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렴

- 백창우 -


사는 일에 지쳐 자꾸
세상이 싫어질 때
모든 일 다 제쳐두고
내게 오렴
눈물이 많아지고
가슴이 추워질 때
그저 빈 몸으로 아무 때나
내게 오렴
네가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방 하나 마련해놓고
널 위해 만든 노래들을 들려줄게
네가 일어날 때
아침이 시작되고
네가 누울 때
밤이 시작되는 이곳에서
너를 찾으렴
망가져가는 너의 꿈을
다시 빛나게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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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둠에 밀려 뒷걸음질 칠때가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굳게 닫아걸고 해가 진후 지친 몸을 이끌고 열어제친 현관문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온 몸을 감싸오는 어둠에 떠밀려 일상에 익숙해진 거실의 풍경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올때까지 그냥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을때가 있습니다. 슬며시 들어가 불을 켜면 아쉬운듯 긴 꼬리를 감추어버리는 어둠이 괜시리 서글퍼 한참을 바라다보아줍니다.

내가 가야하는 곳이 어디인지 몰라 한참을 헤매이곤 합니다. 때론 그리운 사람에게로, 그리운 고향으로 그렇게 짧은 발걸음을 옮기고 그 포근한 온기에 젖어 일상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내가 자유롭게 꿈꿀수 있는 공간과 나를 위한 노래가 있는 곳을 안다면 사심없이 그곳으로 떠나고도 싶지만 이곳 뿌리를 내리고 사는 곳의 인연을 완전히 끊을수 없나 봅니다. 망가져가는 나의 꿈을 다시 꾸는 곳도 지금 이곳임을 알기에 앞으로 이곳의 모든 인연 더 소중히 사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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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4-09-14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들은 시를 쓰는 것을 어려워 하고 읽는 것도 어려워 하던데 저는 아주 쉽게 생각해요. 내 있는 모습 그대로 다 받아들여줄 사람이 필요하고, 때로는 내가 너의 상처와 아픔과 못난 것까지도 다 받아줄 수 있다고 담담히 말하는 것이 시라고 생각해요. 시를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위로받으면 시는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구요. 잉크님 오늘은 조금 쓸쓸해 보이네요. 그러나 좋은 시를 가슴으로 만나셨잖아요^^,

갈대 2004-09-15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시의 '나' 같은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요.
어느 것도 쉽지는 않겠죠? 햇빛은 쨍쨍한데 바람에는 어느새 쓸쓸함이 묻어납니다.

Laika 2004-09-1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치고 외로울때 저렇게 찾아갈 곳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 난 왜 누군가가 찾아와 쉴수있는 방하나 만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잉크님이 올리는 시들은 몇번씩 다시 읽게 됩니다.

잉크냄새 2004-09-15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찬미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시가 여백이 존재하는 이유가 독자를 위한 배려가 아닌가 해요. 시인은 사물을 바라보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한것 같아요. 나머지 여백을 어떻게 채워나가냐 하는 것은 순전히 독자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따라 갈대님과 라이카님마저 다가오는 가을 사색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글들을 남기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