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료들과 회식을 하고 집에 오면서, 나의 '못난 구석'에 대해서 잠시 생각했다. 흠잡을 만한, 욕할 만한 나만의 단점은 내가 '노여움을 잘 탄다'는 것이다. 서러움에 약하달까. 이것도 유약함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슬프다' 생각하면 어느새 눈물이 주르륵 흐르거나, 재밌구나 생각하면 벌써 '크하하' 하고 된통 웃고 난 뒤다. 이런 식으로 '노엽다' 생각하면 이미 얼굴이 붉어져 뒷수습을 하기 난망해지는 것이다. 얼굴에 모든 마음이 드러나 버리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부끄러운 일이다(겪어본 이는 잘 알리.ㅜ_ㅠ).

감정선이 발달되었다고 말해주면 감사하지만, 더러는 'It's over'라 해도 변명할 도리가 없다. 요즘같은 때는, 더더구나 감정선이 발달하여 이런 상념, 저런 상념에 젖게 되는데 어제의 회식자리도 그런 떠다니는 상념의 총집합이었고, 마음이 있는대로 얼굴에 다 드러난 최고로 민망한 자리였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그냥 함께 웃어주고, 분위기를 이끌어주는 동료들이 한없이 고마웠다. 때로는 '못난 구석'을 들켜도 좋은 사람들이 있다고, 나의 이 'over'도 나의 한 속성인듯이 자연스럽게 보아주는 사람들이라 생각하니 부끄러운 마음보다 고마운 마음이 앞섰다.

내 이 '못난 구석'은 어떤 말로 포장해도 결국 단점이기에, 그리고 언젠가는 달라져야 할 모습이기에 그것까지 예쁘게 봐줄 순 없다. 그래도 어제는 동료들이 있어서 내 '못난 구석'이 덜 미울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런 사람들 곁을 떠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제야 가슴에 사뭇쳤다. 아마 많이 그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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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ey 2004-02-18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도 많이 그리울 거에요... 어제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자리였음. 좀더 길었으면 좋았을 거 같기도 하고.


nutmeg 2004-02-18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어제 재미있었죠.(적어도 식빵에 핀 곰팡이보다는 희희낙락이 낫지 않겠어 ㅋㅋ) 근데 말이지 요다 님, 이런 거에 감동하지 말라고, 당신에 대한 우리의 사랑은 훨씬 훨씬 더 크다니까... (잠시 민망 -_-;;;)

zooey 2004-02-18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냐. 곰팡이가 나아. ㅠ.ㅠ

비로그인 2004-02-18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이런 분위기였군요, 제가 없는 회식 자리는..(아아 가고 싶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