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만남
서경식, 김상봉 지음 / 돌베개 / 2007년 12월
평점 :
판매완료


이 잔인한 폭력의 시대, 우리는 무엇에 희망을 걸고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가. 거기에 대한 아주 짧막한 힌트를 이 책은 준다. 이 책은 후기를 아주아주 잘쓰고 싶은 욕심에 오히려 쉽사리 글이 써지지 않는다. 후기를 아주아주 잘써서 이 책이 많이 팔려서, 이런 대담이 지속되기를 바래본다.

내게 518민주항쟁은 머리속에는 있으나 마음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마 지식으로 먼저 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서 518항쟁이 우리 역사속에서 지닌 의의가 내 마음속에 자리를 잡았다. 계급과 계층을 떠난 민중적 연대의 실현의 장.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고, 왜 유지될 수는 없었는가. 여기에 우리의 희망과 좌절 모두를 본다.

'진보란 무엇인가'를 내게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스스로가 언제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민감한 인식'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고통이야 말로 서경식과 김상봉 이 두사람의 접점이다. 나는 서경식의 번역되어 나온 저작 거의 모두를 읽었고, 언제나 처럼 이 사람의 예민한 감성과 재일조선인이라는데서 오는 타인의 고통의 대한 예민한 감성에 놀라곤 한다. 겨우 백년전 미국에서 흑인들을 잔인하게 살인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듯, 현재 우리는 비정규직을, 재외국인들을,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인간이하의 삶으로 밀어넣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

우리는 차이가 차별이 되고, 이 차별이 상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서경식이 그렇게 '우리'라는 단어에 예민한 이유는 '우리'로 묶으는 순간 차이는 희석화 되고, 차이를 가지는 사람은 주변화 되며, 이는 차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김상봉과 서경식은 공히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말하고, 서로의 고통의 대해 연대하는 세상을 이야기 한다.

그래, 김상봉의 말처럼 씨뿌리는 자가 거두려 하지 말고, 황소걸음으로 내가 가다 못가면 또 내 뒷사람이 가다보면, 비록 나는 보지 못할지라도 조금은 더 살만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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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8-11-2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리뷰를 보니 질러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 서로의 고통에 연대의식을 갖는 세상, 그런 세상은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