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온것도 모르고 자기 전에 한바뀌 휘 돌자고 나갔던 어느 날 밤.
저렇게 하얗게 눈이 덮이도록 나는 그것도 모르고 집안에서 뭐했대...
이제 다음 겨울이 올때까지 눈은 또 안오겠지?

지난 주말 오후, 동네 한바퀴 돌고 있는데 앞서 가던 남편이 외친다.
"폭포가 얼었다!"
폭포라고 하기엔 규모가 작지만 떨어지는 물이 얼어있으니 폭포는 폭포이다.
문득 폭포가 어는 과정이 궁금하다.
계속 떨어지고 있는, 움직이는 물이 어는 과정이란 어떨까.

지금 우리 아파트가 있는 곳에서 조금 나가보면 사람이 사는지 안사는지 모르는 지역이 나온다.
개발 소식이 돌면서 대부분의 주택이 철거되었거나 철거중이고, 그 와중에 보상을 바라고 변변찮게 지어진 가건물, 허물어져 내린 담벽만 남은 집, 생활 쓰레기 더미 등, 분위기가 묘한 곳이다.
어슬렁어슬렁 걸어 지나가다보면 사람은 거의 안보이는데 여기 저기서 개소리만 컹컹 들린다.
내가 지나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저 개.
저렇게 빤히 바라볼뿐 짖지도 않았다.

한때 어느 꼬마의 단짝이 되어주었을 자전거.

낮은 지붕의 집과 수직으로 뻗은 나무가 마치 좌표의 X축과 Y축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때문에 찍은 사진은 아니고, 오랜만에 본 연탄을 담기 위해서였다.
하얗게 연소된 연탄.
'전 제 할일 다 했습니다.' 라고 하는 것 같다.


아들한테 밥 짓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전기밥솥은 사용하지 않으니 압력밥솥으로.
이런 것도 기념사진이라고 찍고 싶어하는 건 엄마라는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밥보다 쉬운 우동 끓이는 방법은 아들이 초등학생때 가르쳐주었는데, 그때 우동 포장지에 써있는대로 물의 분량을 보여주느라고 계량컵을 사용해서 보여주었더니, 열여덟살이 된 지금도 아들은 우동 끓일때 꼭 계량컵으로 물을 재서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