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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하기 꽃들에게 이름을 (공감17 댓글6 먼댓글0) 2025-04-11

재작년부터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집에서 동쪽 바다를 제외한 세 방향으로 네 가지 루트를 잡아 왕복 30km의 코스를 기분과 바람에 따라 번갈아 가며 주행중이다. 같은 코스를 일 년 이상 다니다보니 주변 풍경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익숙해진 만큼 또 세세한 것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한 번의 계절이 되풀이되던 작년에는 유독 국도변에 핀 꽃들에게 눈이 가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꽃의 생멸이 빈번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빈번함 만큼이나 많은 꽃들이 생멸 주기를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벼운 눈맞춤을 이어가던 중 그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꽃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다소 미안함을 느꼈고 작년 늦여름부터 눈맞춤하던 이들의 이름을 알아보았다. 집으로 돌아와 망막에 맺힌 상을 되살려 식물도감을 찾아보며 하나하나 기록하다보니 꽤 많은 꽃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왜 시인이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는지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나의 의미가 된다는지 그 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올해 다시 자전거를 타고 나선다. 작년에 미처 이름을 불러주지 못한 초봄에서 한여름까지의 꽃들에게 다시 이름을 불러줄 시간이다.


<작년 한해 늦여름부터 초겨울까지 국도변에서 만난 꽃들의 이름 - 이름을 알아내지 못한 꽃들도 아직 꽤 많다>


<들국화라 통칭되는 가을 국도변의 국화 종류가 이리도 많더라. 실제 들국화란 명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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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4-12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쁜 꽃이 아주 다양하군요. 관찰력만이 알아낼 수 있는 게 있지요. 글 쓰는 사람은 모름지기 관찰력을 갖고 세세히 기록하는 자세가 필요한 법. 저도 배우겠습니다.^^

잉크냄새 2025-04-13 10:33   좋아요 1 | URL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냥 지나쳐 버리던 꽃들이 이름을 불러주니 제게 다가와 하나의 의미가 되었습니다. 봄 날의 꽃들도 그 의미를 되찾아 볼까 합니다.

transient-guest 2025-04-15 0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소에는 차를 타고 다니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걷고, 달리고, 자전거를 타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시절엔 하루에 6-7마일씩 아침에 걷고 달리고 했었는데 정말 다양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감도 좋아지는 걸 느꼈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살던 동네는 10마일 반경 잡고 속속들이 길을 다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잉크냄새 2025-04-15 17:08   좋아요 1 | URL
꽃이 북상하는 속도가 4킬로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꽃의 북상 속도가 아닌 자연과 리듬을 맞춰 걸어가야 하는 사람의 속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속도에서만 자연은 그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고 사람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한 번 속도를 맞춘 길은 오래도록 그 길을 보여주더군요.

감은빛 2025-04-15 1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니 자전거를 언젠가는 꼭 배워야지 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재작년에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해 잠깐씩 연습하다가 며칠 만에 그만뒀고,
작년에도 또 시도하다가 며칠 만에 그만둬 버렸네요.
올해는 제대로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꽃들이 참 예쁘네요.
주말에 달리기 할 때 양쪽 천 변에 벚꽃이 멋지게 피어 있었어요.
힘든 몸 상태를 잊으려고 일부러 꽃을 보면서 달렸는데,
그 자리에 그렇게 어여쁘게 피어 있어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잉크냄새 2025-04-15 17:12   좋아요 0 | URL
사실 자전거를 못 타신다는 예전 글에 잠시 의심(?)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ㅎㅎ

걷기도, 달리기도, 자전거도 그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있지만 잠깐만 눈을 돌리고 허리를 숙이면 수줍은 듯 펼쳐진 작은 세상들이 보이게 되더군요. 저도 자전거 페달링이 힘에 부치면 도로변의 꽃들에 눈 맞추며 잠시 숨을 고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