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 자서전
피터 드러커 지음, 이동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구경꾼은 자신만의 역사가 없다. 그들은 무대 위에 있지만 연극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심지어 관객의 역할도 하지 않는다. 연극과 거기에 참여한 모든 배우의 성공은 관객들의 반응에 달려 있지만, 구경꾼의 반응은 연극의 성공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단지 자기 내면에만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그들은 배우나 관객들과는 다른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본다. 구경꾼은 사건을 재현하지만 그것은 거울에 나타나듯이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라 빛이 프리즘을 통과했을 때처럼 여과된 뒤에 나타나는 상이다. 이런 현상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굴절시킨다.

                                                                                        21쪽에서 --------


피터 드러커는 참으로 많은 저작을 남겼지만, 자서전으로서는 이 책이 유일하다고 한다. 그런데 아주 독특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주가 되는 것이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그가 왕성한 활동을 하던 중년기에 이르기까지 만난던 사람들 중 인상적인 몇몇을 관찰하고 통찰해 낸 것을 중심으로 해서 엮인 책이라는 것. 그들은 한결같이 다양성을 가진 개인이며, 모두 다음과 같은 사실을 증명한다. “ 인간이 다양성과 다원성을 가지며, 모든 인간은 나름대로 독창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피터 드러커는 이들을 언급한 이유가, 이 인물들이 혹은 그들의 이야기가 어떤 의미를 갖기 때문도 아니며 위대하거나 유명해서 선택한 것도 아니며, 그런 인물은 지그문트 프로이트 하나 뿐이라고(독자가 보기엔 모두 대단한 인물인데...) 그에게 중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선택하였다고 말한다. 그들이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자신들이 속한 사회를 내게 반사하거나 굴절시켜 보여 주었던 방식 때문이라고.


드러커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일정한 체계를 잡게 되었고 자신의 주변 세계와 내면 세계를 제대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드러커가 평생의 저술을 통해서 주장해 온 권한 분산, 실험정신과 공동체창조의 필요성 등이 이 책 속의 경영의 귀감으로 삼은 괴짜 부부, 헤메와 게니아를 통해 새로운 사회를 꿈꾸던 흥미로운 가족 폴라니 가를 통해, 절대적 권위로 GM을 이끈 전문경영자 앨프레드 슬론 동 여러 이야기들 속에서 우러나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예비 엄마로서 느낀 또 한 가지는 정말 생뚱맞지만 다음과 같은 것이다.

요즘 내 고민은 아이를 낳고도, 직장 생활을 계속 할 것인지 하는 것이다. 전업 주부를 하지 않으면 아이를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봐 주는 것이 될텐데,,,,  혹여라도 가책을 느낄 일들이 비일비재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아이는 항상 같은 사람이 돌보아야만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었다고나 할까. 한 아이가 성장하면서 중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의탁인들 혹은 멘토를 몇 명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며, 이런 의탁인이 반드시 엄마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인간의 가치관과 됨됨이를 결정짓는 데는 여러 요소가 있을 수 있다. 물론 타고나는 유전과 생물학적 요소는 차치해 두고라도, ‘성장 환경’이라는 것은 한 아이의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조성해 주는 것이다. 한 아이가 위대하게 혹은 평범할지라도 스스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동기 부여라든가 의지를 북돋워 줄 수 있고, 혹은 의지할 수 있는 많은 역할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 역할이 굳이 엄마 단일의 몫일 수는 없을 것이다. 피터 드러커야 주변에 훌륭한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 많았지만, 우리네야 피터처럼 안 되겠고, 사실 그리고 꼭 완전한 가정을 조성해 주려는 강박에 시달리지 싶지도 않다. 아이들에게도 더러는 결핍이랄까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란 것이 필요할지 모른다. 위기는 아이를 철들게 할테고, 바른 길로 헤쳐 나가는데 힘이 되어 주기도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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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6-02-26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비 엄마 icaru님, 큰 성찰을 얻으셨네요.축하드리옵니다.^^
icaru님만이 쓸 수 있는 리뷰네요. 짝짝짝!
그럼요.... 일 계속 하셔야죠. 홧팅!

icaru 2006-02-28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수선 님..근데 제 글의 뒷부분 좀 쌩뚱맞죠? 요즘...생각이 저쪽으로 올인이라서... 응원해 주시는 님이 계셔서 힘나요!! 같이 화이팅해요~!!

2006-03-06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