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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오유란 옮김, 베아트리체 리 그림 / 오래된미래 / 2004년 7월
평점 :
난 사실 '행복하게 사는 것'에 그리 관심이 없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통해서 행복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이야기를 접했기도 했고, 누가 이러이러한 것이 행복이다, 라고 이야기해도 자신이 어떤 것을 행복으로 받아들이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도 예쁘고, 서점에 갈 때마다 좋은 자리에 놓여있는 이 책을 보면서 한 번쯤은 읽어볼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뭔가 다른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별다른 건 없다. '전 유럽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있는 책'이라고 하지만, 그건 이 책이 행복의 진리를 가르쳐준다기보다는 사람들이 그만큼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열망이 강하기 때문일 거다.
정신과 의사인 꾸뻬 씨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행복을 정의해나가고, 자기가 배운 것을 스물세 가지 정도로 정리한다는 게 이 책의 내용이다. 그리고 너무도 뻔-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고, 행복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사랑받는 것이고,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있는 것이고... 등등. 누가 모르나? 우리는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지 모른다기보다는 마음을 행복으로 이끄는 데 너무도 서툴러서 행복해지지 못하는 거 같은데 말이야. 너무도 뻔해서 그만 읽으려했지만, 두 가지 정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었다.
강도에게서 풀려난 꾸뻬 씨에게 네스토가 하는 말.
"여긴 불행해질 수 있는 이유들로 가득한 곳이에요. 운이 좋은 우리들한테도. 그래서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우리는 것이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지요!"
그리고 노승이 마무리쯤에서 하는 말.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이 이 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것입니다."
이 순간 순간, 찰나의 행복이 모여서 인생의 행복이 되는 건데, 우리는 돈이 많아지면, 날씬해지면, 좋은 직장을 가지면...이라고 바라고. 그렇지 못한 자신의 상황과 먼 미래를 비교하며 자신을 불행의 늪으로 빠뜨려버린다. 하지만 인간사가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것인데, 먼 미래를 보면서 힘겹게 힘겹게 짐을 지고 가는 것보다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몸과 마음이 즐겁고 행복한 일들을 하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게. 그게 행복 아닐까 싶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하늘도, 드디어 제 모습을 찾은 봄바람도, 옆에서 천진하게 웃고 있는 친구도. 모두가 행복인데. 아-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한 게 인간이다. 그냥 계속 조금씩 더 연습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행복하리!
p.s: 유럽에서의 엄청난 인기를 생각해볼 때 한국어판이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던 것은 번역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직역투가 좀 심해서 건조하게 느껴졌어요. 저한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