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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절판
'그 많던 싱아는....'이 박완서의 자전소설 1부라면, 이 책은 2부다. 책 뒤의 '작품 해설'을 보면 박완서가 이 책에 이어 3부, 그러니까 결혼후부터 작가가 되기까지의 시기의 체험을 쓴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3부는 나오지 않고 있으니, 우리 문학사에서 가장 치밀하고 풍성하게 기록된, 한 개인의 삶의 역사를 보여 주는 3부작을 기대하는 건 어렵게 되었다.
불도저의 힘보다 망각의 힘이 무섭다고 세상이 변해하는 것보다 더 정도가 심하게 과거의 살아낸 세월들을 잊기가 쉽다. 작가 박완서 자신도 '그 시절이 정말 있었던가' 싶게 아련한 6.25직후의 체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나보다. 그렇게 작가가 살아 내고 작품 속에서 그려낸 세월들은 흔하디흔한 개인사에 속할지도 모르지만, 펼쳐보면 그 부분은 개인사인 동시에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동시대의 산물이기도 하다.
나 독자는 박완서의 작품을 통해서, 6.25 당시의 절박하고 어려운 시절들을 공유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인공이 올케와 인민군의 강요에 의해 강의 북쪽으로 피난가서 겪은 일화였다. 이들은 북으로 향하는 국도를 벗어나 파주 쪽으로 갔다가 한 마을에 묵게 되는데 거기서 만난 주인 마님은 매우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인민군에게도 국군에게도 절대 기죽지 않는 위풍당당한 어른은, 당시 피난민들에게도 마을 주민들에게도 큰 위안이었겠지만, 독자들에게도 위안을 준다. 저렇게 어려운 당시에도 저토록 인간으로써의 품위를 잃지 않는 어른들이 있었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