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안 돼'라는 말에 특히 힘을 주었다. 사람이 자기 생애를 되돌아보는 것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방해하지 말라는 거였다. 이번에도 고리드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진정한 고독은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는 순간에야 가장 절절한 것 같다. 누구나 고독한 때에야 지나온 모든 일들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오래도록 팽개쳐둔 자신의 실체가 기억 저편에서 가만히 다가오는 것이다. 과거는 한낱 지난 세월이 아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실체이다. 살아 있는 인간이 겪어온 모든 관계, 모든 행위가 단지 과거라는 이름으로 묻혀버린다는 것은 너무도 잔인한 노릇이다.

<데르수 우잘라> 블라디미르 클라우디에비치 아르세니에프 , p147~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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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8-11-23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제가 그렇게 괜찮은 책이라고 여러번 광고했었는데...^^

잉크냄새 2008-11-24 02:20   좋아요 0 | URL
네, 기억하고 있어요. 가장 슬픈 책이라는 것에 공감합니다. 문명과 떨어져 자연속에 동화되어 살아온 데르수의 말과 몸짓이 왜 그리도 슬픈던지요.

춤추는인생. 2008-11-23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고독은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는 순간에야 가장 절절한 것 같다.]
가장 무서운말이기도하면서도 가장 마음에 와닿는말이네요. 저도 이책읽어봐야 겠어요^^

잉크냄새 2008-11-24 02:19   좋아요 0 | URL
어느 늙은 중국인이 자신이 잊고 살던 세월에 대하여 데르수를 통하여 듣고나서 저녁 어스름녘에 고독에 잠기는 순간을 기술한 부분입니다. 아무 수식어없이 서술한 부분인데 저 또한 읽으면서 고독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꼭 읽어보세요. 왜 가장 슬픈 책이라 하는지도 공감하시게 될것 같아요.

털짱 2008-12-01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홀로 남겨진 시간 속에서
이제는 사라진 관계들을 되짚는 행위가 주는 상실감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몹시도 아프게 공감가는 구절이라 다시 한번 읽어봅니다.
여우님과 잉크님은 너무 아프게 절절한 책들을 좋아하시네요...^^

잉크냄새 2008-12-02 22:54   좋아요 0 | URL
상실감. 적절한 표현같네요. 전 데르수 일행이 떠난후 홀로 남겨진 중국인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