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3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른바 고도자본주의 사회의 운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먹고살기도 어렵지 않으면서 자아를 만족시킬 수 없는 인간이 넘쳐나는데, 그런 인간들 가운데서 어떤 확률로 연속 살인자가 등장하는 것.

그리고 옮긴이의 말을 빌어 표현하자면, 그런 선진국으로 갈수록 이런 범죄소설의 인기를 끈다고 한다.

소위 말하듯 똥을 싸듯 쑴풍쑴풍 쏟아져 나오는 미미 여사의 작품들 가운데 역작에 속할 듯한 이 작품도 베개 두께만한 책이 장장 세 권이다. 그런데 오 년 동안에 걸쳐 잡지에 연재한 것이라니, 분량이 그 정도가 된다는 것에는 수긍을 하지만, 5년 동안 완결편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인내심에도 감탄을 하게 된다.


“구리하시와 다카이의 사고사를 천벌이라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그 의견에는 절대로 반대입니다. 놈들 자신들이 저지른 죄에 걸맞은 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뻔뻔스럽게도 벌도 받지 않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잊혀지고 말 겁니다. 그건 정말 옳지 않아요. 정말로 천벌이라면 그래서는 안 될 겁니다. 천벌이란 그렇게 부당하지 않아야 합니다.”

“나 같은 인간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구리하시가 말한다. 그렇구나, 그럼 어쩔 수 없다고 ...   설명이다. 분류다. 해석이다. 이미 일어나버린 사건을 현대의 사건사나 풍속사 속에서 정리할 때 파일의 등에 붙이는 레테르다. 그리고 분류하는 것도 파일을 만드는 것도 레테르를 붙이는 것도 범죄자가 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아무리 왜곡된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범죄자가 저지른 것과 같은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는 인간이 담당하는 작업이고 그래서 범죄자는 늘 분석되고 해석되는 쪽에 설 뿐, 절대로 그 쪽에서 이 쪽으로 건너오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두운 충동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적확한 표현이나 적절한 레테르를 가지고 있는 연속 살인범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신의 내면에 대해 설명할 말이나 사고를 가지고 있을 테지만, 그것은 늘 만족스럽지 못해서 반드시 보충 설명이나 해석이 필요하며, 애당초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