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황혼녁의 세상을 살아가는 로보트 처자의 이야기. 한때 나는 사람은 손으로 사는 것 같았다. 때론 냄새로, 음표들로 내몸이 이루어진 것 같을 때도 있다. 그래, 사람이란 온갖 감각들의 집합체가 아닐까?

 로보트 처자 알파는 저물어가는 인류의 마지막 모습을 냄새, 촉감, 감정까지 기억해주는 카메라다. 보이는 것이라곤 수면위로 간신히 올라온 가로등 불빛 밖에 없는 물에 잠긴 내가 태어난 곳을 바라보는 느낌은 어떤 것을까? 나만 홀로 나이를 먹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늙어가고 죽어가는 모습은 어떨까?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겠지.

그저 담담한 이 만화책을 보자니 내가 서 있는 이곳을 좀 더 예민하게 음미하고 싶어진다. 내가 사는 오늘은 곧 그리운 과거가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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