소를 당하거나 테러를 당할지도 모르고, 참교육학부모회 같은데서 아이들을 세뇌시키려고 한다거나, 학대라는 둥 성명을 발표하고 조중동은 마구 퍼나르는거지...

MB시대 공상망상상상은 삼십초 만에 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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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2-05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기 재밌네요ㅋ 찰스 램 수필선 기억해 놓겠습니다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02-05 18:45   좋아요 0 | URL
가볍게 읽기 좋은 수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