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어났다
조르주 페렉 지음, 윤석헌 옮김 / 레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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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사람으로서의 경험은 의도와 상관없이 이런저런 일을 거치며 유일한 글쓰기의 경험이 된다. (중략)가공하지 않고 손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꿈은 내가 그것을 기록하려는 바로 그 순간에 마치 일련의 유사한 형상들, 반복되는 주제들,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감정들과 순간적으로 연결된 강렬한 이미지처럼 하나의 단편 혹은 하나의 단어로 다시 떠올랐다. (90-91쪽)

그러니까 기억의 작업에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고 하겠네요. 첫 번째는 일상성을 철저하고 면밀하게 검토하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라 제 자신의 역사를 찾아보는 것이고, 마지막은 허구화된 기억입니다. 그러고 보니 네 번째도 있네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암호화"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어요. 완벽하게 암호화해서 집어넣는 거죠. (100쪽)

사실 제가 글쓰기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바는 어린 시절이 제게 되돌려주었던 방식입니다. 모든 글쓰기 작업은 매번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흔적처럼 글쓰기의 순간 속에 고정될 수 있지만, 사라졌던 무엇과 관련해서 이루어집니다. 저는 어떻게 현재에 개입하는지 모르겠어요. (107-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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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보는 듯 한, '기울어진'에 꽂혀 집어 든 책이다. 엉덩방아를 찧은 후, 회복이 더디다. 지팡이는 이제 내려 놓았지만, 한 쪽으로 조금 기우뚱거리며 걷는다. 그러면서 안팎으로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을 떨칠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되어, 활동 반경도 반이나 줄어들었다. 그 간에 해 온 활동이 줄어든 게 아니라 선뜻 나설 수 없는 일들만 있는 듯 하다. 할 수 있는데도 하고 싶은 데도 하지 않는 선택의 문제와 원천적으로 할 수 없는 무능의 느낌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잠을 많이 자고 있고, 겨우 매주 한번 '논어'만 부여잡고 있다. 

'기울어진 미술관'은 남성 화가와 여성 화가, 백인 모델과 흑인 모델, 장애인과 비 장애인, 건강과 질병,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어른과 어린이, 정복자와 원주민, 예술가와 후원자, 부자와 가난한 자, 노동 계급과 부르주아, 도시화와 미 개발, 젊음과 늙음, 예술과 정치, 작품과 투자, 근대화와 환경오염, 인간과 동물, 결혼과 비혼, 부모와 자녀, 재난과 사회적 약자 등등에서 기울어진 예술 작품들이 가득하다.

그 작품 속에는 수 많은 마이너가 있다. 힘 있는 자들의 시선에 맞춰진 작품 속에서 볼품없는 그들을 끄집어 내어 보여준다.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특수 교육도 공부했지만, 이제야 겨우 장애인을 조금 이해한다면,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메이저가 되었다가 마이너가 되었다가 했다. 만약 그들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면, 별반 다를 게 없을 듯 하다. 눈에 먼저 띄는 게, 찾아서 보는 게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이 나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니, 편향된 시각이 아니라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 내가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튼, 지금은 삶의 한 귀퉁이가 뭉텅 잘려 나간 듯 하다. 몇 년 전 감악산 출렁다리를 건너다가 십 년 감수한 느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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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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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살지 않고 마치 ‘비장애인‘처럼 행동하면 대중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선을 넘었다‘고 나무란다. (48쪽)

모성애에서 어느 정도가 ‘헌신‘이고, 어디까지가 ‘집착‘인지 미처 몰랐던 것이 애나의 비극이었다. 그런데 그걸 어느 누가 명확히 알 수가 있겠는가. (116쪽)

‘여성은 최후의 식민지‘라는 말이 있다. 자국과 제3세계를 가리지 않고 여성의 가사 돌봄 능력을 마치 천연자원처럼 마구 착취하고 값싸게 이용하는 자본주의 가부장 사회를 보면 저절로 이 말에 동의하게 된다. (148쪽)

"노년의 지혜란, 노년들은 긴 시간을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니 삶이라는 여행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다음 세대에게 소중한 안내판 한 두 개쯤은 전승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때 가능하다. 그리고 그러한 기대는 삶이라는 여행의 의미를 다면적으로 묻고 추구하는 문화 속에서 싹튼다. 삶의 의미가 활용 가능한 자원이나 기술 등을 이용해 얻는 상품이나 부, 권력으로 환원되는 사회문화 맥락에서라면, 지금과 같은 기술 환경에서 노년들에게 청해 들을 지혜는 별로 남아있지 않다." (168-169쪽)

"중요한 질문은 동물들이 이성을 가지고 있는가, 말을 하는가가 아니다. 그들이 고통을 느낄 줄 아는가이다." 맞는 말이다. (220쪽)

예술가와 후원자 사이에 흐르는 이와 같은 ‘끈끈한 연대‘는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굳이 차이를 찾자면 그 옛날 왕족, 귀족, 성직자 같은 권력자들의 자리에 기업가가 들어 앉은 것 정도다. 오늘날의 기업가들은 메세나Mecenat라는 이름으로 문화예술 활동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기부와 후원을 한다. (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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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읽기 전에 읽으면 좋은 책, '성경 한 걸음'이다. 성경 전체에 대한 간단한 간단한 이야기이다. 얇은 책이지만 단 번에 꼼꼼히 천천히 읽어야 한다. 잠깐이나 깜박 할 경우, 이해력이 단번에 떨어진다. 

-성경은 종교 서적이 아니며, 나의 삶과 역사를 독특하게 해석한 책이다. 따라서 성경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하나로 통합되고 연결되어 있기에 처음부터 읽어야 한다. 

-그리하면 인류 전체 속에서 나의 삶이 의미 있게 보일 수 있다. 즉 "성경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그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다(104쪽)."

-지팡이를 짚으면서 집 밖을 나서기는 더더욱 무섭다. 그리고 너무 덥다.

-그래도 휴가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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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리 뉴비긴의 성경 한 걸음
레슬리 뉴비긴 지음, 윤종석 옮김 / 복있는사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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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천 년 동안, 유럽인들이 알던 책은 사실상 성경이 유일했다. (중략) 성경의 이야기야말로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발견하던 유일한 이야기였다. (중략)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가정에 성경책이 있다. (중략) 우리 대부분은 성경을 이따금씩 유익한 생각이나 위로, 지침이나 방향을 얻을 수 있는 문집 정도로 대한다. 그리하여 성경이 입맛대로 골라 읽는 지혜 선집이라는 인상을 부추긴다. 이는 읽을 만한 부분을 성경 자체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미리 정해 두는 것이다. 성경이 우리의 권위가 아닌 것이다. (17쪽)

성경은 종교 서적이 아닙니다. 종교 서적이라면 이미 인도에 얼마든지 많이 있어 더는 필요가 없습니다. 성경은 우주의 역사, 곧 창조세계 전체의 역사와 인류의 역사를 독특하게 해석한 책입니다. (18쪽)

모세는 자기 민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 홍해를 건너 시내 광야로 들어간다. (중략) 결국 그들을 하나님이 명하신 산으로 데려간다. 그들을 만나기로 미리 약속하셨던 그곳에서 하나님은 그들과 언약을 맺으신다. (중략) 이것이 계약이 아니라 언약이라는 사실이다. 계약은 쌍방이 흥정하여 합의하는 것이지만, 언약은 주 여호와의 일방적 행동이다. 그분은 어중이떠중이 노예들을 자기 백성으로 삼으시고 그들에게 전적으로 헌신하셨다. (34-35쪽)

우리가 모두 하나님의 법에 순종한다면 왕은 필요 없어진다. 우리는 마음으로부터 옳은 길을 갈 것이다. 하지만 왕과 법정과 경찰과 감옥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우리에게 정치 질서를 주시면서도 또한 그것 자체가 깊은 타락의 원천임을 경고하신다. (45쪽)

40일 동안 예수는 광야에서 씨름하시며, 사람들의 추종을 얻어 내는 방법으로 세상이 제시하는 제시하는 세 가지 길을 마주하신다. 첫째는 경제적인 것이다. (중략) 다음은 종교적인 것이다. (중략) 끝으로 정치적인 길이다. (중략) 그 길을 거부하심으로 십자가의 길을 택하신 것이다. (중략) 예수 자신이 하나님 나라의 현존이기 때문이다. (중략) 그 나라는 예수 자신이다. (71-73쪽)

성경은 창조세계와 인류의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성경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그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다.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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