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문세계지도 - 지금의 세계를 움직이는 핵심 트렌드 45
댄 스미스 지음, 이재만 옮김 / 유유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한눈에 보기에도 동그라미가 가장 큰 프랑스는 세계에서 입국 관광객이 제일 많은 나라다. 미국이 6000만, 스페인이 5200만, 이탈리아가 4300만인데 비해 월등히 높은 7700만이 2010년 이 아름다운 국가에서 입국도장을 찍었다. 공항을 통과하지 않는 기차이동객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라면(로마로 입국해 밤기차로 파리에 도착한 경우 미포함) 통계는 더 커질 것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놀랍지도 않지만 의아한 점을 찾자면 바로 이것. '도착' 관광객은 철철 흘러넘치는데 '출발' 관광객은 최소. 유럽에서 가장 적은 수준. 너무 좋아서 국민이 자국에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 대답으로 엄마가 날린 돌직구는 이랬다. 게을러서 아예 놀러갈 생각을 안하는 게 아니냐. 일리는 있다.
오래 전 드레퓌스 사건이 정치투쟁으로 변화되었듯 근대로부터 시작된 높은 시민성을 가졌다는 상징이 짙다. 여행객이 불어로 묻지 않으면 대답을 안한다는 자국우월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기까지 하는 프랑스 국민들에게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친절과 예절을 요구하는 게 과연 무리일까. 아름다운 대지를 소유하였고 수많은 예술가들을 꽃피게 한 영광의 대가로. 문화예술의 도시의 명성에 걸맞게.
세계인구는 다행히도 계속 늘어나지만 지구전체로 볼 때 인구증가율은 서서히 낮아지고 있다. 중국, 일본, 미국, 브라질, 유럽 대다수 나라가 1% 미만인데 반해 동남아시아가 1-2% 사이를 유지하고 있고, 빨강과 진주황 원이 표시하는 2-3% 이상의 인구증가율은 아프리카 대륙이나 중동 일부에서만 보이고 있다. 흑인과 무슬림의 무서운 성장이 예고되는 반면, 남한으로 표시된 우리나라도 1% 미만의 인구성장률로 여성출산율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2010년에 70억인 세계인구는 중간추정치로 잡을 경우 100년 이후에도 거의 증가하지 못하거나 약간 증가한다. 중국 13억 4100만, 인도 12억 2500만, 미국 3억 1000만, 인도네시아 2억 4000만, 브라질 1억 9500만, 파키스탄 1억 7400만, 방글라데시 1억 4900만, 러시아 1억 4300만, 일본 1억 2700만, 멕시코 1억 1300만.
이중에 인구의 연간 변화율이 높은 나라는 미국, 브라질, 일본 또는 중국처럼 소위 경제강국이나 떠오르는 국가가 아니라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멕시코처럼 높은 인구에도 불구, 성장이 미미해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은 국가들이다. 구소련 중에서 가장 대국인 러시아의 인구는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불가리아, 벨라루스,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독일과 함께 심지어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중국,인도,미국 정도가 인구강국인줄 알았는데 인도네시아,파키스탄,방글라데시,브라질은 심지어 일본보다 많고 멕시코는 일본보다 약간 적다.
정치체제를 나타내는 2012년 자료. 현재 세계적 추세는 민주정이다. 에메랄드 색깔의 땅, 아메리카, 유럽, 오세아니아 대륙과 몽골,인도,남한 그리고 섬나라 일본,싱가포르,필리핀,타이완,인도네시아는 안정적인 민주국가 상태다. 이로서 1990년에 51개국이던 민주정이 2012년 88개국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민주국가 과도기에 있는 아프리카 대다수, 군주국을 표방하는 이란,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와 혼란상태에 있는 소말리아와 푼틀란드, 일당 통치 국가 북한, 중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알제리, 수단, 부르키나 파소가 건재한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권력을 다수가 나눠 자유와 평등을 목표삼자는 민주정은 냉전종결 이후 끊임없는 유혈사태와 잔학행위의 대가를 치르며 진행되었다. 아랍의 봄, 민주화의 물결이 부패와 권위주의적 통치를 종결시키고 정권을 교체하는데 성공한다. 여전히 피비린내 풍기는 내전이 계속되는 무서운 나라가 우리나라가 아닌 건 감사할 일이지만 전인류적 관점에서 범지구적 문제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체 인구 중 48%의 국민이 민주정이 확립된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통계치에 의하면 절반 이상의 국민이 여전히 독재에 신음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민을 대표하고 보호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국민에게 위협이 되는 인권유린은 지구상 대부분의 국가에서 적신호를 나타낸다. 캐나다, 그린란드,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이나 파푸아뉴기니를 제외하면 대체로 지구상 대다수 국가에서 난민이나 이민자에 대한 폭력적이고 모욕적인 대우, 경찰이나 교도관에 의한 학대, 임의적 체포와 구금 이상의 인권유린이 보고된다. 설상가상 멕시코, 브라질, 인도, 파키스탄, 이라크, 시리아, 팔레스타인 자치구, 수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대륙 일부에서는 사법 절차 없는 처형 이상의 극심한 인권유린이 행해지는 걸로 알려졌다. 한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북유럽 다수국에서만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이 법으로 금지되었고, 10년 이상의 관습에 의해 사실상 폐지된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여전히 일반범죄에 대한 사형제가 존속하고 있다. 특히 좌측 하단의 미국 주지도에 의하더라도 남부와 서부에서 사형제도가 존재한다. 더군다나 노예제도는 국제법상 엄연히 금지된 사항임에도 여성과 소녀들을 통해 성매매와 거부시 무참한 폭력과 협박으로 여전히 자행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이 도표는 무력분쟁 빈도와 추구하는 민주적 가치, 정부의 안정성, 대외 평화도를 측정해 만들었다. 같은 색깔이 동일한 평화도를 보이는 국가들. 세계일주가 꿈이라면 활용해도 될 만큼 눈에 쏙 들어온다. 특이한 점은 2008년-2011년 사이에 15계단 이상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여전히 평화의 둘째단계 '높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계속된 북한의 핵위협 때문이겠지만 북한이 다섯단계 중 매우 낮음에 속하면서도 하락추세인 걸 감안하면 꿋꿋이 우리를 잘 지켜온 셈이다. 평화 수준은 치안과도 연결되어 있으므로 여행에 써먹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북유럽, 동서유럽,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남미와 아프리카 일부를 제외하면 평화 지수는 대다수 나라가 적신호다.
미국, 브라질, 중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처럼 인구수가 많은 나라가 중간수준이라는 점에서 보면 낮거나 매우 낮은 국가는 역시 중동과 아프리카 대륙, 일부 남미대륙에 포진한 국가들이니 사실상 알고 있던 교양지식 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 평화 수준이 높으면 군사비를 절약할 수 있고 국가이미지 고양에 큰 도움이 되며 관광객을 유치하기 편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프리카를 차치하고도 필리핀, 버마, 인도, 파키스탄, 이란, 이라크, 캄보디아, 타이 등 어떤 문화를 가졌을지 궁금한 국가들이 대다수 매우 낮거나 낮은 평화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게 아쉽다.
신앙으로 분열된 종교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분포도다. 수치에 의하면 기독교 21억 8000만, 그중에서도 가톨릭교가 10억으로 가장 많고, 다음에 개신교, 그리스정교, 독립교회 순이다. 캐나다, 남미, 오스트레일리아, 서유럽과 남아프리카 일부가 가톨릭교를, 미국, 북유럽, 역시 남아프리카 일부가 개신교를 믿는다. 러시아와 동유럽 즉, 구소련 15국 다수는 그리스 정교를 믿는다. 이슬람교는 13억 4000만으로 추정되는 신도를 가지고 있지만 수니파가 11억이라면, 시아파는 1억 9200만으로 소수다. 북아프리카, 중동 다수가 수니파를, 이란과 이라크, 아제르바이잔이 시아파를 믿는다. 물론 각국에서 가장 많은 종교를 기준으로 색을 칠했으니 국민 전체가 한 종교를 믿는다는 뜻은 아니다.
아시아로 와서 인도와 네팔은 힌두교 신자가 많은데 9억 5000만, 2010년경의 통계다. 중국은 소수민족이 여럿 모인 국가답게 토착종교를, 홍콩, 마카오, 타이완도 마찬가지다. 북한과 오만, 쿠바는 공식적으로 무교, 남한, 일본, 몽골, 베트남은 대승불교를, 버마, 타이, 라오스, 캄보디아는 소승불교를 믿고 있다. 불교 신도는 약 5억 정도다. 여전히 기독교 신자는 이슬람교를 능가하지만 중동과 아프리카의 인구증가율을 떠올리면 이슬람교 신도가 훨씬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금처럼 미국과 아랍국가들의 힘겨루기는 경제적,군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종교적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종교내 갈등과 종교로 인한 세계 최악의 폭력과 유혈사태는 각 종교가 가지는 평화의 가치에 반하지만, 아무도 이를 묻지 않는다. 더하여 기독교에만 33800개 이상의 교파가 존재한다. 과연 하나님의 뜻일까. 종교가 비물질적이고 비폭력적 가치로 돌아가 종교 특유의 정체성을 지킬 날이 올까.
국제적으로 뛰는 김연아가 빙상연맹에서, 박태환이 수영선수권 대회에서, 박지성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받는 연봉은 우리나라 GNP 수치를 높인다. 지금으로서 나는 못하는 일이다. 앞으로도 못할 듯. GDP는 국적불문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총생산. 네이버지식검색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GDP 순위는 2012년 기준으로 15위, GNP순위는 2011년 기준으로 31위다. 기준연도가 달라 비교는 못하더라도 우리나라 뿐 아니라 GDP 상위 국가 대다수의 선진국이 GNP 순위를 달리한다. 또 GDP 총량과 개인의 소득량에 차이가 심해 경제불균형이 심한 산업구조를 안고 있다. 명목 GDP와 실질 GDP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면 더더욱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
한국처럼 성장과 개발, 무역으로 GDP/GNP 올리기에 목을 맨 결과, 좋은 점도 있다. 2011년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안에 남한 기업이 5개나 들어갔다. 무려 일본 기업 5개를 밀어낸 결과로. 주목할 부분은 중국 기업이 15개나 들어왔는데 미국 기업이 11개 빠지고 유럽 기업도 13개 빠졌다는 점이다.
***
1. 이 모든 수치와 통계는 2010-2012년 자료이며, 이 책은 1970년대에 영국의 펭귄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 벌써 아홉번째 개정판을 냈다. 2013년에 보는 통계는 당연히 빨라야 2012년 것일 수밖에 없다. 이 시간에도 시분초 단위로 세계는 변화한다. 인포그래픽한 시각자료를 활용하여 인류와 지구가 직면한 거의 모든 문제들을 한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2. 자료의 신빙성을 의심하지 말지어다. 경제학을 공부할 때 이론적 수치는 측정하는 방식이나 이론에 따라 수만가지로 달라질 수 있다고 배웠다. 수치와 통계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지금까지의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려 한 모든 행동에 타당성이 사라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모든 해석은 이 책 안의 지도와 통계, 수치를 보고 읽어냈고, 내용은 무작위로 일곱가지를 뽑았다. 책의 후반에는 지구상 공식 국가들의 수도와 면적, 인구수, 수명, 교육율, 과체중 비율, 국민총소득, 정부 총 부채, 1인당 에너지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부패인식지수 등이 일목요연하게 첨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