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고용주의 노예나 될법한 저녁잠 많은 인간형이 되기 싫어, 이 시간에 안 자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티비로 바뀌면서 고안된 메뉴얼을 찬찬히 둘러볼 계기가 없었는데, 오늘 보다가 데이타 방송으로 애들한테 보여 줄 만한 무료 프로그램들을 몇 개 발견했다.  

지금 참으로 늦게 취침 드시는 둘째가 맹렬하게 연속으로 보고 있는 중이다. 그 녀석이 스스로 자겠다고 나설 때까지, '엄마는 일해(인터넷 하라는 의미)' 모드이다.  

요즘엔 나의 건강염려 증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내 자리에서 일할 때도, 사내식당에서 밥먹을 때, 집에 있을 때,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조차 남의 눈을 의식 못하고 겨드랑이 언저리를 외과 의사가 촉지로 진료보듯 하곤 한다. 때도 못 가리고.... 내가 그러고 있는 모습을 제 3자가 되어 지켜본다고 했을 때 좀 추한 그림이..ㅎㅎ 그리고는 시도때도 없이 불현듯 생각났다는 듯, 지식인으로 검색을 한다. ***의 초기 증상 따위를 ...  

한번은 검색하다가 사람들이 올린 답변글 중에, 자신의 병에 대해 인터넷으로 답변에 의지하는 것은 바람직한 대처방안이 아닌듯한 사안이니, 당장 전문의에게 진료받으라...는 글을 보고 그 말에 강하게 긍정한 나머지 기함을 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오늘 독감 예방 접종을 병원에서보다 60%나 저렴한 가격에 단체 접종한다고 했는데도, 맞지 않았다. 작년까지는 해마다 꼬박꼬박 맞았었는데, 오늘은 어쩐지 주사 따위 맞을 기분이 아니었다고 하면 너무 궁색한 변명인가?  

오늘은 몸을 사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집을 나와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다가 오른쪽 뒤꿈치가 헛방을 치는 바람에 몸이 헛스윙을 했다. 구두의 뒷굽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뒷굽을 어느 길목에서 잃어버린 것일까. 절뚝이며 가던 길 멈추고 뒤돌아봤다. 구두 바닥을살폈더니, 뒷굽과 밑창 접착 부분이 너덜하게 떨어져 있었다. 대롱거리는 뒤축을 이끌고 집으로 갔다. 오늘 무슨 일이 있으려나, 말도 행동도 삼가 절제하자 하며, 구두를 갈아 신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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