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 2집 밑 [재발매]
패닉 노래 / 뮤직앤뉴 / 1996년 1월
평점 :
절판


‘달팽이’를 통해 유명세를 얻은 ‘패닉’. 달팽이가 그렇듯 이 팀은 발라드 류의 음악을 계속 만들어 선 보일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세간에서 보기에는 그 음악적 성공 여부와 나아갈 방향성 같은 딱이 장담할 무엇이 없는 것 같았다. 그룹이라고 할 만한 밴드(기타나 드럼 등) 라인이 구성된 것도 아니고 보컬의 화음의 조화를 보여 주는 그룹의 특성을 가진 것도 아니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지인이 권해 준 이 음반을 사서 듣고 아주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음악적인 여러 실험(서정적인 발라드도 있고, 흉폭한 랩이 담긴 거친 일렉 사운드의 곡도 있고, 이것저것 짬뽕한, 성향을 정의하기 어려운 곡들이 주를 이루니...) 도 것이지만, 직설적이고 고발성 짙은 가사도 지금 들어도 정신 번쩍 뜨이게 한다. 음반이 발매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수년 전이지만 지금 들어도 하나도 모자랄 게 없고 퇴색된 느낌도 없다.

특히 이 앨범에는 여러 다른 뮤지션의 참여가 이 앨범을 더 빛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벌레’와 ‘불면증’에서의 남궁연의 드럼 연주, 불면증에서 예전 삐빼밴드 여성 보컬의 노래. 이 여자의 음색은 진짜 특이하다. 뭐랄까.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목소리, 꼬마여자아이와 성인여자 사이의 단계에서 낼 수 있는 있는 그런 나른하게 ‘나 졸려’라고 잠투정하는 투의 이 보컬은 들을 때마다 가슴을 손톱으로 후비고 가는 것 마냥 짜릿하고, 곡의 끝부분에서는 마치 알코올을 다량 섭취하고 술주정이라도 호기롭게 하는 것처럼 부르는 이 여성 보컬은 정말 끔찍할 만큼 깜찍하다.

그리고 김진표의 랩으로 구성된 아홉 번째 트랙의 'mama'는 그 가사가 세간의 도마 위에 올라 칼질을 당할 여지가 많긴 하다. ‘당신의 허영과 욕심 때문에 난 바보가 되었다, 나는 받아만 먹는 개가 아니잖아 그러니 나를 놓아 줘’라는 요지가 마마에게 보내는 전언이라니.... 김진표와 이적의 엄마가 자식들이 만든 이 음반을 기대에 차 듣곤, 적잖이 마음 아팠을 듯도 하다.

하지만, 의미를 두고 주의 깊게 말고, 그냥 전체적으로 편하게 들으면, 꽤 발칙하고 시원한 맛이 있는 그런 앨범인 듯 하다. 그리고 패닉이 작업한 가장 훌륭한 음반인 것 같다는 생각도 아울러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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