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든 것
벨 훅스 지음, 윤길순 옮김 / 동녘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꼭 읽어야 할 책 중에 하나지만,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책이다.
책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을 때는 이 책에 대해 이런 반응이기 십상이다.
“또 사랑이야?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뻔한 게 아닐까?”
물론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진부할 정도로 넘쳐나는데, 이 책의 리뷰를 쓰는 이유는 이 책만큼은 다르다고 말하고 싶어서이지만, 좀 지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싶다.

저자는 사랑이 지침을 따른다고 완성되는 전략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사랑이란 철저한 자기 반성 위에 싹튼 자기애의 확산이며, 사랑의 본질은 ‘윤리’에 있으며.  자기애에서 피어나 자신과 타인의 정신적인 성장을 돕는 의지라고.

인기 있는 자기 계발서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 보면, '남성은 자기 굴 속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다'면서, 남자가 혼자 있고 싶을 때 방해하는 여자가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레이는 변화가 필요한 것은 여성의 행동이라고 믿는다.  이런 언급의 상당수가 성차별을 정상적인 것으로 만든다. 흔히 선천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존재의 습관들을 남성 지배를 유지하고 지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만들 뿐이지 않을는지.

저자의 지적 중에 ‘낭만적인 사랑’은 환각제에 불과하다는 말 또한 인상적이다.

“소설가 토니 모리슨은 그녀의 첫 번째 책 "가장 푸른 눈(The Bluest Eye)"에서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생각이야말로 '인간의 사상사에서 가장 파괴적인 생각'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그것이 파괴적인 것은 우리가 아무런 의지나 선택할 능력이 없어도 사랑하게 된다고 믿는 망상 때문이다. 수많은 낭만적인 사랑이야기 탓에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 내려온 이런 환상은 우리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데 방해가 된다.”
우리는 우리의 환상을 지탱하기 위해 사랑을 로맨스로 대체한다.
로맨스가 프로젝트로 그려질 때, 또는 대중 매체, 특히 영화가 우리에게 그렇게 믿도록 하려 할 때, 기획을 하고 계획을 짜는 사람은 여성이다.

이 책은 그 환각에 속아 몇 차례 사랑의 허무함을 뼈저리게 느낀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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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박사 2006-05-12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사랑은 낭만적인 것이 아닐까요? 그렇지 않다면 누가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icaru 2006-05-1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만적인 사랑만이 득세를 하면... 분명...그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에서 엑스트라 역할밖에 할 수 없는 사람도 있거든요... 벨 훅스가 말하는 낭만적 사랑은 영화나 드라마 속~ 화려한 사람들의 그런 이야기에 우리가 폭 빠지며, 그런 사랑(백마 탄 왕자 쯤) 을 그리는 걸 걸 두고 말하는 게 아닐지... 싶어요.
벨 훅스가 말하는 사랑 안에서 한쪽은 패배하고 한쪽은 승리하는 사랑의 동역학은 깨졌다. 나이, 성, 인종, 계층에 상관없이 존중받을 수 있다죠. 학대하거나 상대의 의지를 꺾는 것은 사랑이 아니고, 사랑은 연인을 존중하고 가능성을 더욱 열어주는 것이며 자녀의 의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라는... 음..무척 윤리적이고, 공동체를 지향하는 말들이 가득한 책이랍니다...

2006-05-14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5-16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5-16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6-05-18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 h 님... 말씀이 맞소... 아무래도 이 책은 하나 사 뒤야 할 것만 같으이.. 때때로 들춰볼 일이 생길 거 같아서... 그런데 선본지 석달만에 다른 여자랑 결혼했다는 그 남자... 정말 인생 허무하게 하네... 얼마나 잘 사나... 궁금한데..
아래 속삭님.. <행복한 페미니즘>도 필 받게 하는 책이군요... 찾아 읽어야지!!
근데.. 이 책에 대한 느낌 다들 조금씩 비슷한가 봐요... 좀 지루한듯한.. 근데 또 지루한 게 또 잔상에 오래 남는 성향이 있는 것두 같고 그래요~ 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