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詩는 깊은 울림이 없다 / 신경림



농무’의 원로시인 신경림(申庚林·67)씨가 요즘 시들이 너무 부자연스럽고 경박하며, 지나치게 독자들에 영합해 깊은 ‘울림’이 없다고 매섭게 질책했다.

신씨는 신작시집 ‘뿔’(창작과비평사)의 말미에 붙인 ‘시인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최근 전문지·잡지·동인지 등을 통해 수많은 시가 발표되고 있지만, 대부분 “울림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는 “시를 억지로 만들기 때문”이며, “시를 억지로 만들다 보니까 오늘의 우리 시 중 많은 것들이 말장난으로 시종하고 있다”고 작금의 시작(詩作) 풍토를 비판했다. “삶과는 아무 관계없는 말들을 이리저리 뒤바꾸고 돌리고 비틀고 해서 말의 난장판을 만들어 놓을 뿐”이라는 것이다.

신씨는 이어 “요즘 시인들이 너무 쉽게, 너무 함부로 시를 쓴다”지적했다. 이는 “70, 80년대의 이른바 민중시의 무거움에 대한 반동의 측면이 강하다”면서, 당시의 일부 민중시인들이 분단현실이나 노동문제 같은 주제만 다루면 다 시가 된다는 잘못된 잣대에 따라 불량품을 대량생산하기도 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요즘 시인들이 독자들에 지나치게 영합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시가 경박해지는 것도 시를 너무 쉽게 쓰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70, 80년대의 사회성의 시들”도 어쩌면 또 다른 형태의 독자와의 영합이었다는 혐의를 둘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신씨는 “시인이란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을 보다 쉽게, 보다 힘있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영국시인 워즈워스와 코울리지의 정의를 시인의 특성을 한마디로 요약한 명언이라고 소개한 뒤, 자신이 생각하는 ‘시란 무엇인가’를 이렇게 요약했다.

“시는 어차피 이상주의자의 길에 피는 꽃이다. 억지로 만드는 데서 벗어나 좀더 자연스러워지면서, 잃어버린 ‘절규성’을 회복하고, 왜소해짐으로써 놓친 큰 울림을 되찾는다는 일은 새로운 세기에 들어선 우리 시가 한번 시도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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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4-07-01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아무나 다...시나 글을 쓴다고 아우성이라 그런듯합니다...
그러고 보니...저도 그 '아무나' 쪽이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