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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성적표 - 고등 학생, 우리들이 쓴 시 ㅣ 보리 청소년 6
고등 학생 81명 시, 구자행 엮음 / 보리 / 2005년 5월
평점 :
누가 이 시기를 그저 좋~은 때라고만 부를 수 있을 것인가. 나 자신도 돌이켜보건대, 꼭 그렇지만은 아니었음을.
부산의 고등학생 81명의 자작시들의 엮음집 이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들도 아니고, 꾸미거나 치장하려 들지도 않은, 무심해 보이는 그들의 마음과 생각을 담은 솔직하고 풋풋한 시들이다.
종이 울린다
동시에 매로 문을 두드리며
고함치는 소리가 들린다
문은 닫히고
더 이상 자유는 용서 받지 못한다
매시간 10분전이 고비다
그때 마다 몇몇 죄수가 탈옥을 시도한다
그러나 결과는 종아리에 그이는 붉은 선
죄수명단을 들고 교관이 들어와 인원 수를 체크한다
압박감에 시달려 탈옥을 체념한 채
허리를 굽히고 눈을 감으며
엎드리는 죄수는 늘어만 간다
종이 울린다
동시에 죄수 수십 명이
발광하며 뛰쳐나간다
문은 열리고
그러나 자유여야 할 문 밖은 온통 학원 차 뿐
또 다른 감옥으로 옮겨지는 종소리일 뿐이었다.
(詩 ‘야.자’ 라는 구속 영장 全文)
우리학교 벚꽃은
소나무 옆에 서 있다
아이들은 벚꽃만 본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소나무는 서운해진다
(詩 우리학교 벚꽃 全文)
주목 받는 벚꽃보다는 그 옆의 소나무에 감정이입이 되어 쓴 시이다.
기성 시인들의 시도 좋지만, 기성이 되기 전의 이런 시인들의 시는 또 다른 느낌으로 와 닿는다. 시인을 만드는 사회와 교육, 입시 제도, '덕분'이라고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