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도 끝도 없이 의기소침해질 때가 있다. 분명 해야 할 일의 형체는 머리에 잡히는데, 도통 발동이 걸리지 않을 때. 나는 그럴 때 딱 맥을 놓고, 멍을 잡지. 그런데 간혹 서재에 들어와서 예전에 쓴 글들을 읽기도 한다. 읽고 나면, 에너지를 조금 얻기 때문이다.
리뷰나 페이퍼의 어떤 부분을 읽을 때면, 진짜 내가 이런 유치한 혹은 대단한 생각을 했던 것인지, 혹은 이런 변두리 지식까지 알고 있었는지, 깜짝 놀란다. 그런 사유와 지식들을 지금은 하나도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두번 놀란다. 분명 사람은 망각의 동물...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작은 것 하나라도 기록을 해놓는 게 좋겠지만,,
방 너머에서 아이의 기침소리를 듣고 있는 새벽이다. 저래서야 원, 아이는 잠을 자도 잠을 잔 것이 아닌 게 된다. 어머님이 주신 오미자진액에다가 따뜻한 물을 타서, 자는 아이를 깨워본다. 잠을 못자 짜증이 오를대로 오른 아이가 순순히 받아먹을 턱이...없고,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요령도 부득한 엄마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