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에 리플달기 - 노무현 공식홈페이지 베스트뷰 모음집
문성근 외 지음 / 열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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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글에 열정이 담겨 있으면 읽는 사람도 함께 흥분하게 된다. 글쓰는 사람과 글 읽는 사람이 시간차를 두고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되니 글읽는 재미가 여기에 있지 않으려나.

<노하우에 리플달기>는 노무현 공식홈페이지 노하우(www.knowhow.or.kr)의 베스트뷰를 골라 엮은 책이다. 총 2권으로 기획되어, 그 첫째권이 먼저 선보이게 되었다. 두말 없이 이 책은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일단 책을 잡고 읽기 시작하면 선거용 책이란 생각을 잊게 된다. 노무현에 거는 사람들의 열망에 정욕이 없기 때문이다. 개혁의지로 후끈후끈 불타오른 노무현 방은 커밍 아웃, 386, 리더십, 돈, 딴죽, 바이러스 이렇게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편집 형식도 웹 게시판 그대로라, 글 한편을 넘기면 그 밑에 Re:가 달려있기 일쑤다. 노무현 후보에게 털어놓는 사랑고백은 멀리 떨어져 있는 선,후배의 안부를 묻는 편지가 되기도 하고, 30년만에 당과 후보를 바꿨다는 한 지역주민의 커밍 아웃이 되기도 한다.

대선 시즌이면 어김없이 불어닥치는 아들과의 불화가 노무현 후보 지지로 일단락되었다는 50대 아저씨의 말씀엔 유난히 리플이 많다. 참 힘든 결정을 했다고 격려하는 동년배부터, 돌아가신 아버님이 생각난다며 눈물을 훔치는 학생까지 감정이 푹푹 배어나는 답변들이다.

노하우에는 당연히 노무현 후보를 지지자들이 많이 들린다. 그러니까, 이 책도 노무현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거의 맞는 말이지만, 그 전에 한 가지만 따져보자. 도대체 왜, 노무현 지지자들은 늘 이렇게 적극적일까?

그 답은 이 책이다. 왜 노무현을 지지하는지 딱딱 짚어 설명하는 이들을 보면서, 또 노무현다움이 무엇인가를 노무현에게 주문하는 이들을 보면서 자발적 지지가 얼마나 무서운 힘인가를 새삼 깨달았다.

노풍의 주인은 누가인가?
정당인가? 지역인가? 어떤 한 사람인가?
아니다. 이 사람들이다. 어느날 갑자기 입을 열어 '왜 노무현인가'를 이야기한 이들이다. 이들이 있는 한 노무현에게 패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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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리더십 - 마하트마 간디의 생애와 유산
스탠리 월퍼트 지음, 한국리더십학회 옮김 / 시학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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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출간되어 워싱턴포스트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다고. 원제는 Gandhi's Passion이다. 제목처럼 내용이 리더십에 치우쳐 있지는 않다. 간디의 생애를 시간순으로 추적하여 치밀하게 기술한 평전이다. 그의 편지, 강연, 잠언 등을 되도록 많이 발췌했다.

이 책의 특이함은 저자의 이력에 있다. 스탠리 월퍼트는 원래 해양공학자였으나 간디의 장례식에 모인 인파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인도역사로 진로를 바꿨다. UCLA 대학 교수를 지내며 서아시아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그가 꿈꿨던 것은 간디 평전을 쓰는 것.

이 책은 그가 역사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모았던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기술되었다. 하버드의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교수는 이 책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간디 자신이 쓴 책을 비롯해서 간디에 대한 책은 많이 있다. 그러나 항상 우리가 원했던 책은 인도와 인도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작가와 역사가로서 완숙한 사람이 쓴 본격적인 인문학적 설명이었다'.

이런 칭찬에 비해 평전의 내용은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마하트마 간디>(한길사)가 간디 암살범의 법정 진술을 길게 인용하면서 인도의 복잡한 정치사정을 현장감있게 전달해주었던 반면 <영혼의 리더십>은 그의 전생애를 바짝 뒤좇을 뿐 평전 기술자의 개성적인 관점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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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하성란 지음 / 창비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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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소설집의 작품해설에서도 밝혀져 있듯이 프랑스 전래설화 '푸른수염'에 등장하는 '푸른수염'과 그의 여섯 아내를 모티프로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처들을 살해하는 엽기행각을 벌이는 '푸른수염' 설화는 작곡가 오펜바흐에 의해 오페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는군요.

작가는 이 이야기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구성했습니다. 동성애자인 재외교포와 결혼한 후 평범한 여성의 일상은 사기결혼이란 굴레 속에서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비극적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건을 그려나갑니다.

반면, 리안 감독의 '결혼피로연'은 어느 동성애자의 위장결혼을 매개로 벌어지는 동성애의 문제와 신구세대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베를린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널리 알려진 영화지요.

단지 모티브가 같다고, 또 동성애자와의 결혼이라는 상황설정을 이유로 작품 전체를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하성란의 작품은 리안 감독의 '결혼피로연'과 몇가지 점에서 크게 구별되거든요.

재외교포 동성연애자라는 설정은 흡사하나 하성란은 '갑작스럽게 다가온 삶의 비극'과 '남성의 폭력'을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시키고 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여주인공은 외국시민권 때문에 결혼하지 않았다, 영화에서처럼 동성애자 커플이 동거하지 않는다, 소설의 주요 상징인물인 '푸른수염' - 아내를 폭행 감금하는 엽기적인 인간형 - 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점들을 볼 때,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가 '결혼피로연'을 표절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게이의 위장결혼'은 지금 시점에서는 얼마든지 소설화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이 소설집의 작품 전체를 볼 때도,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성정체성과 남성 폭력에 대한 작가의 탐구력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소재의 유사성만 가지고,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를 운운하는 것은 조금은 위험한 발상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작가 이력이나 작품수준을 볼 때, 이 문제는 보다 신중하게 언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집을 무척 재밌게 읽었습니다. 작가의 실력이 훨씬 향상되었고, 현실에 대한 감각도 높아졌습니다.

작가라면 창작의 엄정함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소재주의에 함몰되어서 작가의 고유한 의도 및 창의력을 해치는 것은 좀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판단은 독자 개개인이 하는 문제니까요. 다른 분들도 서평을 통해 상호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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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의 세계환상소설사전
복거일 지음 / 김영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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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이 영화화되면서 한국에서도 환상문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만 돌려 보던 골목가게 만화방 수준의 환상문학이 이제 대처에 자리를 편 셈이라고 할까? 그러나 정작 환상문학이 뭔지, 그 장르적 특성이 무엇인지, 갈래는 어떻게 되는지 알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이 나와 부담없이 환상문학의 ABC를 밟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전에도 <환상성>이나 <환상문학의 거장들> 같은 책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내용이 훌륭한 데 비해 초보자들이 읽기에는 꽤 어려운 텍스트였던 것이 사실이다.

매니아들이 보기에는 이 책이 미진하고 불완전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왕의 매니아들은 이러한 책이 없어도 독서에 지장이 없을 테지만, <반지의 제왕>에 푹 빠져 이제 조금씩 환상문학의 영역을 디뎌보려는 이들에게는 이마저도 고마운 혜택이 아닐 수 없다.

뭐, 판타지 소설을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기들만의 아지트가 남들에게 공개되는 것이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후발 독자를 위해 아량을 베푸는 매니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이 책의 한계나 편협함 또는 한국 환타지 소설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 비판하는 책들이 계속해서 출간되었음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 한 권으로 판타지를 다 말했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은가.

그 점에서 <복거일의 세계환상소설사전>은 그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이제 디딤돌을 놓았으니, 다른 이들이 그 다음 징검다리를 놓아주길 바란다. 그렇게 한 걸음씩 수준을 올려야 언제든 후발독자들이 뛰어들 수 있을 것이다.

환상문학에 대한 관심을 실제 독서로 이어준 복거일씨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서, 앞으로 환상문학에 대한 더 많은 논의를 낳게 할 책이라는 점에서 별점 5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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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발견한 행복
애너 퀸들런 지음, 공경희 옮김 / 뜨인돌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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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이면서 미국식 사고에 익숙한 사람이면 이 책을 읽어도 무방하겠다. 하지만, 어떤 직관이나 은유, 이미지를 통해서 무언가를 끌어내는 데는 영 젬병인 사람이라면 서점 귀퉁이에 서서 잠깐 이 책을 읽고 마는 것이 좋겠다. 왜냐하면, <어느날 문득 발견한 행복>은 고작 50 페이지 밖에는 되지 않는, 너무도 얇은 책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책이 얼마나 우쭐거릴 만한 후광을 달고 있는지도 자세하게 알려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의 구매 여부는 전적으로 당신이 판단하라. 어떤 이들에게는 열광하고 남음직한 책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발톱의 때만큼도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일단, 사람의 생각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리고 이 글을 읽어주었으면 한다.

먼저, 이 책에 대한 미국인의 반응.
- 인터넷 서점 아마존 베스트셀러 종합 Top 3에 링크됨 (평균 독자평점은 별 ***)
- '오프라 윈프리 쇼'에 소개된 바 있음
- 출판 전문지 「Publicher's Weekly」비소설 부분 베스트셀러로 1년 동안 링크되었음.
- 출간 두 달만에 50만 부가 판매되는 기록을 세움

두번째, 이 책에 말하고자 하는 내용.
- 인생을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중요하다는 의미는 돈을 많을 벌라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이 순간 당신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관심을 집중하세요 (즉, 행복하세요)

세번째, 이 책의 특징.
-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의 흑백 사진 24장 수록

네번째, 특이사항.
- 원래 졸업식 축사로 쓰여진 글이었으나 축사를 복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책으로 출간된 것임

이 정도라면 당신은 두서없이 이 책을 사려할 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조언이 다급한 사람이라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털어낸 책을 집어들고 '이거였구나!'하고 외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네거티브한 정보를 플러스하면 어떨까?

글쎄... 선물용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더러 아주 좋은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그냥 자기가 보고 말 책이라면 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미리 일러준 정보에도 썼지만, 이건 졸업식장 축사를 목적으로 태어난 글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참고할 만한 내용이 아니다.

그리고 깊게 심사숙고할 만한 내용도 아니다. '행복에 이르는 방법'을 일러주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고 가슴절절하게 알려주는 책은 어떻고?

무척 혼란스러울 것이다. 다수결의 의견에 따를 것인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소견을 밀어부칠 것인지. 어쨌든 인생의 조언을 담은 (50쪽 짜리) 책일 뿐인데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그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다니 정말 별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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