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봄날은 간다 - 우리 가슴에 어머니가 살아계시는가?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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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생명력과 닮은 어머니. 숨김없이 드러나는 봄날의 꽃처럼 고통과 상처를 사랑으로 꽃피우는 어머니의 의미를 새겨보는 <어머니 봄날은 간다>.

 

페미니즘 확산으로 '어머니'보다는 여성 그 자체로서의 자아성취감이 우선인 이 시대에 어머니를 소환합니다. 시인이자 정신분석상담가인 윤정 저자가 들려주는 어머니의 삶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를 대변합니다.

 

 

 

어머니의 일생을 담담히 써 내려간 '봄날', 시적으로 표현한 '어머니', 어머니의 삶에서 생명의 의미를 정신분석학으로 바라보는 '나봄'. 이렇게 하나의 장마다 세 개의 구성으로 이뤄진 <어머니 봄날은 간다>.

 

어머니를 바라보는 자식들의 마음은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 힘듭니다. 당연한 것처럼 받기만 했고 그마저도 부족하다 느꼈던 시간들. 어머니의 상처를 반복하기 싫은 피해 의식이 작동하기도, 동정의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로 태어나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어머니도 딸이자 여자임을 잊어버립니다. 어머니에게는 왜 그토록 모든 것을 강요했을까요.

 

20여 년간 정신분석상담을 하면서 사춘기 시절 부모님이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것을 절감한 윤정 저자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억압받았던 모든 감정을 드러내는 시기에 어떻게 끌어안고 자녀들과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이죠. 우리 어머니들은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수용과 공감의 힘을 받았던 적이 있을까요.

 

'어머니'라는 말은 딸도, 여자도, 아내도 대신할 수 없는 기표이다. - 책 속에서

 

 

 

자녀들 곁에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있는 것 자체가 큰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어머니 봄날은 간다>는 저마다의 가슴속에 어머니가 살아계시는지 묻습니다.

 

성장환경이 너무 어려워 오랫동안 어머니를 거부해왔었다고 고백하는 윤정 저자. 하지만 세상 속에서 상실당한 상처에 스스로 뛰어들어 상실시키는 생명의 주체로 살아간 어머니임을 깨닫게 되면서 달라집니다. 불만과 원망을 드러내던 시절에서 생명의 사랑을 들려주는 존재로서의 어머니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랑을 하는 것보다 먼저 받으며 시작한 인생. 어머니의 아픔을 받아주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지 생각해봅니다. 어머니의 삶을 통해 내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는 시간이 됩니다.

 

윤정 저자의 <태교 49개월>과 함께 이 책도 제대로 사랑을 줄 수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해 읽길 권합니다. 책 곳곳에 자리잡은 정채 작가의 삽화는 작품을 보는듯 멋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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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 블라디보스토크 - 2019~2020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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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를 몰라도 스스로 자유여행을 할 수 있는 친절한 여행가이드북 트래블로그 블라디보스토크. 2019 최신판으로 만나봅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러시아. 하지만 2시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라는 걸 알게 된 이후 더욱 친근해진 블라디보스토크.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후 인기가 치솟은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저가항공으로 1박 3일 도깨비 여행코스도 소개될 정도로 20~30대 젊은 층에서도 주말을 이용해 다녀올 수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블라디보스톡 전문가가 쓴 가이드북인만큼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첫 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필요한 상세한 정보가 가득합니다.

 

현지인들과의 소통에서 주의할 부분, 곰새우와 킹크랩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법, 발레 공연 제대로 감상하는 법 등 여행하며 실제적으로 필요한 세세한 팁들은 인기 만점 트래블로그 블라디보스토크 가이드북의 노하우!

 

 

 

블라디보스토크는 알레우트스카야, 스베틀란스카야, 아르바트거리 등 거리 이름을 잘 알아두면 편한 시내 위주의 여행이어서 도보 코스를 얼마나 자세히 알려주느냐도 중요한 것 같아요. 가이드북을 읽는 것만으로도 현지에 직접 있는 것처럼 생생합니다.

 

겨울 블라디보스토크 맞춤 여행코스도 있고, 내 여행 스타일에 맞춰 숙박, 식당, 경비, 교통수단 등 어떻게 여행 계획을 짜야 할지 노하우가 잘 정리된 가이드북이에요. 러시아 유제품이 핫인기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네요. 이런 소소한 팁들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합니다.

 

3박 4일 정도의 여행 일정이라면 블라디보스토크 근교까지도 다녀올 수 있습니다. 초보자도 블라디보스토크를 쉽게 다녀올 수 있도록 최적의 추천코스를 마련해준 가이드북입니다. 러시아 여행에서도 블라디보스토크에 집중하려면 트래블 블라디보스토크로 준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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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 - 견생전반전 하나와 인생후반전 도도 씨의 괜찮은 일상
도도 시즈코 지음, 김수현 옮김 / 빌리버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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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넘긴 1949년생 할머니와 한 살이 된 암컷 요크셔테리어 '하나'와의 일상 에세이 <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

 

여성의 마음을 꿰뚫는 연애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로 활동 중인 도도 시즈코 작가. 소설가로서 할머니로서의 일상에 더해진 반려견 '하나'. 젊은 연령대가 쓴 반려동물 에세이는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할머니라니. 지긋하게 나이 들었을 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특히 눈여겨보세요.

 

젊은 시절 이혼 후 줄곧 독신으로 살아왔지만 곁엔 언제나 반려견이 있었습니다. 강아지 '하나'가 오기 전 15년 견생을 살다 간 리키가 있었듯, 인생의 중후반을 반려견과 함께합니다.

 

 

 

마지막 반려견이 될지도 모르는 '하나'는 그동안의 개들과는 다른 꽤 독특한 캐릭터여서 반평생 반려견을 돌본 작가마저도 당황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산책용 리드줄을 보면 염세관과 울적함이 단번에 깊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반려견 '하나'. 산책을 싫어하는 개를 만나는 바람에 산책을 좋아하는 인간으로서는 황당할 지경입니다.

 

그나마 '안겨서 산책'은 즐긴다는 하나와의 산책. 그 길에서 만나는 동지들과의 수다는 즐겁습니다. 하지만 산책을 해야 하는 개를 키우는 노인을 많이 만날 수 없는 현실은 씁쓸한 노년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주변의 죽음을 겪는 나이. 도도 시즈코 작가는 인간이 아닌 강아지만이 곁에 있는게 위안이 된다고 고백합니다. 젊은 시절 개를 키우며 작가가 추구하는 행복의 형태, 금전적인 자립에 대한 생각을 갖춘 이후 반려견은 그녀의 인생관, 가치관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소설가답게 저자가 읽고 즐긴 에세이와 소설 이야기도 자주 등장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이젠 책 읽는 속도도 느려지고 읽었던 책인지 기억이 가물거리기도 하지만 너무 절망스럽게 바라보진 않습니다.

 

문득문득 일상에서 깨닫는 '늙음'. 그래도 도도 시즈코 작가는 나이에 비해 문체가 무척 젊은 것 같아요. 꼬장꼬장하지 않습니다. 인생 경험 길다고 해서 아는 척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많이 살았다 해서 영특해지는 건 아니라는 고백처럼 담백하게 풀어내는 에피소드들 때문에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었어요. 

 

그럼에도 노인임을 망각하지 않는 신체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야기들이 나올 때면 부모님 생각, 나의 노년을 생각하게 합니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체념과 희망의 밸런스'가 시시각각 요동치는 노년의 삶을 잘 보여줍니다.

 

견생 전반전을 시작한 하나와 함께 일궈가는 노년의 삶을 담담히 써 내려간 <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 고리타분하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유머감과 깊은 울림이 듬뿍 담긴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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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 그저 좋아서 떠났던 여행의 모든 순간
안혜연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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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부자 안혜연 여행작가의 에세이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여행지에서 보고 느낀 감정을 풀어놓은 흔한 여행에세이로 보여 큰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나도 모르게 쏙 빠져들어 재밌게 읽고 있더라고요.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는 여행작가의 비하인드스토리가 담겼습니다. 나 홀로 여행을 하는 이유는 그저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라고, 떠나는 데 필요한 것은 용기나 돈이 아닌 포기였다고.

 

손에 쥔 건 별로 없었으면서도 놓아버리면 큰일이 날 것 같았던 마음으로 살던 시절을 회상하기도 하고, 계획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여행 중의 에피소드도 툭툭 튀어나오면서 여행작가로서의 삶을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일 년에 몇 개월은 긴 여행을 떠나는 여행작가의 일상.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라는 제목처럼 이 책에서는 특정 지역을 다녀온 여행기 대신 이곳에서의 일상과 또 다른 곳에서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에어비앤비 덕후답게 여행지에서도 그들이 사는 방식으로 살아보는 일상 같은 여행을 하기도 하고, 시간이 꽤 지난 후에도 기억할 만큼 웃픈 에피소드도 풀어냅니다. 여행 당시의 생생한 체험담을 후딱 쏟아내는 것도 재밌지만, 오래 지난 후에도 남은 잔상만큼은 내 가슴속에 남아 있는 진짜 감정이고 추억으로 남는 것이겠지요. 전투적인 여행기보다는 이렇게 "여행마저 열심히 하지 마세요. 우리 너무 열심히 살고 있잖아요."라는 말이 더 와닿기도 합니다.

 

여행지에서 먹는 아침식사. 거창한 음식이 아닌데도 꿀맛입니다. 그날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하루의 시작이 기대감에 젖어들어있기 때문일까요. 빽빽한 관광 일정을 맞추려 서두르지 않고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는 기쁨을 볼 수 있습니다.

 

 

 

6년차 프리랜서 여행작가 안혜연의 소소한 이야기들에는 따뜻한 감성이 담겨 있습니다. 여행작가로서의 삶이라는 현실 이야기는 보여주기식 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공감이 더해졌고, 과하지 않게 털어낸 비하인드스토리는 여행작가들을 직접 만나 수다 떨듯 듣고 싶었던 그런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안혜연 작가의 <버스타고 주말여행> 책처럼 일상인 듯 아닌듯한 여행을 선호하는 저로서는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의 글 스타일도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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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그림 하나 - 오늘을 그리며 내일을 생각해
529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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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529의 그림일기 <하루 그림 하나>.


당신은 1년 전 그날을 기억하나요? 그 순간엔 기억할 거라 믿고 싶겠지만 결코 떠오르지 않는 비슷비슷한 일상.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529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365일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썼습니다. 업무가 아닌 내 생활에 대한 건 전혀 기억으로 남는 게 없다는 걸 알게 된 후 쓰고 그리기 시작한 그림일기입니다.

 

 

 


하루에 하나씩, 짧은 글이어도 다시 들춰보는 순간 당시의 감정이 소록소록 돋아날 것 같아요. 어떤 날은 명문장을 인용하기도, 어떤 날은 털어놓기 힘든 감정을 툭 던지기도.


다른 이가 보면 별것 아닌 일상 글이지만 365일 거르지 않은 그림일기의 가치는 곱씹어 볼수록 대단하다 싶습니다. 평소 비슷한 생각을 했음에도 나는 기록하지 않아서 잊어버리고 놓쳤던 감정들을 남의 일기에서 발견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솔직히 부러운 감정이 들었어요.

 

 

 


매일 스펙터클한 일이 일어날 수는 없는 법. 사소한 것들이 결국 내 일상을 지탱하고, 내 인생의 한 부분을 만든다는 걸 알면서도 하루하루를 허투루 넘겨버리고 삽니다.


일러스트레이터 529는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낼 줄 아는 사람이네요. 2월 9일 일기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끊임없이 찾기". <하루 그림 하나>는 스스로를 최우선으로 뒀을 때 일상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쓰기 위해서라도 하루를 되돌아보며 내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그림일기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 것 같습니다. 소확행이 별건가요. 아무것도 한 게 없었던 것 같아도 결코 무의미한 하루를 보낸 게 아니라는 걸 비로소 깨닫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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