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義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
리 호이나키 지음, 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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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과 표지를 보면 책을 다 읽은 듯한 책이 있다.
이 책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가 그러하다.

먼저 상단엔 , 단정하면서 참 소박히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제목이 놓여있다.
사람이 자기길을 가면서 늘 최선을 다해 살고, 늘 그 순간의 정의를 위해 살아가더라도
뒤돌아보면 비틀비틀 하기 마련.
나도 성장하고 내가 믿는 정의의 틀도 성장하고, 심지어 나를 둘러싼 세상도 씽씽 바뀌고 말이다

그리고 표지 밑단에 녹색평론사라고 단정한 필체로 적혀있다.
최근 녹색평론의 글엔 시사적인 글들이 많이 다뤄지기는 하지만,
가장 고민의 뿌리는 소비사회, 자본주의 사회로 부터 벗어나기가 아닌가 싶다.
그 벗어나기의 주요한 방법으로는 소농중심의 지역사회의 복권이 제시되고 있다.

자, 재생용지로 만들어진 표지만 봐도 벌써 힌트는 다 나왔다.

오래된 미래에서 다뤄진 것처럼
커다란 농사 기기를 은행 대출로 구입한 농민은
더 많은 땅을 더 오랜 시간 경작하지만,
점점 더 가난해 지고, 결국 대기업의 소작농이 될 수 밖에 없다.
하루 대부분을 죽도록 일하는 나는
매달 그렇게 무언가를 사는데도 좀체 쇼핑목록이 줄어들지 않는다.
가끔 내가 만드는 쓰레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연해 질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의 소중한 소녀들은 친구들과 재미있게 뛰어놀 시간을
휴대폰을 위해, 기꺼이 값싼 알바로 더 나쁘게는 원조교제로 흘려보내 버리나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내내 한 가지 의문이 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저 이 소비사회가 싫어 세상과 등지고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것으로 되는 것인가.
왜 많은 농촌 공동체들이 실패로 끊났을까..
왜 6년전 프랑스 공동체에서 나는 적응하지 못하고 뛰쳐나왔을까..
이것에 대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문득 권정생 선생님 생전에 사시던 초가집 앞에 단정히 놓여있던 낡은 고무신 한컬레가 떠오른다.
나는 내 이십대를 쓰레기들을 사느라 보냈으면서도 아직 정신을 못차린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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