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다사로운 어머니께
마루오카 마을 엮음, 노미영 옮김 / 마고북스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엄마의 투박한 손가락 맛이 우러나는 우엉 조림.
씹지 않고 그냥 삼킨다.
- 쓰루타 히로코 - 여, 21세

목이 메입니다. 쓰루타씨는 밥상 한 구석에 자리한 우엉 조림을 집어 먹으며 문득 엄마를 떠올리나 봅니다. 아마 멀리 떨어져 홀로 차린 밥상인가 봅니다. 아직 엄마만큼의 맛은 나지 않지만 그래도 엄마의 손가락 맛이 언뜻 느껴져 차마 씹지 못하고 울먹이나 봅니다. 우엉 조림보다 커진 그리움이 자꾸 커지나 봅니다. 엄마의 기억이 사라질까 차마 씹지 못하고 더욱 커진 그리움을 눈물 욱욱 삼키며 같이 삼킵니다.

어머니,
그 때처럼 맞으러 와 주세요.
숲속을 헤매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 마루야마 루코 - 여, 43세

학창시절의 늦은 귀가길, 마을 어귀 가로등 밑에는 항상 어머니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주머니속에서 따뜻해진 손을 꺼내어 자식의 언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제는 집을 떠나 생활하는 훌쩍 자라버린 자식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시곤 합니다. 강렬하지는 않지만 어떠한 비바람에도 은은한 빛을 잃지 않는 어머니는 생의 등대입니다. 마루야마씨는 빛이 보이지 않는 삶의 고단함속에서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운가 봅니다.

일본의 마루오카라는 읍 정도 크기의 마을에서는 매년 편지글 대회를 개최합니다. 제1회 대회에서 어머님을 대상으로 한 짧은 글 공모에 당선된 글들을 모은 책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머니에 대한 감정은 동일한것 같습니다. 글을 쓴 이의 나이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린시절의 동심어린 시선, 사춘기의 방황, 타지에서의 외로운 생활, 부모로서 첫발을 내민 시기의 동질감, 그리고 이제는 어머니의 죽음보다 오래산 이들의 사무친 그리움이 담겨있습니다. 처음에는 한페이지당 몇줄로 마무리지은 책의 편집이 다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그 어색했던 공간이 어머니에 대한 회상만으로도 부족합니다. 복효근 시인의 시 한편으로 글맺음합니다.

< 어머니에 대한 고백>     - 복 효 근 -

때 절은 몸뻬 바지가 부끄러워
아줌마라고 부를 뻔했던 그 어머니가
뼈 속 절절히 아름다웠다고 느낀 것은
내가 내 딸에게
아저씨라고 불리워지지 않을까 두려워질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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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4-11-20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의 켠켠이에서 어머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녁 귀가길의 가로등 불빛이, 때론 우엉조림에서. 구석구석 사랑으로 흔적을 남겨 주셨는데 말입니다.....(그나저나 우엉조림을 안 씹고 삼키면 체할텐데..걱정^__^;;)

미네르바 2004-11-21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라는 말

...........................................

잉크냄새 2004-11-21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삶의 곳곳에 어머니의 흔적이 남겨져있다는 것을 나이를 하나하나 먹어갈수록 느끼게 됩니다. 엄마라는 말, 나이가 들어도 어머니보다는 엄마라는 말이 더 정겹네요.^^

icaru 2004-11-22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효근의 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