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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고독 아이슬란드
이준오 지음 / 홍익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슬란드가 어디에 있는 나라야?
순간 영국 옆에 붙어있는 섬인 아일랜드를 떠올렸다가 뭔가 아닌듯싶어 지도를 보고서야... 영국보다도 훨씬 북쪽으로 덩그러니 홀로 있는 섬을 발견했네요.
북유럽에서도 고립된 위치에 있는 섬, 아이슬란드.
그곳은 SF 영화의 단골 촬영지가 될 만큼 태초의 지구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고 하네요. <프로메테우스>, <인터스텔라>, <토르>, <스타트렉 다크니스>... 영화 이름만 들어도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고, 아이슬란드의 분위기가 상상이 됩니다.
하지만 이준오 저자는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아이슬란드를 평가하네요.
저자 역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열정적인 팬으로 <프로메테우스> 오프닝 시퀀스에 나오는 폭포 풍경을 보고서는 멋진 CG일 거라고 예상했다가... 실제 이 지구에 있는 장소라는 것을 알고 그 데티포스란 이름의 폭포가 있는 아이슬란드행을 꿈꾸게 됩니다.
태초의 지구 모습을 간직한 곳이라니... 왠지 오지여행 필이 나는?!
길치에 뼛속까지 도시생활자였던 그가 기차도 지하철도 없는 아이슬란드 여행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 여행 전의 일상을 떠올리면 이렇게 그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쾌락인지 모른다. 』 - p23
아이슬란드까지는 직항이 없어 암스테르담에서 몇 시간 머물러야 하는데 이때만 해도 암스테르담의 북유럽 특유의 분위기에 만족스러워하지요. 아이슬란드에 별 볼 것 없으면 일찌감치 암스테르담으로 다시 와야겠다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 보낸 3주 후에는 달라진 그를 엿볼 수 있답니다.
<세상의 모든 고독 아이슬란드>는 저자가 여행하면서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선이 무척 잘 드러나고 있네요. 낯선 장소를 묘사함에 앞서 감정을 먼저 고백하는 글이 꽤 맘에 들었습니다.
음악감독이자 뮤지션답게 노랫말 같은 문장이 참 많더라고요. 편안하게 읽히는 책이더라고요.
아이슬란드의 첫 느낌은 춥고 스산하고 뭔가 볼 것도 없어 보여 경유지 암스테르담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꽝이었지만, 매시간이 흐를 때마다 새로운 아이슬란드의 모습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책에 소개된 아이슬란드 자연 사진을 보면 청량감이 가득합니다. 빙하를 보면서도 매섭고 차가운 이미지라기보다는 오히려 새벽의 서늘한듯한 시원함이 물씬~
오후 5시면 어둑어둑해지고 저녁 8시면 서울의 새벽 분위기여서 아이슬란드의 자연을 놓치지 않으려면 하루를 일찍 시작해야 하네요. 호수에 떠다니는 빙하를 볼 수 있고, 스케일이 남다른 폭포가 흔한 그곳은 그야말로 초현실적인 풍경이라 합니다. 눈 덮인 산, 연초록 이끼, 푸른 초원, 얼음이 한눈에 다 들어오는 이상한 현실이라고요.
자연의 위대함을 몸소 겪으며 목적도, 부담감도 없는 그야말로 여유로운 여행을 합니다.
사실 그의 여행 목적은 독특했어요. 자신을 '고립' 시키고 싶어 떠난 여행이라고 말하거든요.
고립의 이미지가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와 잘 어울리네요. 불의 땅이라 불리는 북쪽 지역은 10월임에도 눈이 많이 내려 아쉽게도 화성 같은 지구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언젠가 다시 한 번 아이슬란드를 찾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책 속의 말이 정말 마음에 든 장면이었어요. 공감 팍팍.
세상의 변화에 적응해가야 한다는 조바심, 다른 사람의 시간과 나의 시간을 비교한 탓에 느꼈던 숨막힘.
주어진 일정에 맞춰 팍팍하게 살아내는 일상과는 정반대 성격의 여행을 하는 그를 보며, 일상에 지쳐 떠난 그가 이 여행을 끝마쳤을 땐 여행 후유증이 좀 있겠구나 예상되더라고요.
하지만 인간은 좋든 안 좋든 참 적응이 빠른지라...
그도 이렇게 말하네요. 여행이 준 경외심과 도시의 안정감 사이에서 묘한 감정의 충돌이 있더라 하고요.
아이슬란드 여행의 첫 시작 레이캬비크에 일주일 만에 돌아오니 그사이 뭔가 달라진 느낌을 받았다 합니다.
일주일간 아이슬란드 대자연은 그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요.
『 이곳에 머무는 나는 정지 버튼을 누른 사람입니다. 』 - p214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떠나봤자 어차피 다시 그 환경으로 되돌아올 건데 뭐가 달라지겠느냐 생각이 든다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여행을 해보지 않은 경우 일거라 생각합니다. 저자 역시 아이슬란드를 다녀온 후 여행 후유증은 분명 겪었지만, 아이슬란드는 긴 세월 눌러온 삶의 무게와 고독을 위로했습니다. 절대 고독 그 자체인 아이슬란드 대자연 앞에서 인간의 고독은 내세울 게 못되나 봅니다.
<세상의 모든 고독 아이슬란드> 처럼 감정선이 풍부한 여행 에세이 참 마음에 들어요. 너무 묵직하지도 않고 (그건 아이슬란드 대자연이 주는 웅장한 느낌만으로도 묵직하기에) 오히려 가끔 한방씩 터뜨리는 저자 입담도 재밌었고요. 아이슬란드, 매력 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