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의 세계환상소설사전
복거일 지음 / 김영사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반지의 제왕>이 영화화되면서 한국에서도 환상문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만 돌려 보던 골목가게 만화방 수준의 환상문학이 이제 대처에 자리를 편 셈이라고 할까? 그러나 정작 환상문학이 뭔지, 그 장르적 특성이 무엇인지, 갈래는 어떻게 되는지 알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이 나와 부담없이 환상문학의 ABC를 밟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전에도 <환상성>이나 <환상문학의 거장들> 같은 책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내용이 훌륭한 데 비해 초보자들이 읽기에는 꽤 어려운 텍스트였던 것이 사실이다.

매니아들이 보기에는 이 책이 미진하고 불완전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왕의 매니아들은 이러한 책이 없어도 독서에 지장이 없을 테지만, <반지의 제왕>에 푹 빠져 이제 조금씩 환상문학의 영역을 디뎌보려는 이들에게는 이마저도 고마운 혜택이 아닐 수 없다.

뭐, 판타지 소설을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기들만의 아지트가 남들에게 공개되는 것이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후발 독자를 위해 아량을 베푸는 매니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이 책의 한계나 편협함 또는 한국 환타지 소설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 비판하는 책들이 계속해서 출간되었음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 한 권으로 판타지를 다 말했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은가.

그 점에서 <복거일의 세계환상소설사전>은 그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이제 디딤돌을 놓았으니, 다른 이들이 그 다음 징검다리를 놓아주길 바란다. 그렇게 한 걸음씩 수준을 올려야 언제든 후발독자들이 뛰어들 수 있을 것이다.

환상문학에 대한 관심을 실제 독서로 이어준 복거일씨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서, 앞으로 환상문학에 대한 더 많은 논의를 낳게 할 책이라는 점에서 별점 5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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