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타산지석 1
이식.전원경 지음 / 리수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영국’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많다. 오만과 편견, 러브 엑츄얼리, 헤리포터, 반지의 제왕, BBC 다큐멘터리, 그리고 셜록홈즈. 하루 중에도 사계절을 경험할 수 있다는 영국의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은 집에 일찌감치 들어앉아 탐정소설 읽기에 골몰하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만난 영국인의 삶의 모습은 가난해 보일 정도로 검소하지만 삶의 향기가 베어 있는 듯하다. 그리고 '빨리'보다 '제대로'가 훨씬 중요하다고 깊이 느끼며 산다. 식당에서 차 한잔을 시켜 놓고 두세 시간씩 앉아 있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고급 스포츠카보다도 예쁜 정원과 오후의 차 한 잔에 더 큰 가치를 둔다'는 영국 사람들은 전국민이 휴일만 되면 정원을 가꾸느라 구슬땀을 흘린단다.

모든 제도와 관습의 변화를 거부하고 하루 일과는 정해진 순서에 맞춰 돌아가며, 물건은 한번 사면 망가지기 전까지는 아니 망가진 후에도 쓴다는 영국 사람들은 자칫 그 옛것을 고수하려는 고집스러움 때문에, 우리의 관습상으로는 이해가 쉽지 않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가 항상 본받을 나라로 꼽꼰 하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영국에서 배울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지나친 자본제일주의와 일본의 경직된 관료주의에 비해 영국은 합리적이고 성숙한 사회로 비춰진다. 영국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산업이나 자본이 아니라 올바르게 구성된 사회와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합리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모든 산업들이 다 외국에 팔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해도 영국은 끄떡없이 잘 굴러가리라 보인다. 저자 부부 또한 유학 생활을 하면서 보고 겪은 영국 사회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라는 점과 ‘합리적인 사화’라는 점이라고 하니까.

별 기대 없이 만난, 그러나 아주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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