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심해진 개짖는 소리가 아침 잠을 설치게 했다. 둥근 돔의 개집에서 밤을 보낸 개들이 일제히 짖어대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개들의 선상 반란을 일으켰다. 집 지키라고 길러온 개들이 집은 커녕 주인을 우롱하기 시작한지는 어언 56년이 지난 일이지만 이번에 일으킨 반란은 사람을 무는 행위인지라, 특히 이 개들은 광견병이 있는지라, 약간은 동물애호가적인 측면을 가진 이 몸도 몽둥이 하나는 준비해야겠다.

'주인을 우롱하지 않겠다' 고 나름대로의 플랜카드를 내어걸고 스스로를 정당화시켜보기 위해 당분간 개 입마개를 할듯도 하다만 한번 드러난 광견병 걸린 이빨이 어디를 갈 것인가? 잠시만 머리를 쓰다듬어 주어도 그 더러운 이빨을 드러내며 우르렁거릴 행동이 눈에 선하다.

달력을 수정하라. 오늘부로 초복,중복,말복이 아닌 또 하나의 날을 복날로 선포하니 그날이 4월 15일이라... 새벽을 알리지 않는 닭은 모가지를 비틀듯이 집을 지키지 않는 개는 된장이 약인지라...그날밤에도 개털이 바람에 스치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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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3-12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견병 걸린 개 주제에 주인이 물고, 심지어 주인이 되려고 설친다면 복날을 앞당길 수밖에요
'개털이 바람에 스치울 것이다' <- 이 문장 압권입니다.

잉크냄새 2004-03-12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행, 파행하여도 설마~ 하며 실날같은 희망이라도 품었던 스스로가 비참해지는군요.
오늘 아침 뉴스를 통해 보도된 황사에 쌓인 국회의사당이 개털이 날리는 개집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로그인 2004-03-1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오늘도 날 실망시키지 않는 김삿갓의 넋두리!
십 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 가는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뒤숭숭하여 알라딘 페이퍼 하나 못 쓰고 있었는데, 나 이거 담아갑니다!!!

icaru 2004-03-1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사에 쌓인 국회의사당이 개털이 날리는 개집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오...이 표현 저도 다른 데서 꼭 인용해야 겠어요~~!! 비유와 상징의 최강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