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음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버지, 시간만 나면 만나려고, 만나야겠다는, 만나야한다는, 그런 마음을 들게 하는 아버지, 신경숙의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읽었다. 힘들고 지난했던 세월에서도, 딸들을 귀한 선물처럼 키워주셨던, 아버지와의 기억이 오버랩되면서, 아버지는 당연히 그러하다는 역할로만 보았던 아버지를 오롯이 개인으로 볼 수 있었다.

딸을 잃은 딸이 몇년만에 어머니가 입원하면서 혼자 지내게 되는 아버지를 돌보면서, 아버지의 삶을 조금 알게 된다.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된다. 자식들마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부분과 아버지가 생각하는 자식들과의 관계도, 아버지가 살아온 시간을 연결해 본다.   

읽는 내내 눈물이 흘렀다. 자전거를 태워주고, 학교로 잊고 간 물건을 가져다 주고, 생일을 꼭 챙겨주고, 공납금을 제일 먼저 내 주고, 국민학교 때 안경를 맞춰 줘 부러움(?)까지, 가방과 운동화를 신겨서 보내고, 피아노도 배우게 하고 피아노도 사주고, 딸들을 대학시절 하숙을 시켜주고, 딸 네명을 대학을 보내고, 백일 사진과 돌사진까지 모두 찍어주고, 친구처럼 같이 놀아주고 이야기 나누고 대해주신 아버지... 당신이 제대로 못 배워 우리에게 그저 먹여 준 거밖에 없어, 그런 것이 가장 한이 된다고 하신다. 어쩜 당신의 아버지가 전쟁 통에 깊은 산속으로 아들을 대피시켰던, 소설 속 아버지의 손마디처럼, 그래서 학교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신의 배우고 싶었던 소망을 드러내신거다.

너희들 덕에 살고 있다, 소설 속의 아버지가 '용케도 너희들 덕분에 살아냈어야, 라고(416쪽)' 말씀하시듯, 아버지도 '늘 너희들 덕에'라는 말씀을 하신다. 너희들이 있어서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고도 하신다. 아무도 없고, 가진 게 하나도 없는 데서 순전히 그분의 노력과 애씀으로 우리가 살아있기에, 우리도 '아버지 덕에' 이렇게 잘 살고 있다라고 말씀드린다. 따라서 덧붙여 나오는 말, 좀 더 배운 아버지를 만났더라면...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라서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린다. 당신은 언제나 '고맙다'라고 응수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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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에 들어서면서 펼친 책을 이제야 덮었다. 한탸와 너무 감정이입이 되어, 문장 속으로 내가 갇히는 기분이 들어 숨이 막혔다. 생일도 지나고 어버이날도 지났다. 먼길을 오갔다... 그간 군에 간 조카 에미 때문에 가족톡톡방에는 조카찾기 시합하느라 즐거웠다. 똑같이 입고 마스크까지 낀 수십명의 아이들 속에서 바늘 찾기와 같은 거지...  이모들과 외삼촌, 사촌들까지 편지쓰느라 난리였다. 심지어 90살과 83살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편지까지 써서 보냈다. 아버지는 90세가 된 당신을 받아들이시는 게 힘든 거 같다. 정말 80대와 몇달 사이인데 엄청 차이가 있다. 정신이 조금씩 사라진다하시면서, 잠자듯이 죽도록 기도하신단다.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서 자식들을 위해 기도부터 시작하신다. 그리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신청하러 가자해서 함께 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시끄러운 압축기 소리에서 온전히 혼자만의 세상 속에 있는 한탸이야기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책을 35년동안 파괴하는 일을 했는데 이는 딜레마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과 일하는 것의 물아일체의 경지이다. 책을 읽고 미술작품을 감상하면서 교양과 지성을 쌓았지만 책은 그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 결국, 압축기 안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다... 압축기 일을 하는 사람은 적어도 대학은 나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한탸는 부브니 수압 압축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태도에서, 아무 생각없이 책을 다루는, 오직 일로만 여기는 그들의 모습, 심지어 현장학습 온 아이들이 책을 찢는 모습에서 충격을 받는다. 한탸가 생각하는 일에 대한 자세가 그의 밖에서는 아주 하찮은 모습이다. 외부의 억압에서 책은 한탸의 구원과 마찬가지이다. 노동의 가치가 전혀 다르다. 나 또한 34년동안 어떻게 일을 해 왔는지,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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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알면 복음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선물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 들어 있다. 지루하리 만큼 따분한 일상에서도 그리스도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모든 것은 그리스도의 은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이때껏 보내 온 크리스마스가 떠오른다. 예수가 태어난 날을 놀고 먹고 즐기는 날에서 멈췄다는 것... 소위 이 세상의 기준과는 너무도 먼 예수의 족보에서 부터 낮은 자와 소외된 자, 번외의 사람들이 이제야 보인다. 더 확장되어 예수를 보고 깨달아 삶의 일부로 가지고 오는 그런 순전한 믿음으로 나머지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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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에 깊이가 없다는 평론가의 말 한마디에 깊이를 찾으면서 삶을 망쳐버리고 죽음에 이른 예술가.. 그녀는 죽음 후에야 그녀의 작품이 초기부터 깊이를 추구했다는 평론을 동일한 평론가에게서 듣는다.. 왜 삶의 잣대를 타인의 눈으로, 그러나 무시하기는 힘들겠지..    

노련한 고수와 신참의 도전자는 체스판에서 만난다. 삶의 현장에는 그들과 구경꾼들이 있다. 이긴 이는 고수지만 못내 찝찝하고서야, 떠난다. 떠날 때는 구경하는 재미가 없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구경꾼들처럼 가면 된다. 미련스럽게, 확인될 때까지 미적대고 변명하지 말고..  

세상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점점 무감각해지고 생각하지 않고 마음이 굳어져 단단하고 비인간적으로 살아간다. 그리하여 돌조개로 변한다. 이러한 사실을 깨달으면 어떻게 살게 될까..

건망증이 한참이다. 책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삶에 도움이 되고는 있는걸까. 책을 덮는 순간 머릿 속이 하얗게 되는데, 그래도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이정도는 나이가 들면 저절로 되는 게 아닐런지, 아니겠지.    

     

*책은 얇고 표지가 예쁘다. 그리고 얼핏 크기와 양에 비해 값이 비싸다. 그러나 양질의 내용물이니, 기꺼이 수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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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아도, 내용을 읽어도, 그림을 보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에잇 나무만도 못한, 이런 말이 생길 거같다. 오랜 시간동안 지혜를 쌓아 온 나무들이 지나쳐 보이지 않는다. 각자 뭔가를 말하는 듯하다. 그래서 숲으로, 산으로 기꺼이 가는 걸까. 각자의 자리에서 최적의 생존을 지혜로 남겨주는 나무들, 어쩌면 우리들도 나무와 다를바 없는데, 나무처럼 살아가지는 못한다... 그래서 나무보다 못한, 이런 말을 나무가 들으면 기분나쁘겠지. 인간보다 더 오래전부터 살아 온 나무들이 인간보다 원래 더 나은 존재였는데...  나무처럼 살아보자, '나이 들수록 공기 정화를 위해 최적의 몸이 되는 미루나무에게는 모든 나이가 아름답다.'

애매모호한 4월도 걸음이 빠르다. 열두 달 중에서 가장 아픔이 많은 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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