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없었다면 난 엄마에게 더 자주 전화를 했을 것이다.
난생처음 동태찌개를 끓이기로 맘 먹고 시장에서 동태 한 마리를 2천 원 주고 샀다.
어마어마하게 큰 동태가 2천 원밖에 안 하는 것도 모잘라,
미나리는 큰 봉다리에 한 가득인데도 5백 원이다. 헐.
'동태찌개'를 검색창에 입력하니 연관 검색어에 '동태 쓴 맛'이 같이 뜬다.
잘못 끓이면 씁씁한 모양이라, 연관 검색어를 클릭!
아가미의 빨간 부분에서 쓴 맛이 난다고도 하고, 간과 쓸개에서 난다고도 하는데
간과 쓸개가 어떻게 생겼는지 친절하게 설명한 곳은 없었다.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쌀뜨물에 담가놓은 동태조각을 꺼내 이리저리 살피며
의심스러운 부분은 죄다 떼어내기 시작했다.
이정도면 되겠거니.
미나리를 봉다리에서 꺼낸다. 난감하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먹을 수 있는 것이며, 어떻게 씻어야 좋을지 감이 안 온다.
일단 물에 퐁당 빠뜨려놓고 다시 검색질!
'미나리다듬-'만 쳐도 '미나리다듬기' '미나리다듬는법'이 뜬다.
나같은 사람 백만 명인갑다.
미나리는 잎보다 줄기를 더 많이 먹는 모양이고,
전과 무침으로 자주 먹는 것 같다.
근데 역시나 친절하고도 상세하게 미나리다듬기 과정샷을 보여준 블로그는 없었다.
내 나름대로 빠신 부분은 잘라내고, 누렇게 뜬 잎은 뜯어내면서
엄마가 옆에 있었으면 금세 알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든다.
결혼하고 처음엔 시어머니나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는 어떻게 해요?라고 묻곤 했는데,
늘 돌아오는 대답은 고춧가루 조금, 소금 약간, 마늘 좀 넣고 조물조물.. 뭐 이런 식이었다.
당최 양념을 얼마큼 넣어야 하는지 감도 안 오는데,
엄마들은 모든 양념들을 다 언급하면서 조금 넣으라거나, 먹을 만큼 넣으라거나, 눈대중으로 넣으라는 식이었고, 외국어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나는 결국 노트북을 펼쳐들고, 친절히 계량된 레시피를 보면 감을 잡곤 했다.
지금이야 대략 뭐뭐뭐 들어간다고 하면, 몇 스푼 정도 넣으면 좋을지 감이 오지만 말이다.
근데도 늘 곤란한 건, 난생처음 사본 재료들을 손질하는 것이다.
아마 예전처럼 대가족 속에서 살며 살림을 도우며 배우는 위치에 있다면 옆에서 많이 본 것만으로도 '누워서 식은 죽 먹기'일 일들이.. 하나하나 설명을 들으며 배우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것들이 돼 버렸다.
엄마는 옆에 없고, 이런 류의 일들은 말로만 설명해선 알아듣기 '대략 난감'이다.
마트에서 파는 미나리는 깨끗하게 손질이 돼 있지만, 시장에서 사온 미나리의 1/5밖에 안되면서 가격은 그 세 배이다.
개인, 나, 혹은 나와 신랑의 사적인 생활을 보호받으며 살고 싶지만, 가끔은 옆에서 이건 이렇게 해라, 저건 저렇게 해라라고 가르쳐줄 수 있는 어른이 있었으면 한다. 가끔, 아주 가끔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