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 들어서면서 펼친 책을 이제야 덮었다. 한탸와 너무 감정이입이 되어, 문장 속으로 내가 갇히는 기분이 들어 숨이 막혔다. 생일도 지나고 어버이날도 지났다. 먼길을 오갔다... 그간 군에 간 조카 에미 때문에 가족톡톡방에는 조카찾기 시합하느라 즐거웠다. 똑같이 입고 마스크까지 낀 수십명의 아이들 속에서 바늘 찾기와 같은 거지... 이모들과 외삼촌, 사촌들까지 편지쓰느라 난리였다. 심지어 90살과 83살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편지까지 써서 보냈다. 아버지는 90세가 된 당신을 받아들이시는 게 힘든 거 같다. 정말 80대와 몇달 사이인데 엄청 차이가 있다. 정신이 조금씩 사라진다하시면서, 잠자듯이 죽도록 기도하신단다.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서 자식들을 위해 기도부터 시작하신다. 그리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신청하러 가자해서 함께 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시끄러운 압축기 소리에서 온전히 혼자만의 세상 속에 있는 한탸이야기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책을 35년동안 파괴하는 일을 했는데 이는 딜레마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과 일하는 것의 물아일체의 경지이다. 책을 읽고 미술작품을 감상하면서 교양과 지성을 쌓았지만 책은 그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 결국, 압축기 안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다... 압축기 일을 하는 사람은 적어도 대학은 나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한탸는 부브니 수압 압축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태도에서, 아무 생각없이 책을 다루는, 오직 일로만 여기는 그들의 모습, 심지어 현장학습 온 아이들이 책을 찢는 모습에서 충격을 받는다. 한탸가 생각하는 일에 대한 자세가 그의 밖에서는 아주 하찮은 모습이다. 외부의 억압에서 책은 한탸의 구원과 마찬가지이다. 노동의 가치가 전혀 다르다. 나 또한 34년동안 어떻게 일을 해 왔는지, 돌아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