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타 베를링 이야기
셀마 라게를뢰프 지음, 강윤영 옮김 / 다산책방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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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그날을 덮었다. 그럼에도 나는 밤이면

내가 그녀를 품에 안고 입을 맞추었던

그 자리를 찾는다.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달빛에 환한 베란다 지붕뿐. 그러나 나는 잊지 않으리

바로 저 달이 그녀의 젖은 눈시울 또한 비추었던 것을.

내 사랑은 떨리는 입술로 이별을 고하고 떠났다.

이 고통! 어째 씻어야 할까.

이 순결한 여인의 가슴에 번뇌를 불러일으키고

그녀를 내게 묶으려 했던 죄를.

 

 

당신은 곧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모험에 동참하려면 기꺼이 영혼을 팔아야 한다. 구성과 문체의 특이, 형식과 스토리의 파괴, 서정성과 향토성으로 중무장한 고전의 향기, 전해내려오는 전설과 지방 지주와의 조우, 마녀와 요정의 활약까지, 파우스트, 돈 후안, 아서 왕으로 대변되는 전설적인 이야기의 구조에 환상이라는 양념을 버무려 편지글 형식으로 구운 이 작품에 몰입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 시도가 얼마나 새로운 것이었는지는 알 것 같다. 희대의 낭만주의자를 창조한 셀마 라겔뢰프는 라틴문학에서 마술적 리얼리즘 기법이 등장하기 전 이미 스칸디나비아반도 출신의 독보적 여류작가가 된다. 자국 최초의 노벨상을 거머쥔, 그것도 노벨상 최초 여성작가였기 때문이다. 프로테스탄트 특유의 윤리와 구원을 바탕으로 자연과 도덕에 맞서는 인간의 호전적 성향과 베름란드 지역 특유의 색채를 조화시킨다.

 

미남의 노랫소리는 모든 여자를 홀린다. 1820년 스웨덴의 작은 시골마을 베름란드를 배경으로 시간적으로는 근대와 현대, 공간적으로는 도시와 시골의 비교를 통해, 지배와 예속, 소유와 경작, 보편과 특수를 초월하는 '선과 악'을 운명과 저주라는 파격적 형식으로 그린다. 몽환적인 문체에 녹아든 '전설의 원형'에 살을 붙여 만든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펼쳐지는데 뇌가 아찔해질 정도의 현기증에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읽고 있는가, 를 실현한다. 영국 고전주의와 독일 낭만주의를 합친 한편의 모험담을 듣는 기분이다. 장원의 기사들은 교구의 세력가 에케뷔 소령 부인의 지배 아래 하나같이 술과 도박에 미친 한량의 비권력을 지향한다. 빼어난 외모와 달콤한 말솜씨로 가는 곳마다 여자의 환호를 받는 예스타 베를링 역시 그 중 하나다. 윤리를 소거하고 타락과 방종을 부추기는 선과 악의 모호함이 파스텔톤 입자로 부유한다.

 

 

"이 원고 안에서는 신들이 모두 죽임을 당했고 그 중에는 사랑의 신도 빠지지 않습니다. 사랑이 육체적 욕구 외엔 뭐랍니까? 어째서 육체의 다른 욕구보다 사랑이 고상한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거지요? 그렇게 치면 굶주림이나 피로도 신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들 또한 사랑만큼 가치 있는 욕구입니다. 하지만 이런 어리석음도 끝납니다! 진리만이 살아남을 겁니다!"

 

 

구전과 설화, 민담과 신화를 차용한 개성적 스토리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당시(1820년대)를 사로잡았던 사랑과 모험, 죽음에 대한 인식과 세계관을 짐작가능케 한다. 사실적이고 자연적인 문학이 주가 되던 스웨덴 사회를 서서히 뒤흔들게 된 것 역시 낙관과 낭만을 중요시하는 작가의 인간을 보는 방식이 특출났기 때문인데, 100년 이상 흘러버린 지금 그들이 이 소설에 보낸 환호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새로운 문학지평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그 위치를 상정해볼 수 있을 듯하다. 1858년에 출생한 셀마 라겔뢰프는 태어나기 전인 1820년대를 배경으로 쓴 이 소설을 1891년 발표했는데, 막 근대가 시작되던 시기로, 1차산업(농장, 광산의 자급자족)이 2차산업(기계화)으로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던 때였다. 베름란드는 작은 시골마을이었으므로 그 변화가 도시보다는 조금 더뎠을테고, 지역으로부터 전해내려오는 민간설화들이 많았을 것이다. 자세히 보면 흠투성지만 멀리서 보면 각자 사랑스러운 구석을 한두가지씩은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을 환상의 세계로 데려다놓고 지역 설화와 접목시킴으로서 유럽에서 제일 잘나가는 전설 속 영웅들을 재탄생시키고 문학사를 재배열하는 효과를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사랑을 지상과 하늘이 벌이는 싸움, 천당과 지옥의 힘겨누기로 표현한다. 절대힘을 가진 숲의 곰을 잡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남자, 그 기회를 사랑하는 여자의 아버지에게 거부당하는 청년에게 넘겨주고 아쉬워하는 남자, 욕망과 허세를 형상화하고 있다. 내가 하면 영웅이 될테지만 불쌍한 저이를 위해 내가 영웅이 될 기회를 과감히 포기하겠어, 라는 거창한 선심. 곰을 잡고도 장인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청년을 보며 괜히 기회를 넘겨줬어, 하는 알량함. 그 덧없는 순간의 자만을 도덕으로 착각하는 찌질함. 사랑은 또 어떤가.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상사병을 앓는 고상한 마음이 아니라 나의 매력과 유혹이 어디까지 통할 것인지 시험하는 차원에서의 그것. 사랑의 부수물인 고통과 번뇌, 영혼의 흔들림을 오래된 수수께끼처럼 소중히 여긴다. '문학의 미적범주'로 따지면, 숭고미와 비장미, 우아미와 골계미가 고루 섞여 일련의 미적범주를 완전히 초월하게 되는 것이다,  

 

환상은 인간의 선한 본성과 과거와 미래를 향한 낙관으로부터 온다. 둘다 지독히도 근거가 없는데, 초자연적 현상의 미스터리를 초현실주의적 서술함으로서 한가지 해석과 이해를 의도적으로 방해한다. 그러니 파악이 어려울 밖에. 애초 그렇게 쓰여진 소설인데 왜 그렇게 썼냐고 따지는 건 조악한 평가다. 밤에 울면 호랑이가 잡아간다는 할머니의 회유와 협박이 사실은 사랑이었던 것처럼, 예스타 베를링의 시간 역시 작가의 독특한 배열 안에서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해석이 불가능한 지점을 수두룩하게 남겨놓았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형이상학적이고 사변적이다. 쓰다보니 이렇게 쓰여진 게 아니라 철저히 의도하고 썼을 거란 짐작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독서로만 따지면 파우스트, 돈 후안, 아서 왕에 대해 읽은 기억이 없는, 유럽신화의 원형에 대해 거의 모르는 내가 말하기에는 여러 모로 해석의 힘이 딸리는 어려운 텍스트였다. 제아무리 노벨문학상인들 책 한 권 읽자고 고이 간직해온 영혼을 팔 수는 없지 않은가.

 

 

아이야, 너는 사랑을 했지만

더 이상은 사랑의 기쁨을 맛보지 못하리라.

영혼아, 한때 정열의 폭풍이 너를 뒤흔들었다면

이제는 안심하라, 안식이 찾아왔으니.

영혼아, 너는 더 이상 천상의 기쁨을 향해 날갯짓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안심하라, 안식이 찾아왔으니.

더 이상 고통의 밤 속으로 침잠하지 않아도 된다.

아,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된다!

 

아이야, 너는 사랑을 했지만

더 이상은 네 영혼이 불길 속에 타오르지 않으리라.

불타버린 초원처럼

너는 한순간에 불꽃으로 채워졌다.

재와 연기가 만들어낸 숨 막히는 구름에

새들은 놀라 울부짖으며 달아났었다.

돌아오라. 이제 너는 더 이상,

더 이상은 불타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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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5-30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유럽 신화는 기독교 전파 이전의 유럽을 알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고 하죠.특히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신이 많다고 합니다.

라게를뢰프 작품 중에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여인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린 중편 <늪텃집 처녀>일 것입니다.정말 재밌게 읽은 작품입니다.요즘도 나오려나...워낙 오래전 것을 읽었거든요.

아이리시스 2013-05-30 18:15   좋아요 0 | URL
노자님은 정말로 안읽은 책이 없으시군요! 지금 읽고 계신 책이 뭔지도 궁금하고, 안보신 책이 뭔지도 궁금하고, 보니까 동화로도 유명하던데 저는 처음 들어서 역시 저는 멀었구나..싶었어요.

그래서 읽기도 어렵고 두발 담그기도 어렵고 리뷰쓰기는 더 어렵고 그랬군요. 북유럽 신화는 북유럽을 동경하면서도 이질적인 질감 때문에 읽지 않고 있었는데 정말 북유럽 신화를 읽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어요. 게임이랑도 연관되고, 기독교 전파 이전의 유럽을 알기 위해서도 중요하다면 더더욱이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인문세계지도 - 지금의 세계를 움직이는 핵심 트렌드 45
댄 스미스 지음, 이재만 옮김 / 유유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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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눈에 보기에도 동그라미가 가장 큰 프랑스는 세계에서 입국 관광객이 제일 많은 나라다. 미국이 6000만, 스페인이 5200만, 이탈리아가 4300만인데 비해 월등히 높은 7700만이 2010년 이 아름다운 국가에서 입국도장을 찍었다. 공항을 통과하지 않는 기차이동객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라면(로마로 입국해 밤기차로 파리에 도착한 경우 미포함) 통계는 더 커질 것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놀랍지도 않지만 의아한 점을 찾자면 바로 이것. '도착' 관광객은 철철 흘러넘치는데 '출발' 관광객은 최소. 유럽에서 가장 적은 수준. 너무 좋아서 국민이 자국에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 대답으로 엄마가 날린 돌직구는 이랬다. 게을러서 아예 놀러갈 생각을 안하는 게 아니냐. 일리는 있다.

오래 전 드레퓌스 사건이 정치투쟁으로 변화되었듯 근대로부터 시작된 높은 시민성을 가졌다는 상징이 짙다. 여행객이 불어로 묻지 않으면 대답을 안한다는 자국우월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기까지 하는 프랑스 국민들에게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친절과 예절을 요구하는 게 과연 무리일까. 아름다운 대지를 소유하였고 수많은 예술가들을 꽃피게 한 영광의 대가로. 문화예술의 도시의 명성에 걸맞게.



세계인구는 다행히도 계속 늘어나지만 지구전체로 볼 때 인구증가율은 서서히 낮아지고 있다. 중국, 일본, 미국, 브라질, 유럽 대다수 나라가 1% 미만인데 반해 동남아시아가 1-2% 사이를 유지하고 있고, 빨강과 진주황 원이 표시하는 2-3% 이상의 인구증가율은 아프리카 대륙이나 중동 일부에서만 보이고 있다. 흑인과 무슬림의 무서운 성장이 예고되는 반면, 남한으로 표시된 우리나라도 1% 미만의 인구성장률로 여성출산율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2010년에 70억인 세계인구는 중간추정치로 잡을 경우 100년 이후에도 거의 증가하지 못하거나 약간 증가한다. 중국 13억 4100만, 인도 12억 2500만, 미국 3억 1000만, 인도네시아 2억 4000만, 브라질 1억 9500만, 파키스탄 1억 7400만, 방글라데시 1억 4900만, 러시아 1억 4300만, 일본 1억 2700만, 멕시코 1억 1300만.

이중에 인구의 연간 변화율이 높은 나라는 미국, 브라질, 일본 또는 중국처럼 소위 경제강국이나 떠오르는 국가가 아니라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멕시코처럼 높은 인구에도 불구, 성장이 미미해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은 국가들이다. 구소련 중에서 가장 대국인 러시아의 인구는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불가리아, 벨라루스,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독일과 함께 심지어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중국,인도,미국 정도가 인구강국인줄 알았는데 인도네시아,파키스탄,방글라데시,브라질은 심지어 일본보다 많고 멕시코는 일본보다 약간 적다.



정치체제를 나타내는 2012년 자료. 현재 세계적 추세는 민주정이다. 에메랄드 색깔의 땅, 아메리카, 유럽, 오세아니아 대륙과 몽골,인도,남한 그리고 섬나라 일본,싱가포르,필리핀,타이완,인도네시아는 안정적인 민주국가 상태다. 이로서 1990년에 51개국이던 민주정이 2012년 88개국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민주국가 과도기에 있는 아프리카 대다수, 군주국을 표방하는 이란,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와 혼란상태에 있는 소말리아와 푼틀란드, 일당 통치 국가 북한, 중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알제리, 수단, 부르키나 파소가 건재한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권력을 다수가 나눠 자유와 평등을 목표삼자는 민주정은 냉전종결 이후 끊임없는 유혈사태와 잔학행위의 대가를 치르며 진행되었다. 아랍의 봄, 민주화의 물결이 부패와 권위주의적 통치를 종결시키고 정권을 교체하는데 성공한다. 여전히 피비린내 풍기는 내전이 계속되는 무서운 나라가 우리나라가 아닌 건 감사할 일이지만 전인류적 관점에서 범지구적 문제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체 인구 중 48%의 국민이 민주정이 확립된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통계치에 의하면 절반 이상의 국민이 여전히 독재에 신음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민을 대표하고 보호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국민에게 위협이 되는 인권유린은 지구상 대부분의 국가에서 적신호를 나타낸다. 캐나다, 그린란드,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이나 파푸아뉴기니를 제외하면 대체로 지구상 대다수 국가에서 난민이나 이민자에 대한 폭력적이고 모욕적인 대우, 경찰이나 교도관에 의한 학대, 임의적 체포와 구금 이상의 인권유린이 보고된다. 설상가상 멕시코, 브라질, 인도, 파키스탄, 이라크, 시리아, 팔레스타인 자치구, 수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대륙 일부에서는 사법 절차 없는 처형 이상의 극심한 인권유린이 행해지는 걸로 알려졌다. 한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북유럽 다수국에서만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이 법으로 금지되었고, 10년 이상의 관습에 의해 사실상 폐지된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여전히 일반범죄에 대한 사형제가 존속하고 있다. 특히 좌측 하단의 미국 주지도에 의하더라도 남부와 서부에서 사형제도가 존재한다. 더군다나 노예제도는 국제법상 엄연히 금지된 사항임에도 여성과 소녀들을 통해 성매매와 거부시 무참한 폭력과 협박으로 여전히 자행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이 도표는 무력분쟁 빈도와 추구하는 민주적 가치, 정부의 안정성, 대외 평화도를 측정해 만들었다. 같은 색깔이 동일한 평화도를 보이는 국가들. 세계일주가 꿈이라면 활용해도 될 만큼 눈에 쏙 들어온다. 특이한 점은 2008년-2011년 사이에 15계단 이상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여전히 평화의 둘째단계 '높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계속된 북한의 핵위협 때문이겠지만 북한이 다섯단계 중 매우 낮음에 속하면서도 하락추세인 걸 감안하면 꿋꿋이 우리를 잘 지켜온 셈이다. 평화 수준은 치안과도 연결되어 있으므로 여행에 써먹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북유럽, 동서유럽,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남미와 아프리카 일부를 제외하면 평화 지수는 대다수 나라가 적신호다.

미국, 브라질, 중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처럼 인구수가 많은 나라가 중간수준이라는 점에서 보면 낮거나 매우 낮은 국가는 역시 중동과 아프리카 대륙, 일부 남미대륙에 포진한 국가들이니 사실상 알고 있던 교양지식 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 평화 수준이 높으면 군사비를 절약할 수 있고 국가이미지 고양에 큰 도움이 되며 관광객을 유치하기 편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프리카를 차치하고도 필리핀, 버마, 인도, 파키스탄, 이란, 이라크, 캄보디아, 타이 등 어떤 문화를 가졌을지 궁금한 국가들이 대다수 매우 낮거나 낮은 평화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게 아쉽다.



신앙으로 분열된 종교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분포도다. 수치에 의하면 기독교 21억 8000만, 그중에서도 가톨릭교가 10억으로 가장 많고, 다음에 개신교, 그리스정교, 독립교회 순이다. 캐나다, 남미, 오스트레일리아, 서유럽과 남아프리카 일부가 가톨릭교를, 미국, 북유럽, 역시 남아프리카 일부가 개신교를 믿는다. 러시아와 동유럽 즉, 구소련 15국 다수는 그리스 정교를 믿는다. 이슬람교는 13억 4000만으로 추정되는 신도를 가지고 있지만 수니파가 11억이라면, 시아파는 1억 9200만으로 소수다. 북아프리카, 중동 다수가 수니파를, 이란과 이라크, 아제르바이잔이 시아파를 믿는다. 물론 각국에서 가장 많은 종교를 기준으로 색을 칠했으니 국민 전체가 한 종교를 믿는다는 뜻은 아니다.

아시아로 와서 인도와 네팔은 힌두교 신자가 많은데 9억 5000만, 2010년경의 통계다. 중국은 소수민족이 여럿 모인 국가답게 토착종교를, 홍콩, 마카오, 타이완도 마찬가지다. 북한과 오만, 쿠바는 공식적으로 무교, 남한, 일본, 몽골, 베트남은 대승불교를, 버마, 타이, 라오스, 캄보디아는 소승불교를 믿고 있다. 불교 신도는 약 5억 정도다. 여전히 기독교 신자는 이슬람교를 능가하지만 중동과 아프리카의 인구증가율을 떠올리면 이슬람교 신도가 훨씬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금처럼 미국과 아랍국가들의 힘겨루기는 경제적,군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종교적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종교내 갈등과 종교로 인한 세계 최악의 폭력과 유혈사태는 각 종교가 가지는 평화의 가치에 반하지만, 아무도 이를 묻지 않는다. 더하여 기독교에만 33800개 이상의 교파가 존재한다. 과연 하나님의 뜻일까. 종교가 비물질적이고 비폭력적 가치로 돌아가 종교 특유의 정체성을 지킬 날이 올까.



국제적으로 뛰는 김연아가 빙상연맹에서, 박태환이 수영선수권 대회에서, 박지성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받는 연봉은 우리나라 GNP 수치를 높인다. 지금으로서 나는 못하는 일이다. 앞으로도 못할 듯. GDP는 국적불문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총생산. 네이버지식검색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GDP 순위는 2012년 기준으로 15위, GNP순위는 2011년 기준으로 31위다. 기준연도가 달라 비교는 못하더라도 우리나라 뿐 아니라 GDP 상위 국가 대다수의 선진국이 GNP 순위를 달리한다. 또 GDP 총량과 개인의 소득량에 차이가 심해 경제불균형이 심한 산업구조를 안고 있다. 명목 GDP와 실질 GDP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면 더더욱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

한국처럼 성장과 개발, 무역으로 GDP/GNP 올리기에 목을 맨 결과, 좋은 점도 있다. 2011년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안에 남한 기업이 5개나 들어갔다. 무려 일본 기업 5개를 밀어낸 결과로. 주목할 부분은 중국 기업이 15개나 들어왔는데 미국 기업이 11개 빠지고 유럽 기업도 13개 빠졌다는 점이다.

***
1. 이 모든 수치와 통계는 2010-2012년 자료이며, 이 책은 1970년대에 영국의 펭귄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 벌써 아홉번째 개정판을 냈다. 2013년에 보는 통계는 당연히 빨라야 2012년 것일 수밖에 없다. 이 시간에도 시분초 단위로 세계는 변화한다. 인포그래픽한 시각자료를 활용하여 인류와 지구가 직면한 거의 모든 문제들을 한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2. 자료의 신빙성을 의심하지 말지어다. 경제학을 공부할 때 이론적 수치는 측정하는 방식이나 이론에 따라 수만가지로 달라질 수 있다고 배웠다. 수치와 통계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지금까지의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려 한 모든 행동에 타당성이 사라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모든 해석은 이 책 안의 지도와 통계, 수치를 보고 읽어냈고, 내용은 무작위로 일곱가지를 뽑았다. 책의 후반에는 지구상 공식 국가들의 수도와 면적, 인구수, 수명, 교육율, 과체중 비율, 국민총소득, 정부 총 부채, 1인당 에너지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부패인식지수 등이 일목요연하게 첨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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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3-05-24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자료를 간단하게 보여주는 방식이 인포그래픽이 대세죠. 생각보다 책 분량이 얕네요. 이런 책 읽으면 좋은데 시간이 지나면 무용지물의 지식이 되어버리죠. 하루 잠들어도 시대의 흐름이 금방 달라지고 불확실한 세상에 살고 있어요. 세계를 천천히 느끼기에는 너무 빠릅니다. ^^;;

아이리시스 2013-05-26 21:22   좋아요 0 | URL
헉, 댓글쓰는데 컴터가 제맘대로 꺼지더니 혼자 도로 켜졌어요. 시루스님 글 많이 보는데도 막상 만나면 항상 오랜만인것처럼 느껴져요. 왜 그러지? 네! 페이지도 얇고 시시때때 변하고 있을거라서 염려스럽기도 하고, 이 복잡한 데이터를 한눈에 들어오게 정리했을, 물론 번역과정에 첨삭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책만듦새도 좋아요. 이 복잡한 이야기들이 지도로 쏙 들어온다니, 사실 이런 책인줄 알고 산건 아니지만 우연히 만난것치고는 알게된게 많은 책이에요. ^^;; 너무 빠르죠, 나이막 쑥쑥 계속 먹고..

댈러웨이 2013-05-24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뭐에요, 아이님??? @@@@@@ 이젠 범위를 어디까지 넓히기로 한 거에요??? 영어시험보는 기분. 영어시험 중에 이런 인포그래픽 보고 분석해서 작문하는 게 있어요. 아이님은 그 시험 보면 정말 잘 보겠다. ㅎㅎㅎ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런데 저는 아이님 손톱보고 더 반가웠어요. 간만에 나타나서는 쨘~ 깜짝 선물? :)


아이리시스 2013-05-26 21:28   좋아요 0 | URL
간만에 인문트렌드 분석을 한번해볼까 했는데 뜻밖에도 정말 신기한 책을 만났다능;;

영어시험에 그런게 나와요? 저는 영어를 읽을줄 모른다는거. 쟌님 댓글 대답하며 새로이 느낀건데 쓸때는 확고한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나 잘했네, 이런 거. 어느정도는 확신도 있었고요. 근데 지금 보니까 틀린게 많을수도 있고 해석이 잘못됐을수도 있을것 같아요. 저기 인권문제가 저것만 나타난다는 뜻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그정도가 나타난다는 것도 간과했으니까요. 그러고보면 이 책은 엄청난 정보를 그림으로 전달하는 셈이네요. 컬러풀하긴하지만 책값이 비싸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ㅎㅎㅎ 손톱이 보이다니, 저거 나와서 새로 찍으려고 했었어요.으흙흙. 네! 우연한 선물입니다~

댈러웨이 2013-05-26 22:08   좋아요 0 | URL
치이.(급우울모드) 왜 내 답댓글은 이렇게 짧아요? 안와, 이제 안와!

맥거핀님이 사회과부도 말씀하셔서 정말 사회과부도가 생각났는데, 아, 저런거 어떻게 읽어요? 밑에 설명 막 나와있는 거죠? (ㅋ - ㅋ 막 이러기) 혼자 읽어낸 거면 기억엔 많이 남겠어요. 그냥 정보차원으로 풀어쓰여져 있는 거 읽게되면 쉽게 잊어버리기도 할 것 같은데. 어유. 오바마 대통령보다 아이님이 더 멋지다니까요!

2013-05-25 0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6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anne_Hebuterne 2013-05-25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리시스님, 이 리뷰를 읽기 전에도 지구는 하나의 생명을 가진 유기체처럼 느껴졌는데 아이리시스님이 소개해 주시는 이 책을 구경해 보니 그런 느낌이 더 강해졌어요. 여행객 통계에서부터 호기심이 느껴졌는데 갖가지 색상과 도표로 나타난 여러가지 지수와 지표를 들여다보니,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 정치적이라는 영화감독 빔 벤더스의 말도 떠오릅니다.

그런데 인권유린의 정도를 붉은색으로 나타낸 지도가 조금 궁금한데, 물론 이것은 저의 무지에서 나온 궁금증입니다만, 북미 대륙의 색깔을 들여다 보면 좀 높은 정도의 인권 유린이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옳게 본것인지요? 아이리시스님이 사진을 찍어 보여주시는 저 지도를 보면 초록색보다는 붉은색 계열의 비율이 더 높거든요. 그건 이민자에 대한 대우 때문인지, 혹시 다른 부연설명이 있는지 궁금했어요.

숫자와 통계는 늘 재미있으면서도 부담스러웠는데 이러한 설명을 접하니 친절한 안내를 받은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아이리시스 2013-05-26 20:50   좋아요 0 | URL
쟌님- 저 지도가 위는 [극심한 인권유린]을, 아래는 [합법적 살해-사형제도 존폐 현황]을 나타내거든요. 그러니까 펼친 지구본이 저 사진에는 두 개가 있는 셈이에요. 위 지도에서 빨간 부분은 멕시코와 브라질, 콜롬비아이니, 북미가 사법절차 없이 처형이 행해지는게 맞아요. 보라색이 고문과 임의적 체포와 구금이니, 러시아, 중국, 동남아, 아프리카 대다수가 되겠고요. 그 아래가 말씀하신 난민, 이민자 대우의 불합법성인데 연두색으로 표시된 오스트레일리아, 핀란드(이건 좀 의외)가 나타나네요. 호주는 워낙 이민자가 많기도 하겠지만, 색으로 나타난 부분이 순차적으로 이런것까지 행해진다 이런 뜻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보면 이민자에 대한 부당대우야 가장 가벼운 인권유린에 속하는거고요. 이 책 자체가 글이나 설명은 거의 없어서 지도는 제가 읽어냈으니 틀렸을수도 있겠지요.흙흙.

이렇게 본다면 결국 연두색으로 나타난 국가가 가장 인권유린이 최소화된, 잘된나라라고 보는게 맞겠죠. 빨간색 나라들은 법없이도 막 사람죽이고 고문하고 체포하고 구금하고 학대하니, 말할것도 없이 난민이나 이민자도 모욕적으로 대우하겠죠. 이렇게 설명드리면 될까요?

그리고 아래지도는 [사형제도 존폐현황]으로 빨간색 나라들은 존속하고 있다는 거예요. 폐지된 나라가 북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보시다시피 미국 주지도에서 동부이다보니, 이렇게 하면 그나마도 살기 좋은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 븍유럽인거겠죠. 참, 위지도에서 노란부분은 기록이 없어 통계를 내지 못하는 거래요! 캐나다,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북유럽은 신고된 인권유린 기록이 없대요!!! 신고안됐다고 없을까요(고도의 의심). 근데 남한도 노란색이에요(사기인가봐요).히히히

Jeanne_Hebuterne 2013-05-28 15:39   좋아요 0 | URL
아, 아이리시스 님, 통계와 자료는 해석하는 자의 의도에 따라 다르게 볼 수도 있을텐데 아이리시스 님은 이런 부분에서 균형잡힌 시각으로 자료를 대하시는 능력이 있으신 듯 해요! 단순하게 보고 `응? 빨간색이네?'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그대로 질문한 제 댓글에 이렇게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남겨주시다니요! 어릴적 지루하게 보았던 이런 지도가 아이리시스 님의 눈을 거치니 재미있게 다가오기까지 해서 놀랐어요. 게다가 고도의 의심, 사기인가보다, 라는 괄호에서의 유머에 한차례 웃고 갑니다. 고마워요, 아이리시스 님!!


덧-그런데 사형제도 존폐 이 자체만 하여도 노란색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요? 물론 중요한 척도입니다만 전부가 될 수는 없는데 종종 전부로 오인받기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슬쩍 해보았어요.

아이리시스 2013-05-30 17:59   좋아요 0 | URL
잘썼어야 하는데 전달은 하고싶고 정리능력 딸리고 글은 길어지고 총체적 난국을 헤쳐 쟌님께 다가간 것 같아 기쁩니다. 박수ㅋㅋㅋ 여러 분야에 발담그고 계신 쟌님이라면 저로선 갸우뚱하긴 하지만 이런 거 어릴 땐 다들 참 재미가 없죠. 법이 있어도 전부인양 지켜지지 않는 것 역시 문제지만 지구상에 법절차 없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나라가 저렇게 많다니 신기하면서도 무서운 느낌이 들었어요. 사형제는 늘 양날의 칼이라 뭐라할 수도 없지만 말씀대로 일잣대로 봐서는 안될 것 같기도 하고요.

맥거핀 2013-05-26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야말로 말 그대로 사회과부도군요. 저도 학교다닐 때 사회과부도 들여다보고 있는 거 되게 좋아했는데..다시 리뷰로 돌아왔군요. 사진도 많고 신경쓴 리뷰 좋아요. 진짜 이런 걸 보다보면, 정말 내가 아는 것은 세상의 극소수에 불과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리시스 2013-05-26 20:36   좋아요 0 | URL
제가 이과반이긴 했는데 한국지리같은건 정말 쥐약이었던 게 생각나요. 공부를 잘하는애들은 원래 다 잘해요--; 중학교 사회과부도는 지도볼 때 좋았던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섬, 산, 절, 포구 같은걸 생각날때마다 정리해서 남편(응?) 생기면 주말마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구경다니고 싶어요. 요즘 생각하는데 제가 정치, 경제, 사회문화를 안배웠잖아요. 거기 최소한의 법상식이랑 경제적 용어들, 의족수 같은 거 나오잖아요. 헌법공부하기 전에는 하나도 몰랐는데, 그게 고등학교과정이라는 것도요. 저는 화학2, 물리2를 배우면서 세계사도 못배우고. 학교다닐때 배웠다고 뭐 지금까지 도움이 됐을까 싶긴한데, 그걸 못 배운 게 정치, 경제, 사회문화, 세계사에 대한 한없는 갈망과 뭔가 모르는 것 같은, 뿌리가 없는 것 같은, 기초를 탄탄히 세우지 못한 느낌이 있어요. 사실 정작 모르는건 과학일텐데 아예 모르는 건 내가 모른다는 것도 인식이 안되니까 그런것 같아요.

통계와 수치로 이런 분석 저 되게 궁금했거든요. 어떤 나라는 공무원이 몇 명인지, 대사관은 몇 개인지, 식당허가는 어떻게 내주는지, 슈퍼는 아무나 할 수 있는지 그런거요. 지구본 아무리 돌려도 알아지는거 아닌데다가 관광으로도 알 수가 없으니까. 여튼 재미난 책이에요. ^^

Shining 2013-05-26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 이 책은 뭐예요? 어떻게 하면 이런 책을 발견할 수 있어요? 진짜로 신기해서요.
난 너무 편협하군 하는 절망감과 함께_-

맥거핀님 말씀처럼 사회과부도 같아요ㅋㅋ 사회과부도, 라는 말 정말 오랜만에 발음해보네요.
이 말을 기억하고 있다는게 신기할만큼요. 낚시 리뷰예요, 이 리뷰. 저도 이 책 사야겠어요. 완전 짱_-b

덧) 바쁘다고 미리 얘기해줬으니까 칭얼대지 않으려고 했어요 잘했죠?^_^ 잠시가 됐든 계속이 됐든
아이님 프로필 보니까 반갑네요, 글 읽으니까 더더 좋구요.

Shining 2013-05-26 14:30   좋아요 0 | URL
보니까 전자책으로도 파네요. 전자책으로 읽어도 괜찮을까요? 요새 아이패드 아까워서(하하;;) 몇몇 책을
구매해서 봤는데 책의 종류나 내용에 따라 좋고 나쁘고가 나뉘더라구요(실용적인 책들은 전자책으로 읽으니 쌓아두지 않아서 좋고 찾아보기 쉬워서 편하더라구요) 이 책은 어떨까요? 물론 아이님도 잘 모르시겠지만 의견을 듣고 싶어서요. 쿡쿡.

아이리시스 2013-05-26 20:27   좋아요 0 | URL
안녕, Shining님. 그러니까 환상을 굳이 깨기는 싫은데 잘못산 책이요. 잘못;; 저는 국제관련 인문서인줄 알았거든요. 페이지수를 봤다면 범상치 않다는 걸 알았을텐데. 일단 사고나니까 이렇게 생겨서 급당황하다가 사실 내용은 넘 좋은 거예요. 이런 통계를 어디서 보겠어요. 혼자 낼 수도 없고 찾지도 못하는데. 그러고보면 특성이 확실한 책이고, 이런 거 한번쯤 보고도 싶었고, 막상 하나하나보니까 굉장히 신기하고 재미있고 한눈에 쏙 들어와서, 알죠? 제 귀차니즘에도 불구하고 무려, 사진!(아아악 사진 진짜 귀찮았어--;;) 그래서 대충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이건 사진이 잘 보이지도 않겠지만 없으면 쓰지도 못해요. 그래서 했어. 완전 짱_-b 저도 좋은 것 같아요. 초큼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소설 두 권값이고, 엄청난 컬러풀이고;;

저도 전자책으로 이게 다 나왔네, 하고 괜찮을까 염려는 들었거든요. 넘기면서 한페이지씩 보는게 짜증나지는 않을까, 아이패드가 화면이 커서 선명하게 볼 수는 있겠지만 책보다 좋을까 우려는 들어요. 실용서나 가벼운 소설 쌓아두지 않아도 되서 전자책이 나을때가 있다는 거 완전 이해되거든요.

결론적으로 저는 전자책 반댈세! 근데 Shining님이 편협하다는거는 동의 못해, 절대 못해!!!

Shining 2013-05-29 11:40   좋아요 0 | URL
호오. 아이님은 실수도 이런 멋진 실수를 하신다니요! 쿡쿡쿡.
그렇구나, 전자책은 비추인거죠? 알겠어요 돈 생기면(흑흑..) 종이책 사봐야겠어요(씨익). 고마워요 :-)

덧) 제가 편협하다는데에 동의해주세요! (...뭐지;;) 근거를 댈까요? 이러기ㅋㅋ

아이리시스 2013-05-30 18:02   좋아요 0 | URL
샤이닝님 기다려봐요, 오늘부터 감사에 들어가서 발을 뺄 수 없는 증거를 찾아보도록 하겠어요. 선물주나요?
선물을 줘야할 거예요! ㅋㅋㅋ
 
그 형제의 연인들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다락방과 소공녀 이후, 책에 관한 두 번째 기억.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서점이 편의점으로 바뀌기 전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는 날마다 새 책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의 친구들, 그러니까 친구가 몇 다스는 되는 유별난 인복을 가진 우리 엄마의 어린시절을 평가할 자격있는 이모들에 의하면, 내가 책을 좋아하거나 글을 쓰는 건 다 엄마의 피란다. 대체로 소설들, 종종 인문서나 실용서도 보였다. 인터넷 서점이 없던 그때는 학교다녀와서 엄마가 무슨 책 사오는지도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5권짜리 연작인데 3권을 엄마가 읽고있을 때는 그렇지 않았지만. 기억나는 것중에 은희경, 양귀자, 김진명 그리고 퇴마록 시리즈를 읽을 때 나는 고작 열세 살이었다. 누구나 책을 빌려갔고, 책들은 대체로 우리집으로 되돌아오지 못했다. 책은 돈이 아니었고,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허리를 굽히거나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세상이었다. 두 번 다시 책을 빌려주지 않게 되었다. 책을 잃는 건 사람을 잃는 것만큼 싫었다. 세번째 기억은, 열여섯 살에 지금은 사라져버린 서면의 동보서적 2층에서 선뜻 못 고르고 선 내게 솔출판사 토지 1권을 건네주던 엄마다. 구판이 그 두꺼운 열 권짜리였나 그랬는데 대하소설에 일가견있던 나는 순순히 받아들고 돌아왔다. 

 

그후로도 종종 한국소설을 고르기 위해, 피아노 연주집을 들추러, 시집과 일본소설에 미쳐 들어갔다 문예지를 사들고 나오곤 했다. 친구와의 약속, 꿈을 키우던 곳. 나도 그때는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일하는 게 직업이 되면 둘도없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줄 알았다. 사람은 북적대는데 정작 카운터 앞에는 별로 사람이 없는 것도 서러운데, 나쓰메 소세키의 '소레까라(그후)'에 대한 사연으로 시작하는 '비브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 보니까 서점이 없어지면서 추억을 순장하게 되는 사연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책 속의 추억도 책을 읽는 이에게나 생기기 마련이니까. 내게 아무리 좋은 책인들 그 마음이 거기까지 닿지 않으면 어쩔 수 없으므로. 학창시절 애달팠던 몇 번의 연애도, 눈물겨운 우정도 곧 아무 것도 아니게 될거란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서점이 화려하고 눈부신 여성복이 진열된 의류매장으로 바뀐 후로, 다시는 그 건물에 들어갈 일이 없게 되었다. 그 아래로 들어가 지하상가 몇 구역을 더 걸으면 알라딘 중고서점이 나온다는 건 안다. 지상에서는 이제 그곳에서 제일 큰 교보문고도.

 

살아온 시대와 환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면 예삿일은 아니다. 시간도 그렇지만 보통 사람의 삶이란 게 사실상 청룡열차가 아닌 한 뒤집어지지도 않는다. 소설, 영화, 드라마 속에서 그것도 주인공 한 명에게나 그런 일이 일어날 뿐이지, 그러고보면 또 수많은 이야기들중 상당수가 청룡열차가 뒤집어져 삶이 전복될만한 그런 사연을 갖지도 못한다. 그리 대단한 사랑도 없지만 매순간 사랑이 대단하지 않은 적 없었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사랑이 불안한 게 아니라 세상과 내가 불안하다. 사랑에 결선을 그을 용기가 없다. 시간의 흔적은 날이 갈수록 물러터져 더이상 출렁일 것도 없는 뱃살 속에나 도장찍는다. 흔적은 사람이 남겨놓은 것에 의해 기억된다. 작가가 없는 세상에 등장한 처음 만나는 소설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글은 얼마나 오랫동안 행여 멀리가는가. <그 형제의 연인들>은 서른 여섯의 박경리가 쓴 연애소설로, 1962년 10월 2일부터 1963년 5월 31일까지 대구일보에 연재되었다. 오랜시간 존재가 잊혀졌다가 대구 도서관에 보관된 신문철에 의해 비로소 세상에 나왔다. 옛날 소설은 지루할 것 같은 근거없는 편견을 딛고 보란듯이 문체, 인물, 배경, 구어체 모두 흠잡을 데 없이 향수어린 시절로 돌려놓는다. 어릴 때 딱 한 번 가본 밀양 촌구석 어느 다방이 생각났다. 전혀 상관없는 소설은 급작스럽게 나를 과거로 데려간다. 명절날 오후 차례지낸 후 외갓집으로 이동하던 중, 다툰 부모님이 울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들어간 곳에서 어린 나와 동생에게 사이다를 부어주고는 계속 다투던 캄캄하고 암담한 두려움. 어떤 소설의 이미지는 전혀 낯설게 생성된다.

 

개개인의 주관적 행복보다는 상자 속에 구겨넣어진듯 찌그러진 사랑에 대한 관습과 타성에 젖은 사회를 비판하고, 삶의 행로 즉 행복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의 전형이다. 이루어지느냐마느냐, 허락받느냐마느냐, 결혼하느냐마느냐 하는 티브이 속 흔한 사랑의 통속극이 아니다. 친한 친구의 누나이자 결혼에 실패한 혜원을 사랑하는 주성과 사랑하지 않는 현숙과 결혼해 자포자기한 삶을 살던 인성. 두 형제의 사랑은 온도나 질량의 측면에서는 다르지만, 허황된 사랑의 허무와 욕망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한 번민과 고뇌에 내비치는 내적갈등이나 심리요인을 되짚으며 인성과 주성 형제는 물론, 형제의 사랑을 받는 혜원과 규희, 그밖의 혜준이나 다른 인물들 감정을 짐작해나가는 재미가 있고, 시대에 걸맞는 독특한 구어체가 읽으면 읽을수록 멋스럽게 달라붙는다. 먼지묻은 옛날 영화 필름을 꺼내 털어보는 기분에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훔친다. 짜릿하고 비밀스럽다. 짧은 시간 꽤 많은 페이지를 읽어내렸다. 사랑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욕망과 질투다. 억척스런 현숙이 부리는 애욕과 기성의 권리가 주축이 된 질투, 생활력 강한 조강지처를 대하는 인성의 야비한 모욕, 행복없는 부부의 서로간 트집잡기, 측은하면서도 정이 붙지 않는 관계를 선뜻 끝내지 못하는 한톨의 책임감과 두려움이 생생히 전해진다. 낮에는 유치원 선생님, 밤에는 요부를 원하는 남자들의 속물근성 같은 욕구를 지켜주기 위해 많은 밤 얼마나 많은 조강지처들이 서러운 울음을 삼켜야 했는가.

 

뒤마의 '춘희'에 나오는 아버지의 역할을 답습한 전통적 아버지상, 희생과 책임을 강요하는 사랑의 사회상이 복합적으로 등장인물을 힘들게 한다. 애정과 세속적 타협 사이의 방황, 육욕과 소유욕을 능가하는 플라토닉적 사랑이란 물흐르듯 흘러 자연스레 서로의 그 어딘가에 닿는 일임을 그들은 모르지 않는다. 사랑이 끝나는 게 아니라 해가 지는 것이다. 함께있지 않는데 매순간 당신을 생각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자신의 세계 그리고 당신의 세계. 무너뜨릴 수 없는 각자의 견고함이 사랑의 강을 만든다면 범할 수 없다고 그들은 믿는다. 설득되고 회유당한다. 혼자 황야에 서있듯 몸서리치게 젖는 열등감, 열렬한 포옹과 뜨거운 키스 뒤에도 멍한 눈으로 응시해야 하는 서로가, 다시 만날 날을 재촉하며 헤어진다. 별빛에 전신이 젖는다. 잊고 싶은 것을 가장 잊고 싶어 술을 마신다. 되돌아온다. 지금이 지나면 지금이 다시 오지 않으므로 결론은 하나다. 찾으러 가거나 잊거나. 마침내 사랑이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연인들은 연인들이고 사랑은 사랑이다. 근데 왜, 맨날 같이 있는 엄마가 더 보고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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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ne_Hebuterne 2013-04-30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리시스님, 이 리뷰를 읽으며 많은 이름을 떠올렸어요.

후겐두벨, 동보서적, 크시옹스카, 리더스 북스토어, 아직도 있는 영광도서와 이제 생긴 중고 서점 같은 이름들이오.

누구와 누구가 함께 섹스하는가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된다는 루이스 브뉴엘의 말도. 소설은 그것이 훌륭하든 훌륭하지 않든 작가는 세련된 거짓말을 영리하게 꾸며내는 사람들이란 생각도 들었어요.

결국 작가 자신일까? 라고 사람들이 묻는다면 그 또한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허구와 진실 사이를, 인물과 플롯 틈새를, 작품과 나 사이의 간격을 독자가 찬찬히 들여다보고 이야기는 진정성을 얻는다는 뜻일테니까요.

아이리시스 2013-05-01 00:44   좋아요 0 | URL
맞다, 여기도 영풍문고 매장이 없어졌죠. 동보서적이 없어지기 전에요. 사실 거기는 정말 아지트같은 곳이었는데. 시대적 특수성을 획득하지만 플롯 자체는 그리 독보적이거나 특별할게 없어져버린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이 소설이 잊혀질뻔했다가 다시 만나게되었다는데에 초점을 두고 봐도 좋아요. 자기 자신일까? 라는 질문은 잊었었는데 서른 여섯이었다니, 관찰과 경험이 적절하게 맞물려 나온 소설이기도 하겠어요.

그런데 쟌님 댓글을 제 서재에서 보다니! 하면서 감격중입니다.. 으흙흙.

blanca 2013-04-3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었어요? 당장 읽어봐야겠습니다.^^

아이리시스 2013-05-01 00:45   좋아요 0 | URL
활자중독 블랑카님의 독서를 응원합니다! 예전에 김약국의 딸들 읽으셨던 것 같은데, 맞죠? :) 가물가물.
(한줄에는 한줄 댓글로!!)

cyrus 2013-04-3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박경리 소설 생소하네요. 뭐 한국소설을 잘 안 읽어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요 ㅎㅎㅎ

아이리시스 2013-05-01 00:46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은 인문책을 더 많이 읽으시는 것 같은데요. 한국소설은 꽂히는 시기가 따로있는것 같아요.
(한줄에는 한줄 댓글로2!!)

2013-05-02 0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2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3-05-09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경리 선생님은 토지로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다른 작품도 상당히 유명한 것 같아요. 저는 아직 토지와 김약국의 딸들까지만 봤네요.ㅎ 아끼던 서점들이 사라지는 것은 너무 마음 아프죠. 책 자체가 읽어야 하는 것, 수능용이 아니던 시절에는 문화의 하나였잖아요. 퇴근길에, 하교길에 들려서 책 구경을 하고, 맘에 드는 몇 권을 사면, 정성스럽게 포장까지 해주던 때가 생각나요. 그땐 서점을 운영하시면서 출판사로 확장하시고, 건물도 올리고 그랬던 분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대형서점 조차도 전전긍긍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네요.

아이리시스 2013-05-22 15:44   좋아요 0 | URL
근데 트란님, 토지와 김약국의 딸들 읽은 것만도 대단한 것 같아요. 저는 그걸 다 읽은 기억도 없는데요; 그때도 그랬다면 지금은 다이렉트로 끝까지 볼 가망이 희박해요. 출판사만 그렇겠어요. 이젠 뭘해도 자수성가는 소수의 일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이 시대는, 뭘 하든, 벌기 보다는 현상유지가, 현상유지보다는 까먹기가 더 쉬운 것 같아요--;

잘 지내셨죠? 답글이 너무 늦었지만 답글은 아무리 늦어도 꼭 달 겁니다..(푸핫)

2013-05-11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2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0 0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2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
이응준 지음 / 시공사 / 201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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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소리없이 뭉텅 잘려나간다. 흔적, 그림자, 말이나 문장 대신 남겨진 단 하나의 희미하지만 분명한 형체. 과거는 기억의 울부짖음이 만들어내는 칵테일이다. 수많은 맛과 빛깔로 이루어진 날것들이 내는 목소리는 새롭다. 부딪고 겹치고 구르며 재배열되는 지난 날. 과거로 대변되는 상처, 후회, 회한에 포개지는 단상은, 당사자가 대상을 얼만큼의 밀도로 어떻게 회상하는지와 상관없이 비교적 비슷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다. 서로 다른 시간을 껴안지만 현재라는 좌표에서 덧없기는 매한가지다. 오늘을 사는 동시에 어제를 살고, 내일을 살기 위해 오늘을 살지만 다가올 시간을 붙잡지 못하듯 지나간 시간을 멈출 수 없으며, 고행의 산행 혹은 안나푸르나의 봉우리에서 내려꽂힌 이의 마지막 눈동자처럼 희미하고 착잡하게 멍울지어질 뿐이다. 그래서 잊혀진 변두리 동네 카페는 차라리 죽은 자들, 잃어버린 자들의 안식처다. 과거의 상흔은 가족오락관의 스피드퀴즈처럼 빠르게 패스된다. 카페는 본성적으로 태만을 안고 있다. 거기서는 갈기갈기 찢겨 굴절되고 오목해진 일상이 얼마나 오래되었든 얼만큼 중요하든 상관없이 달겨든다. 찌질한 질투를 깊고 짠한 사랑으로 둔갑시키고 흔한 불륜을 달콤한 로맨스로 치장하는데 필요한 것은 이성이 아니라 시간이다. 포근하고 달짝지근한 공기가 감도는 곳에서 독한 환멸 역시 농도가 약간은 더 옅어지지 않을까. 문하에게 산타 페의 카페는 <nowhere>이자 <everywhere>이다.

 

 사랑은 세상에 없다고 겸허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누천년에 걸쳐 퍼마시고 퍼마셔도 고갈하지 않은, 그 어마어마한 추상명사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는 길이다. (p.192)

 

문하는 우연히 발견한 쓸쓸한 카페 주인 산타 페를 형이라 부른다. 말을 하고 들어주는 것만으로 산타 페는 인하 형을 떠올리게 하는 데가 있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형이 가르쳐준 많은 것이 세상에 없는 형이 나(문하)의 하늘이자 땅이고, 지구이자 우주였음을 상기시킨다. 형은 곧 기다림이자 인내, 그리움이다. 기다림, 인내, 그리움은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대신 주어의 생략을 용인한다. 문하가 한 일은 차라리 고행이고 인내일 것이다. 동네 돌+아이로 취급받는 물귀신을 만나고 그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너는 세상이라는 틀에 갇혔고, 갇혀있는 세상 안에서만 자유로우라는 뜻에서 '갇힌 사람'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아버지를 애증하며 사는 수인을 도서관에서 만나면서, 형을 본다. 정확히는 그 시절 형이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다. 너무 늦었지만 더이상은 늦지 않도록. 책과 카페는 여유와 생이 혼합되고 압축된 노랫말이다. 하나는 반드시 다른 하나를 필요로 한다. 그는 카페에서 비로소 객관적 방관자 입장으로 들어가면서 잃어버렸거나 지나온 시간을 회상한다. 회상은 이중으로 겹쳐지고 부서지며 인물, 사건, 시간의 경계를 지운다. 지금 문하 곁에는 형과 아버지, 산타 페와 물귀신 모두 부재상태다. 형과 아버지 그리고 물귀신은 산타 페와 달리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세계에 존재한다. 아버지를 애증하는 배다른 형을 추억하며 가지는 죄의식, 형과 어머니가 서로를 향해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불편한 적대감, 부와 재물을 향해 질주하던 아버지의 죽음 같은 추상명사와 씨름하며 이미 일어난 일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한다.

 

 아름다운 건 쉽사리 망가진다. 모습과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장미라든가 신부처럼.

 하지만 슬픔은 영원히 아름답다. 왜냐하면, 우리는 슬픔을 아름다움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아름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p.194)

 

추상명사는 탕진되지 않는다. 형과 아버지, 산타 페와 물귀신, 하연과 수인 역시 사랑과 죽음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므로 병들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들을 돌이키는 데는 시간과 인내만 있으면 된다. 그(녀)와 이야기하면 가슴에 숨구멍이 솟아난다. 수줍음 위로 시간이라는 덫이 거듭 쌓인다. 누구와 무엇을 나누는 일이 매번 기적인 걸 몰랐을 때는 어떻게 견뎠을까. 약속, 기억, 목소리, 장소, 사람, 축제를 포함한 내가 아는 거의 모든 것에 그 아니면 그녀가 있었다. 지금 기다리며 슬퍼하며 읊고 끄적이고 기뻐하며 아파하며 한껏 다가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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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0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13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사르 2013-04-14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좋은 작품 만나고 나니 다 읽기도 전에 자꾸 리뷰를 들여다보게 되네요. 리뷰 보다 책 읽다 또 리뷰 보다 책 읽다..이렇게 책 읽는 것도 색다른 재미같아요. 이제 곧 퇴근인데 집에 가서는 맘껏! 읽어야겠어요. 아이리시스님과 겹치는 책이 한 권 더 늘었어요. 히힛. ^^

아이리시스님 리뷰는 진작에 봤는데
아리시스시님 리뷰는 리뷰가 아니라 한 편의 작품 같애요.


아이리시스 2013-04-18 18:08   좋아요 0 | URL
달사르님, 이젠 이응준은 다 읽으셨겠어요, 제가 너무 늦어서 막막하고 은은한 감동마저 날아가버렸을지도.. 스물일곱에 썼댔잖아요. 글쓰는 이들은 이유도 없이,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리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스물일곱에 이런 생각들을 표출하려했다는 것이, 소설의 내용 자체보다는 어쨌든 대단해요. 뭔가 에피소드가 더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저도 달사르님에게 여쭤볼 것들이 있는데, 적절한 때를 찾아보겠어요..^^

아....기분좋은 칭찬이에요(울렁울렁)^^
 
생의 이면 - 1993 제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이승우 지음 / 문이당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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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에 집중했고 결핍을 보았다. 구원에의 갈구를 들었지만 모른 척한다. 나는 구원을 모른다. 외로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울어보았다. 살아내는 방법을 듣기 위해 처내미는 귀는 불순했다. 가까스로 떠올려진 기억. 고독했을 때가 까마득했다. 지나친 낙관과 애처로울 정도의 당당함은 가난에서 나오고, 그외의 것들은 없었다. 내팽개쳐진 장기들처럼 지도와 지표가 부유하고, 약도 있고 희망도 있는 나는 더없이 완벽한 인간처럼 느껴졌다. '불우한 가정환경, 아버지의 오랜 부재, 어머니의 재가, 잃어버린 고향'으로 대변되는, 머리 위로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우중충한 껍데기의 의기양양한 외양에도 불구하고 수동성 외에 아무 것도 알려주지 못한다. 다만 휘청거렸다. 가질 수 없는 변명은 굴욕이었다. 더이상 울지 않는 그와 결코 수렴되지 않는 내가 만나 생의 이면을 볼 줄도 알게 되면 그때 말하겠지, 아무 곳에도 없고 무엇으로도 구할 수 없는, 구원 아니면 희망. 그가 찾는 모든 것.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울타리가 새삼 옥죄일 리 없고 별안간 해방을 선사할 리도 만무하므로 그는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무극사는 유일한 설정임에도 비성공적이다. 그는 초라한 몸뚱아리 하나를 바치고 비로소 신화가 된다. 뒤란의 주홍색 감나무. 헛헛함이 발작적으로 배어나오는 방. 회색빛으로 감금된 잔혹한 사내. 큰아버지의 서랍에서 꺼내준 손톱깎이. 비밀은 모두 핏빛이다. 가문의 기둥이자 닫힌 벽의 상징 큰아버지, 압축적 삶의 본보기 뒷방 남자, 바람나기 위해 아들 버린 어머니, 세속의 대변인 전도사, 마지막으로 그의 유일한 그녀는 숨통을 끊지 못해 바라보는 펄떡이는 심장이다. 신에게로 가는 계단을 불사르기 전에는 감히 벗어나지 못하는. 육욕과 소유욕, 애증과 환멸이 도사리는 도시의 유일한 방랑자. 희뿌연 세상을 헤엄치는 내장 터진 한마리 물고기. 불가능을 역설하면 결국 가능해지지 않겠는가. 아무도 시도의 목숨줄을 끊지 못한다. 가까스로 부여잡은 숨통을 틀어쥐고 피떡 같은 생의 곳곳을 방황한다. 계절은 하나의 형태로만 저물고 뜬다. 곪아터진 상처에서 썩은내가 진동한다. 드디어 살아있음이다.

 

어두운 지하방, 그의 폐허는 병적이다. 차단된 공기는 잃어버린 추억을 헤집고, 청각과 미각을 지배한다. 그는 가장 외롭고 고독한 방식으로 신을 향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불안하고 두려워서 죽을 것만 같은 순간에도 결코 존재이기를 그만둔 적은 없다. 집, 방, 과거를 버리고 또 버려야 한다던 앙드레 지드의 말을 가슴에 안고, 참고 참으며 울음의 강을 건너 기어나온 땅. 세상과 신은 그곳에 비로소 존재할 것이다. 불가능인 줄 알면서, 주어진 시간이 모종의 음모같을 때, 이승우의 소설은 놓인다. 살기 위해 죽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기쁨과 환희가 그러하듯 구원조차도 고통을 담보한다는 걸 아는 이에게만 세상은 제 모습을 드러낸다. 시건방으로 점철되어진 상처를 뽐내며 퀴퀴한 지하방으로 숨어들 때 그는 존재하기 위해 죽어야 했다. 뿌리를 탐하는, 여자를 창녀 취급한 그의 행동은 이보다 더 쓰릴 수 없는 신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이래도 괜찮아? 이래도 살래? 아니면 죽을래? 삶과 죽음은 한끗이다. 죽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죽는다. 습득된 모든 존재의 이유, 생의 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였음을. 아프게 버틴다. 앞뒤, 위아래, 내면과 외면이 금지된 숨바꼭질을 시작하는, 꽃가루가 부유하는 봄밤이다. 감히, 당신의 현실과 신화는 몇 대 몇이냐고 묻는다. 내가 선택한 권리다.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 사람은 현실에 대해 절망하면 신화에 기대고 싶어한다. 신화는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현실의 부드러운 왜곡이다. 반영이라면 왜곡의 반영이다. 개별적인 무의식의 꿈을 공식화함으로써 현실을 넘어가려는 욕망, 그것이 신화를 탄생시키고, 신화를 받아들이게 만든다. 현실 속의 아버지를 부정한 박부길이 아버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이런 점에서 이해하면 모순되지 않는다. 요컨대 현실 속의 아버지를 부정했기 때문에 그는 무극사로 향할 수 있는 것이다. 그에게는 다른 아버지가 필요하다. 그는 무극사행에 나섬으로써 신화 속의 아버지를 완성하려고 한다. 신화는 사실의 영역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에 있다. 여기서는 진짜냐, 가짜냐 하는 논쟁은 의미를 잃는다.

 그러나 이 여행은 모험이 뒤따른다. 잘못하다가는 사실의 영역으로 발이 빠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신화를 망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무극사를 '신화적'으로 가려고 했다. 그는 자신의 행선지로 무극사를 '막연하게' 상정하고 있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예컨대 그에게 무극사는 '막연한' 어떤 곳인 것이다. 이럴 때, 그가 무극사를 향해 간다고 하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그가 고향(현실)을 떠난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기서 무극사는 고향과 대극의 자리에 있다. 그가 고향(현실)을 떠난다는 것은 곧 무극사(신화)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pp.8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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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3-03-24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이승우 책 읽으시네요. 저도 이 책으로 이승우 시작했는데요. 눈은 계속 읽히는데 점점 답답해져오는 그 무엇. 아이리시스 님 리뷰 보니 새삼 그때의 그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져 오네요. 아고..저, 손톱깍이..ㅜ.ㅜ 답답함에도 계속 눈으로 읽던 그 순간. 오랜간 가슴에 담겨지던 그 여운. 도대체가 알쏭달쏭한 느낌이었는데 말이죠.
어맛..개정판이 새로 나왔네요? 13년 1월이네요? 와우~ 대박!

아이리시스 님, 이승우 다른 책도 읽어보신 거 있으세요?

아이리시스 2013-03-25 17:00   좋아요 0 | URL
우와, 달사르님!! 와락. 우리 그 시리아 이후 처음 맞죠? 이승우 작가는 아버지뻘인데 데뷔할 때 저는 이 세상에 없었고 어차피 모든 작품을 한참 지나 읽는거여서 연대기는 무시했어요. 일단은 초기작이랑 최근작 읽는 게 목표였는데 이거 외에는 에리직톤의 초상, 지상의 노래, 사랑이 전설이요. 일단 장편부터 보려고요. 한낮의 시선인가 그거 남았죠? 식물들의 사생활도. :)

이 책은 개정판 나왔어요. 따끈따끈하게 받았는데 외양은 변하지 않았네요. 저는 에리직톤의 초상 좋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로마 아니, 바티칸이 나와서 그런걸지도.. 신은 역시 바티칸에서..( '')

달사르님이 읽어보신 건 뭐뭐있어요? 소설집은 뭐가 좋아요?

달사르 2013-03-27 18:52   좋아요 0 | URL
넹. 맞아요. 시리아 이후. 전 그 뒤로도 여전히 지도를 좋아한답니닷. 힛.
이승우 작가가 저는 삼촌 뻘. ㅋ
우와. 벌써 여러 권 읽으셨네요? 계속 읽다보면 겹치는 책도 생기겠어요.

저는 이승우 책을 최대한 많이 질러놨어요. 일단 쟁여놓고 시작할려구요. 근데 다 넘넘 좋아요. 아이리시스님 읽으시는 거 봐가며 같이 읽어도 되겠어요. 아이리시스님은 바티칸 좋아하시는군요! 음..알았어염. 체크! ㅎㅎ (저는 중간중간 읽어서요. 죄다 새로 시작해야 되요. ^^ )

아이리시스 2013-03-27 20:25   좋아요 0 | URL
네~~~ 다 쟁여놓고 인증샷. 읽기 시작할 때 인증샷. 읽고나서 리뷰랑 페이퍼. 이렇게 삼종세트 부탁해요. 바티칸의 신비주의와 종교의 오묘함이 좋아요. 무슨 말인지 저도 모르겠어요. 화이팅!

제가 찾아보니까 작가님이 우리 아부지보다 한 살 동생이세요! 아버지 아니었어요, 삼촌이었어!ㅋㅋㅋ

달사르 2013-04-14 19:4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이거 읽고 얼마나 웃었든지요. ^^

이런 건 제가 또 잘 따라하지요. 쟁여놓고 인증샷. 읽기 시작할 때 인증샷. 읽고나서 리뷰랑 페이퍼. ㅎㅎㅎㅎ
일단 책부터 다 찾구요. 여지껏 찾았는데 이제 절반 찾은 거 있지요. 도대체 책들이 어디로 숨었는지..ㅠ.ㅠ

아이리시스 2013-04-18 18:14   좋아요 0 | URL
저도 책을 몇 번 갈아엎고부터는 분명히 있다는 건 알겠는데 찾지는 못하겠어요. 그러면 그 책은 찾다지쳐서, 읽고싶어도 못 읽고 마는데, 그렇게 자꾸 쌓이면 신간은 구간이 되고, 구간은 더 구간이 되어가면서, 도서정가제도 아닌데, 신간을 사서 구간만든 걸 후회하게 되겠죠. 이런 수지안맞는 재테크가 있나요. 으흥!

이승우 삼촌 짱 멋져요!~~~~~~~~~~~~~(댓글의 끝이 이렇습니다)

맥거핀 2013-03-25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식한 질문 하나 해도 되요? 무극사가 뭔가요, 절이름? 극락이 없다? 그가 현실을 떠나서 제대로 신화로 갔는지 모르겠네요. 솔직하게 말하면요. 사실 이승우 작가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요. 장편도 그렇고, 단편집도 그렇고..아마도 무슨 수상집 안에 들어있는 건 한 두편은 읽었겠지만요. (수상집은 대체로 보니까요.) 요즘 나름 핫한 작간데, 어떤 책으로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이 책으로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저는 이상하게 아이리시스님 서재에만 오면 폭풍 질문을..

아이리시스 2013-03-25 19:16   좋아요 0 | URL
여기서는 실제 존재하는 절이름인데 상징적 의미가 있어요. 해석이 각자의 몫이고, 이런 해석이 한국소설에는 많죠. 부모의 역할, 가부장제, 가족의 부재 아니면 사랑에 모든 탓을 하기 때문에. 맥거핀님하고 저하고 이것만 닮았죠. 하나만 물어볼게 해놓고 폭풍질문 하는 거ㅋㅋ 그나마 대답가능한 선에서 물어줘서 고맙습니다(__) 이 책도 그렇고 '지상의 노래'도 무난해요.

참, 홍수현이 나오는 <외등> 봤어요. 좋았어요. 당연하지만 제가 제일 좋아했던 부분이 안나왔고 처음부터 눈이 멀어있는 거든가 그런 건 책이랑 달랐어요. 이 댓글에 어째서 감상문을 쓰고 있는 걸까요.

Shining 2013-03-26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리직톤의 초상, 개정판 내지는 복간 나온다는 소식을 들어서(작가님이 직접 말씀하셨다는!) 기다리고 있습니다_-* 저는 이 책도 좋고 지상의 노래도 왕 좋지만, 단편이 더 좋아요. 미궁에 들어선 테세우스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아리아드네의 실을 따라 걷고 있는 것을 깨닫게 하는(뭔 말이야ㅋㅋ) 문장이 좋아요. 문장 뒤켠에서 아른거리는 어떤 근원적인 죄책감도요. 좋아요 좋아요. 이승우 작가도 아이님도요(흐뭇).

아이리시스 2013-03-27 20:21   좋아요 0 | URL
그래요, 짱이야, 왜 저한테는 직접 말씀안하신 거임?-_+ 예전책들 말예요, 좀 제대로 복간해서 개정판 낼 필요가 있어요. 제가 박범신 작가님한테 꽂힐려고 할 때 읽고싶은 책들은 서점에 팔지 않았어요. 난 그분의 이삼십대 시절 쓴 소설이 궁금했는데. 도서관에는 가볼 생각을 못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어서 흥!

응, 장편 다음에 단편도 읽어볼 거예요. 한 권 읽었는데 제목 뭐더라, 이래서 단편이 문제예요. 읽는동안 휘발되거든요. 저는 소설 쓰기 직전에만 단편을 읽어요. 그러니까 최근 오년간 소설쓴 적이 없음. 쓰면 뭐해요. 지금은 박범신 작가님 옛날소설, 심지어 팔지도 않아@.@ 읽고있으니 그 사이에 Shining님이 소설집 순위 좀 매겨줘봐요. 아, <칼>은 몇 번째로 좋아요? 저는 수상집을 싫어해요. 사고싶지 않지만 사주겠어요ㅋㅋㅋ

작가님 옆에 제가 있어요. 너무 좋아요.

Shining 2013-03-28 11:56   좋아요 0 | URL
책 모양새도 그렇고 폰트며 행간이며..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도서관에 있어도 빌리기 싫을 때가 있다니까요_- 흐흐흐

그럼, 오 년 동안 단편 읽은 적이 없다는 말인가요!

순위를 매길 순 없어요....(밀란 쿤데라는 매겨놓고ㅋㅋ) <칼>이 제일 좋아요, <오래된 일기>(그러니까 표제작 오래된 일기)하고요.

그럼요 그럼요. 저는 이승우 작가님과 아이님을 사, 사랑하니까요(어머).

아이리시스 2013-04-13 14:54   좋아요 0 | URL
샤이닝님~ 사랑고백 받고 나 좀 어디갔다오느라..푸핫 십일동안 뭘 좀 하느라 답글이 늦어졌습니다. 안쓰려고 했던 거 아닙니다(말투 왜 이럼?). 그 책 새로나오면 사야겠네요. 생각해보니까 그 책 좋았어요. 그런 남자가 연애하자면 피곤하겠지만.. 저는 귀찮은거 딱 질색. 귀찮게하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그런 사람 금방 알아봐요. 뭐 살면서 그런 사람 없었지만요. 사실 만나기 힘든 남자들 아닌가요? 이해라고 하지만 노력외에 해줄 게 없잖아요. 나는 너를 이해하고있다.. 아..피곤해.. 퇴폐적인 성향의 사람들 앞에 나는 늘 주눅이 들어요. 밀란 쿤데라 매겼지, 참.

나 단편 읽은 적 있어요. 이승우도, 임철우도 또..읽었을 걸요..(무확신..)

transient-guest 2013-04-09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작가님은 이동진 기자의 문학적 숭배의 대상이라고 해요. 빨간책방에도 나온적이 있구요. 아마도 이동진 기자가 전작을 한 유일한 작가인것으로 압니다. 저도 이 책은 관심이 많이 가요. 요즘 한국책 구매를 자제하고 있어서 보관만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자주 주문하면 책값보다도 배송비용이 확 올라가는게 신경이 좀 쓰입니다.ㅎㅎ

아이리시스 2013-04-13 15: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트란님. 저도 최근 한 달 빼고는 꼬박꼬박 빨간책방 들었는데(나올때마다 꼬박아니고 내킬때마다 꼬박) 이승우작가님 나온 거 들었어요. 도란도란 나눴던 이야기나 분위기는 기억에 없지만.. 다 기억하기에 뇌용량이 너무 벅찹니다..풉. 저로서는, 진심으로, 트란님과 댈러웨이님이 어떻게 책값+배송비까지 신경을 안쓰고 충당하실지 신기할 뿐입니다..저라면 책을 안읽겠습니다.............( '') 이건 아니겠죠..

저는 알라딘에서 전자책 한두권 빼고는 안산지가..어언..1월3일에 주문했네요. 미스터리의 계보, 사고, 체벤구르, 야만스러운 탐정들 1,2 ... 저 뭐하는 거죠? ㅋㄷㅋㄷㅋ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