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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 - 견생전반전 하나와 인생후반전 도도 씨의 괜찮은 일상
도도 시즈코 지음, 김수현 옮김 / 빌리버튼 / 2018년 10월
평점 :
환갑을 넘긴 1949년생 할머니와 한 살이 된 암컷 요크셔테리어 '하나'와의 일상 에세이 <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
여성의 마음을 꿰뚫는 연애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로 활동 중인 도도 시즈코 작가. 소설가로서 할머니로서의 일상에 더해진 반려견 '하나'. 젊은 연령대가 쓴 반려동물 에세이는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할머니라니. 지긋하게 나이 들었을 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특히 눈여겨보세요.
젊은 시절 이혼 후 줄곧 독신으로 살아왔지만 곁엔 언제나 반려견이 있었습니다. 강아지 '하나'가 오기 전 15년 견생을 살다 간 리키가 있었듯, 인생의 중후반을 반려견과 함께합니다.
마지막 반려견이 될지도 모르는 '하나'는 그동안의 개들과는 다른 꽤 독특한 캐릭터여서 반평생 반려견을 돌본 작가마저도 당황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산책용 리드줄을 보면 염세관과 울적함이 단번에 깊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반려견 '하나'. 산책을 싫어하는 개를 만나는 바람에 산책을 좋아하는 인간으로서는 황당할 지경입니다.
그나마 '안겨서 산책'은 즐긴다는 하나와의 산책. 그 길에서 만나는 동지들과의 수다는 즐겁습니다. 하지만 산책을 해야 하는 개를 키우는 노인을 많이 만날 수 없는 현실은 씁쓸한 노년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주변의 죽음을 겪는 나이. 도도 시즈코 작가는 인간이 아닌 강아지만이 곁에 있는게 위안이 된다고 고백합니다. 젊은 시절 개를 키우며 작가가 추구하는 행복의 형태, 금전적인 자립에 대한 생각을 갖춘 이후 반려견은 그녀의 인생관, 가치관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소설가답게 저자가 읽고 즐긴 에세이와 소설 이야기도 자주 등장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이젠 책 읽는 속도도 느려지고 읽었던 책인지 기억이 가물거리기도 하지만 너무 절망스럽게 바라보진 않습니다.
문득문득 일상에서 깨닫는 '늙음'. 그래도 도도 시즈코 작가는 나이에 비해 문체가 무척 젊은 것 같아요. 꼬장꼬장하지 않습니다. 인생 경험 길다고 해서 아는 척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많이 살았다 해서 영특해지는 건 아니라는 고백처럼 담백하게 풀어내는 에피소드들 때문에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었어요.
그럼에도 노인임을 망각하지 않는 신체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야기들이 나올 때면 부모님 생각, 나의 노년을 생각하게 합니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체념과 희망의 밸런스'가 시시각각 요동치는 노년의 삶을 잘 보여줍니다.
견생 전반전을 시작한 하나와 함께 일궈가는 노년의 삶을 담담히 써 내려간 <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 고리타분하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유머감과 깊은 울림이 듬뿍 담긴 에세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