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맨땅에서 굴지의 영화 잡지로 씨네21을 키워 낸, 어느 편집장의 성공 스토리 때문이라기보단, 전 씨네21의 독자로서 이 잡지의 편집장에게 갖는 호감의 발로로 이 책을 사 읽었다. 만약에 뉴스 투데이의 앵커 손미나 씨가 이런 류의 책을 냈다면, 책 내용의 부실의 여부를 떠나서 누구보다 먼저 사 읽었을 것처럼 말이다.

물론 팬이 스타를 훔쳐보고 싶은 마음 비슷하게 읽은 책이지만, '그녀가 직장 여성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 줄까', 내지는 '박수 받을 때 떠나는 이유가 다름이 아니라 소설가로 입문하기 위해서 라니, 왜 하필 소설을 쓰고 싶어했을까' 라는 호기심도 이 책을 읽게 하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리라.

나는 지금껏 5년여의 직장 생활을 해 왔고, 적지 않은 동성의 선배들을 보아 왔다. 업무적인 면에서보다는 인간적으로 좋은 교감을 주어, 힘든 시기에 많은 위로가 되어 준 선배도 있었고, 업무적으로 매섭게 질타하고 긴장시키는 덕분에 일을 배우긴 했지만 그다지 좋지 않은 앙금을 마음에 남겨 준 선배들도 있다. 그럼, 후배들에게 선배로서의 나는 어떤지 돌아보자니 그것도 시원찮은 것이 얼굴이 붉혀지게 된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책 중, 조선희 씨가 직장 생활을 함께 하는 여성들끼리 자매애를 갖아야 한다는 부분에서 깊이 공감했다.

이렇듯 조선희 씨는 또다른 의미에서의 직장 선배로 볼 수 있다. 허심탄회하게 '잘난 척 해라, 욕심부려라, 수다스러워져라, 뻔뻔스러워져라'식의 직장 생활에 대한 노화우를 들려 주는 선배를 만나기도 쉽지 않으니 말이다.

물론 이 책에서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 특유의 '집요한 승부 근성으로 밀어 부쳤을 뿐인데 보수나 지위가 뒤를 따라오더라'로 귀결되는 이야기를 한다. 조금은 식상하고, 조금은 부담이다. 그러나 어떤 계기로 현재의 연하 남편을 만났고,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한번은 글로 풀어 내야 할 것 같다는 마음 속의 암시로 소설가의 길을 걷고자 했다는 조선희씨 개인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좋았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그동안 씨네 21에서 나갔던 '편집장이 독자에게'라는 섹션만 발췌하여 모은 부분으로, 이 책의 맥락상 읽지 않아도 좋은, 군더더기 부분이다. 정 궁금하면 책으로 읽을 것 없이 인터넷에 들어가 지난 호 기사만 찾아봐도 되는 정도의 수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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