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직을 넘어 전설을 꿈꾸다 - 택시대학 정태성의 끝나지 않은 도전
정태성 지음 / 천그루숲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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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22년 차 택시기사이자 비전택시대학 총장 정태성 저자의 책 <천칙을 넘어 전설을 꿈꾸다>.

감동과 용기, 희망의 메시지를 들려주는 휴먼 다큐 스토리입니다. 택시기사라는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고정관념, 선입견, 편견, 상식에 태클 제대로 거는 삶을 몸소 실천한 분이시네요. 

 

 

 

통곡의 날도 많았고 가슴 벅찬 일도 많았던 파란만장한 인생을 걸은 정태성 택시기사님. 누구나 저만의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도 소소한 일상에서 희망을 건져 올리고 싶은 이들에게 공감과 격려가 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 만큼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게 없던 삶. 그러다 보니 열정도 자신감도 없어지고 실패가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장기매매까지 생각할 정도로 나락에 빠지며 희망의 싹조차 없었던 기나긴 시절. 인생에 리셋 버튼이 있다면 과감하게 누르고 싶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30대 중반 신용불량자 신세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었을까요. 첫 성공 체험이라고 할 수 있는 택시운전자격 시험이 재기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택시회사에 취업하고 첫날 14시간을 운전하고 받은 5만 원. 그렇게 돈만 벌었던 전형적인 생계형 택시기사로 살았습니다. 

 

택시운전기사로 살며 온갖 행태를 다 겪었습니다. 이유 없는 욕설, 폭행은 기본. 긴장과 불안의 연속의 나날들이 이어졌지만, 고비가 있을 때마다 온정 베풀고 격려해준 고마운 승객들을 생각하며 이겨냈습니다. 이런 승객들 덕분에 목적의식을 가지고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국가대표 택시기사가 되기로 합니다. 해당 분야의 일류가 되기 위해 선진택시문화를 배웁니다. 일본에서 시민들에게 존경받는 MK택시, 런던의 움직이는 랜드마크 블랙캡은 세계 넘버원 택시 서비스를 선보이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MK택시회사에 외국인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신입사원 연수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단순 견학이 아닌 정식 연수를 받는다는 건 끝없는 두드림 끝에 얻어낸 결실이었습니다. 명문 옥스퍼드 대학 박사학위 받는 만큼이나 어렵다는 런던의 택시운전 자격증 덕분에 택시기사의 천국이 된 런던도 방문했습니다.

 

초속성으로 배출되는 한국의 택시기사 시스템 대신 몸으로 체험으로 가슴으로 느끼며 배운 일본과 런던의 택시 서비스를 카피하는 것을 넘어 자기 것으로 만듭니다.

 

한국에서 남이 하지 않는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배운 대로 실천하는 가운데 온몸으로 깨닫는 체험적 교훈이 진짜 배움이기에 도전, 또 도전했습니다. 

 

 

 

나다운 직업관은 나의 이야기가 담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나만의 가치관이 담긴 직업철학이다. - 책 속에서

 

선진택시문화를 배우며 택시기사로서의 마인드와 직업관도 굳건해졌습니다. 택시운전은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직업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택시기사를 하는데 무슨 대학이 필요해?"

그런 세상에 의문을 품고 직접 만든 비전택시대학. 택시운전이라는 직업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는 혼자만 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겉모습이 아닌 인간 본연으로 평가받는 사회, 각자의 꿈과 직업이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는 데 동료들과 함께 걸어가야 함을 깨닫습니다.

 

힘든 시절을 겪었기에 타인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생각하는 공감력이 있는 정태성 저자. 자신만의 경험담으로 강연하면서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깨닫는 직업관을 설토합니다. 

 

 

 

<천직을 넘어 전설을 꿈꾸다> 책 표지를 보자마자 의아해했던 사진이 있습니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 차량에 택시표시등이 있다니! 사양산업이라는 택시운전을 새롭게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택시기사의 사회공익적 역할에 대해선 솔직히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기사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말뿐인 희망이 아닌 진정성 엿보이는 메시지가 가득합니다.

 

택시운수종사자들에게 도서를 후원하는 책사랑 택시 캠페인을 진행하며 '독서하는 택시기사' 그 모습만으로도 택시기사 스스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단계인 천직을 뛰어넘어 공동체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전설이 되고 싶다는 정태성 택시기사님의 한 걸음 한 걸음. 정말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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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수상한 서재 1
김수안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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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의'라는 뜻을 가진 암보스 ambos.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암보스>는 몸이 뒤바뀐 두 여자가 살인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황금가지의 새로운 단행본 레이블 '수상한 서재'의 첫 작품으로 선보일만한 강렬한 소설이었어요. 표지만으로도 이미 싸한 기운을 팍팍 풍기는 영혼 체인지 소설이란 걸 눈치챌 수 있습니다.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 엄마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해버린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시작하는 <암보스>. 연쇄살인 사건의 두 번째 피해자입니다. 

 

 

 

한편 병원에서 깨어난 신문기자 이한나. 소설 속 주요 화자입니다. 취재하던 화재 현장에서 위험에 처했던 상황이 마지막 기억입니다. 그런데 옥상에서 투신자살 시도해 병원으로 온 것으로, 게다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육체적으로도 말이죠. 이한나의 몸은 어디로 간 걸까...

 

가족의 빚으로 고통받아온 기자 이한나와 달리 가족은 없지만 많은 유산을 받아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작가 강유진. 둘은 정반대의 사고방식과 삶을 살아왔습니다. 한나와 유진은 죽음을 앞두고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도 모르게 이미 인연이 있었습니다. 자살 사건을 취재하다 자살에 이르게 한 동기부여가 된 소설을 쓴 작가 유진을 본의 아니게 곤란하게 했던 기자로서 말이죠.

 

기묘한 건 유진의 소설에서 이미 영혼 체인지 소재를 다뤘고, 현재 상황과 꽤 비슷하다는 겁니다. 소설에서처럼 분명 1년 뒤에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는 확신을 하며, 서로의 몸을 하고서 둘은 1년간 이대로 살아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한나와 유진은 달라도 너무나도 다른 인물이었어요. 경제적 문제가 있었지만 사회적 활동을 활발하게 했던 기자 한나,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며 늘 집안에서 생활했던 작가 유진.

 

가치관은 물론이고 가족, 사회적 관계, 외모와 건강, 성격 등 모든 것에서 극과 극을 달립니다.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몸이 뒤바뀌기 전 둘 다 죽기로 결심했던 것뿐.

 

언제가 될지 몰라도 다시 되돌아갔을 때 영향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1년간의 생활을 유지하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미묘한 성격 변화를 눈치채기도 합니다. 

 

 

 

 

1년이 다 되어가던 시점. 유진의 몸으로 살고 있는 한나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날아드는데. 진짜 자기 몸이 변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한나의 몸으로 산 유진이 죽어버린 겁니다. 연쇄살인의 수법과 닮은 이 사건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한나의 몸으로 활동한 유진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비밀이 하나둘 드러납니다. 

 

 

 

한나의 몸으로 죽은 유진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은 완벽하게 대조되는 두 여자의 삶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서로가 바뀐 역할에 충실하자고 약속했으면서도 그 이면에 담긴 속내는 서로를 잡아먹는 폭탄 돌리기였습니다.

 

경제력, 외모, 직업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살로 내몰 정도로 외로움과 두려움에 시달렸던 작가 유진과 달리 오명도, 외로움도 모두 감내할 만하다 여기며 세상의 눈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은 기자 한나. 서로가 갈구하던 것을 몸이 뒤바뀌면서 얻은 셈이지만 언젠가는 다시 뒤바뀔 거라는 한계점이 가져다준 심리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분량 더해서 각자의 심리 변화를 그들의 목소리로 더 깊게 들여다보고 싶었는데, 촉 좋은 형사의 추리로 진행하는 부분이 살짝 아쉽긴 했어요. 대신 초현실적인 소재를 현실적으로 끝내려고 억지 부리지 않아서 오히려 결말은 상큼하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의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없던 걸 가지려고 노력하는 대신 지금의 나를 버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준 소설 <암보스>. 영혼 체인지 소재 자체는 익숙하지만 결말 예측이 쉽사리 힘들 정도로 상황을 꼬아 신선하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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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It Up! - Music Craft Studio, 남무성·장기호의 만화로 보는 대중음악만들기
남무성.장기호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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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상식 넓히고 싶은 일반인과 장차 뮤지션을 꿈꾸는 이들의 필수 책 <POP IT UP!>. 남무성 평론가의 전작, 20세기 팝뮤직의 획을 그은 록의 역사를 담은 <Paint it Rock 페인트 잇 록>으로 방대한 록 세계를 맛봤는데 이번 책도 기대 이상입니다.

 

 

 

일반인에게는 음악을 듣는다는 의미를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내 귀에 좋으면 그만이라는 식이었다면~ <POP IT UP! 팝잇업>을 읽고 나면 감상한다는 것과 즐긴다는 것의 본질적인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주인공 강화성이 노래 하나 만들어내는 과정 속에서 음악적 노하우가 배어 있는 깨알 정보들로 가득한 맛깔난 대사가 일품인 <POP IT UP!>. 그저 뮤지션과 노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작곡, 작사에 초점 맞춘 책입니다. 

 

늘 우리 곁에 함께하는 동반자 대중음악. 한 번 듣고 마는 노래, 계속 듣고 싶은 노래, 다운로드를 하거나 음원을 구매하고 간직하고 싶은 노래.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POP IT UP! 팝잇업>에서는 1970년~2016년 빌보드 차트 1위 노래를 분석해 히트곡의 비밀을 낱낱이 공개합니다.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히트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판매수익을 올렸던 노래를 분석해 그 노래들이 갖고 있는 비법도 살펴보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비틀즈의 대중음악 작곡법에 대한 창의적 노하우를 언급하는데 비틀즈의 음악적 업적은 정말 알면 알수록 대단한 것 같습니다.

 

 

 

남무성, 장기호 공저자들은 요즘 음악 공부를 하지 않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자칫 우리나라의 음악 수준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진정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 방법 이외에는 없는데 말입니다. 

 

문학적 가치는 글의 논리, 창의성, 완성도에 있듯 음악적 가치도 음의 논리, 창의성, 완성도에 있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음악가는 리듬, 멜로디, 화성을 동시에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어쩌다 한두 곡 만드는 걸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음으로 스토리를 끌고 가는 방법론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책에서 소개한 명곡들을 분석해보면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감동을 줍니다. 자기 생각대로 음악을 끌고 가기 위한 계산 방법인 작곡. 하나의 정답이란 건 없기에 작가의 창의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POP IT UP! 팝잇업>은 실전 화성 교재 역할까지 합니다. 화성 원리는 일반인이 봤을 때 외계어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이 숨어 있는 스케일 이야기는 음악적 심리효과를 이용한 영화음악 사례로 설명해 흥미로웠어요. 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람을 울리고 웃길 수 있는 거죠.

 

 

 

평소 음악과 친하지 않은 제가 읽어내기엔 딱딱한 내용이 있었지만 만화 형식 덕분에 친근하게 다가왔어요. 국내외 뮤지션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캐릭터 특징을 어쩜 그리 잘 잡아냈는지.

 

대중적이라 대중음악이라 부르면서 정작 우린 얼마나 음악을 알고 있을까요.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음악에 대한 기본 상식 정도는 알아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 남무성·장기호의 만화로 보는 대중음악 만들기 <POP IT UP! 팝잇업>.

 

좋은 음악을 좋은 음악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대중의 역할을 짚어주고, 작법을 위한 기초 이론으로 실용음악 교재 역할까지 하는 음악 입문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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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항목을 참조하라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황가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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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의 초기작이자 대표작인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 See Under : LOVE>. 홀로코스트 문학의 새로운 고전으로 평을 받은 소설입니다. 이스라엘 건국 후 태어난 작가의 객관적이고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 시선은 기존의 홀로코스트 증언에 의존한 문학과는 또 다른 울림을 줍니다.

 

 

 

1장 모미크 편은 화자인 모미크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당시 이스라엘 건국 후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팔레스타인 유대인과 디아스포라 유대인 사이의 간극, '저 멀리'에서 겪은 공포를 침묵과 한숨으로 묵히던 시절입니다.

 

수용소에서 죽은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나타난 안셸 할아버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으려 애썼던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한 사건을 계기로, 아홉 살 모미크는 '역사에서 이름을 지워 버려야 마땅한' '나치 짐승'에 대해 알고 싶어 합니다. '저 멀리'의 사라진 땅을 퍼즐 맞추듯 재구성합니다.

 

"죽음의 열차가 뭐예요?", "그들은 왜 어린아이들을 죽인 거죠?"라는 질문을 하지만 답은 들을 수 없습니다. 한밤중의 악몽으로 밤잠 못 이루는 아빠, '저 멀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모두가 그에 대해 얘기하지 않으려 애쓰는 당시 분위기 속에서 모미크는 수수께끼를 풀듯 나름의 가설을 세웁니다.

 

'나치 짐승'을 키운답시고 동물들을 지하실로 데려와 가둔 채 '짐승'이 나오길 기다리는 엽기적인 행각까지 벌이고, '저 멀리'는 분명 아름다운 땅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홀로코스트에 대해 점점 알게 되는 모미크는 실존 인물인 유대계 폴란드인 작가 브루노 슐스에게 푹 빠집니다. 『모래시계 요양원』, 『계피색 가게들』 두 권의 저서를 남긴 브루노 슐스는 나치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작가 브루노가 살해당한 이유를 알게 된 후 모미크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슨 짓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본 후에도 어떻게 삶이 계속될 수 있느냐는 의문에 빠집니다.

 

살해당하지 않고 탈출했다고 믿으며, 미완성 원고인채 사라진 『메시아』를 재현하는 모미크. 살아보지 않은 '저 멀리'에서의 삶을 알기 전까지는 인생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모미크로서는 이제 브루노를 열쇠로 활용합니다.

 

브루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브루노와 모미크의 대화로 이루어진 2장 브루노 편. 환상과 은유로 이뤄진 방대한 상상력을 펼친 글은 과대망상증 환자의 글을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파트이기도 했습니다.

 

 

 

3장 바세르만 편은 어린 시절 나타난 안셸 할아버지의 '하얀 방'과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안셸 할아버지와 수용소 소장과의 대화 속에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나치 입장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셰에라자드처럼 수용소 소장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안셸 바세르만. 소장이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의 작가인 바세르만은 동화의 후속편을 지어 들려주게 됩니다.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해 이야기 쓰는 작가가 된 셈이죠. 새로운 이야기에 처음 등장시킨 카지크라는 인물은 작가와 소장의 미묘한 심리전에 활용됩니다. 

 

 

 

나치 집단 학살 수용소에 머물며 나이겔 소장에게 들려준 이야기의 주인공 카지크.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 마지막 4장에서는 카지크의 전기를 다룹니다.

 

24시간 만에 사람의 일평생을 겪고 죽는 아이 카지크. 카지크는  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죽을 때까지 사는 동안 전쟁에 대해 전혀 몰랐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인물입니다. 

 

 

 

4장 '카지크의 삶에 관한 완전한 백과사전'은 소설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에서 언급된 이야기들과 부차적인 설명이 항목별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700페이지 넘는 묵직한 분량의 소설 대부분이 은유가 많아 쉽게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었는데, 소설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홀로코스트와 인간 존재의 의미에 관한 이야기들이 단번에 정리된 느낌입니다.

 

악몽 속에서 홀로코스트를 추측하거나 재현하며 고통으로 신음하는 삶을 산 모미크. 가정을 꾸려 그의 아이가 홀로코스트에 대해 물었을 때 정작 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는 심정을 밝힙니다. 침묵과 한숨으로 점철된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삶. 2차 세계대전은 육 년 만에 끝났지만, 그들의 전쟁은 몇십 년째 진행 중임을 보여줍니다.

 

우리 모두가 빌었던 소원은 딱 한 가지였습니다. 카지크가 전쟁을 모르는 채로 생을 마치게 해달라는 거였죠. (중략) 우리가 바란 건 그렇게 사소한 거였답니다. 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죽을 때까지 사는 동안 전쟁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요.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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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 왕의오솔길 - 모험으로 가득찬 떠오르는 신비의 길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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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에 비해 상세한 정보를, 가이드북 치고는 재미있는 스토리를 담은 구성이어서 읽는 재미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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