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나는 천사를 믿지 않지만
조병준 지음 / 박가서장 / 1998년 2월
평점 :
절판


1센티 남짓 얇은 두께에 펼지면 정사각이 되는 싸이즈의 이 책을 가방안에 넣고, 이곳저곳을 오가는 동안 짬짬히 꺼내어 한참 읽곤하던 그 당시, 나는 그때 오랜만에 동기 모임 자리에서 만났던 친구 한 명에게 이 책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이러이러한 책이 있는데 참 괜찮은 것 같애.' 나의 이런 말에 되돌아온 친구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책이 자기와는 왠지 맞질 않고, 게다가 인도 같은 데서 고행하고 돌아와 깨달음을 얻은 양 구는 책들은 딱 질색이라고 했다. 그 친구는 딱 꼬집어 말하진 않았지만, 내가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과 같은 류의 책을 자기에게 권하는 줄로 이해했던 거 같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를 폄하하려는 뜻은 전혀 없지만..)

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에 돌아온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이 책이 고행을 통해서 깨달음을 구하는 책? 그러나 이 책은 '봉사'보다는 '친구'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물론 이 책에는 인도 켈커타의 마더 테레사 집에서 자비를 들여 고된 봉사 활동을 하는 인종도 국적도 살아온 삶의 모습도 다른, 그러나 서로 닮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막상 다 읽고 난 다음 나를 압도하는 느낌은, '세상 곳곳에 같은 정서를 두고 있는 사람들'을 친구로 만든 조병준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그리고 조병준은, '세상은 험하지만 그래도 가만히 보면 좋은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나즈막히 따뜻한 목소리로 읊조리고 있다. 사실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서 보단, 그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배려가 물씬 뭍어나는 어조에 먼저 마음이 푸근해짐을 전해 주는 책이다.

그렇담 내 친구들은?.. 주말이면 가까운 벗들과 약속을 잡거나 이렇게 저렇게 알게 된 사람들과 모임을 갖고는 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나이 문제가 아니라면 그냥 단순히) 요즘 들어 부쩍, 주말이면 집에 콕 박혀 구들장 지는 걸 더더욱 좋아하게 되는 나를 보면서 '뭘 바래니??'라고 스스로에게 반문해 본다. 그리고는 이 책에도 나오는 사랑과 우정을 재미있게 비교한 미셀 투르니에의 다음과 같은 글을 읽어본다.

'우정은 상호성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여러분은 여러분에게 우정을 갖고 있지 않은 누군가에게 우정을 가질 수 없다. 우정은 서로 주고 받든가 아니면 서로 주고 받지 못하든가 그 둘 중에 하나다. 반면에 사랑은... 사랑과 우정 사이에는 또하나의 차이가 있다. 존경심이 없는 우정은 존재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우정은 경멸에 의해 깨진다. 그렇지만 사랑은...'

그렇지만 사랑은....하고 말하기를 힘들어 하고 있는 미셀 투르니에를 본다. 미셀 못지 않게 나또한 사랑 도 벅차고 우정도 벅차다? 개인적으로 <박가서장>의 책들을 좋아했다. 그 중에 내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던 책은 단연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라는 책이다. 나중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간략하게 나마 서평 형식으로 이 곳에 기록해 볼 생각이다. 그런데 너무나도 아쉬운 것은 조병준의 이 책을 비롯 <너무~ 너무~>또한 절판이 되어 버려서 이제는 구할 수 없는 책이 되버린 것이다. 박가서장 관계자님... '이 두 책을 앞으로 다시는 펴낼 생각이 없는 것인가요?... 저는 그것이 몹시 궁금하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