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소품집 - 사랑이 지나가면 (1993~2003)
이영훈 작곡 / 소니뮤직(SonyMusic)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지금은 가고 없는 이영훈, 그의 음악들을 추억한다.  이영훈의 앨범은 일년 사시장철 중에서도 유독 가을에만 들었나 보다. 그리고 주로 빨래할 때 들었는지.  

그의 곡을 듣고 있으면, 어느 가을 일요일 오전 기숙사 세탁실에 빨래하는 정경과 꼭 오버랩된다.   

시디 자켓에는 곡 하나하나에 대해 만든 해와 이영훈의 작업 당시 소회가 꼼꼼히 적혀 있다. 맨 앞에 나오는 '슬픈 사랑의 노래'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연주곡이었다고 한다.  

두번째 곡 '사랑하면서도'를 듣고 있을라치면, 어릴 적 살았던 동네 모습, 멀찌감치 지켜보며 동경했던  친구들 모습도 눈앞에 떠오는 듯.

내가 가장 아끼는 곡은 "빛속의 비"이다. 아프로디테 차일드의 "rain and tears"처럼 비가 내리는 틈으로 구름사이 햇살이 비치고 햇살 속에서 반짝하는 빗방울들. 기타의 리듬은 어딘지 "슬픔의 안나를 위하여 눈물로 적은 시"라는 기타 듀엣곡과 닮아 있다. 이곡은 앨범의 자켓에 "1988년 5월의 어느 봄날 내가 어리던 시절, 더어린 아내를 곁에 두고 쓴 곡이다. 비내리는 창밖을 무심히 바라보던 아내의 모습과 그 풍경속의 햇살을 내 마음의 멜로디로 표현하였다. " 라고 되어 있다.  

그대와의 대화  라는 곡은 긴 시간의 끝에야 만남을 이룬 사랑하는 연인이 대화를 주고받는듯한 문답식 선율이다. 가녀린 목관 파트인 여인의 물음에 답해주는 듯한 웅장한 표현의 현. 현은 거칠고 고단했던 지난 날, 걸어온 여정에 대해 나직히 들려 주는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