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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발견한 행복
애너 퀸들런 지음, 공경희 옮김 / 뜨인돌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아이가 그런다. “엄마 우리 집에 책이 조금 덜 있으면 되게 깔끔해 보일텐데~” 책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책이 정리 좀 해달라고 아우성쳐대는 모양새! 정리! 오늘도 퇴근하면 빡세게 책 정리를 할 것이다. 귀여운 아가 시절에 아이들이 많이 봤던 책들이 올케네, 은영이네 이렇게 가 있다. 일본 유아 팝업북 보던 게 그 어느 곳에도 보내 지지 않았던지 책 꽂이 있어서 보여 주며 큰애에게 생각나냐고 물었더니 어디서 본 듯하다고 말하네! 책 정리를 하다 보면 육아의 역사가 집약적으로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육아뿐만이 아니다. 애들 책 속에 갈 곳을 잃은 내 책들이 곳곳에 몸을 숨기고 있으니, 나의 책 편력기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작년 연말까지 내 가방 안으로 침대 맡으로 가는 곳마다 따라다녔던 책이다. 작년 정말 힘들었을 때, 작가의 책(작가들 본인의 독서 습관과 성향을 인터뷰한 것을 묶은 책, 정혜윤 옮김)을 읽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거기에 등장하는 몇몇 작가가 퀸들런의 이 책을 언급했기 때문이고, 실제로 퀸들런의 인터뷰 글도 있었던 것) 이런 중요한 책이 내 서재 기록엔 빠졌다니요. 이이는 소설가이다. 석박사 학위도 없어요, 윤리학자나 철학자도 아니죠. 특별한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에요. 그녀는 말한다. 내가 아는 것은 실제 삶이 전부라고. 삶과 일. 이 두 가지를 혼돈하지 말라고. 일은 삶의 일부라고!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생은 짧다, 곧 막이 내릴 무대이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했었다. (이러면서 그럭저럭 버티는 나날들이었다.) 이 책에서도 나온다. 삶은 리허설이 아니라고, 목적이 아닌 그 여정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작은 순간을 다 써버리”란다. 좋은 삶은 뭐겠는가. 시간을 흘려 보내는 삶, 시간 속에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잘 선택하는 삶, 그것이 좋은 삶이라고 이동진도 말했다. 그래서 햇살 좋은 날 앞마당이나 베란다에 나가 책을 읽어야. 그러면 기쁨과 열정을 품고 인생을 살게 될 테니까. 그런 마음으로 살면 사는 것처럼 살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