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부터 다린이와 매일 저녁 그림일기 쓰기를 시작했다.


 

 

 

 

 

 

 

 

 

 

 

 

 

 

 아직 한글도 더듬 더듬 읽는 터라, 웬만큼 읽고 쓸줄 알게 되면 시작해야지 하다가, 오히려 옆에서 엄마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긴해도 일기를 쓰면서 한글도 더 쉽게 깨우치게 되지 않을까 해서 다린이에게 해보자고 했더니, 그림 그리는 걸 워낙 좋아해서 그런지, 싫다 소리 안하고 잘 해오고 있다.

A4크기의 종합장을 사서, 위에 날짜 쓰는 칸 하나 긋고, 아래에 글 쓰는 칸 세줄 긋고, 가운데 공간에 그림을 그린다. 오늘은 어떤 내용을 쓰라든지, 밑그림은 어떻게 그리라든지, 글을 먼저 쓰고 그림을 그리라든지, 일체 간섭 안한다. 그저 저 하고 싶은대로. 내용도 아이가 쓰고 싶은대로. 나는 그저 쓰려고 하는 글자를 모를때 (사실, 모르는 글자가 아는 글자보다 더 많다 ^ ^ ) 옆의 다른 종이에 써서 가르쳐 주는 정도. 그리고 모든 문장을 '나는~' 으로 시작하는 것은 일기를 처음 시작할 때의 공통적인 글쓰기 방식. "다린아, '나는'이란 말은 처음에 한번만 써도 돼." 이런 정도의 잔소리는 한다.

나도 여섯살 때부터 엄마의 '지도' 아래 그림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 다린이가 하고 있는 그림 일기 형식은 내가 어릴 때 쓰던 형식 그대로 따라 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림 그리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매일 쓴 일기를 엄마에게 검사를 받아야 했을 뿐 아니라, 내용이 적당하지 않다거나 (더 중요한 일이 있는데도 그것을 내용을 안 하고 엉뚱한 내용을 일기로 쓴 경우), 또 그림을 제대로 안 그렸다거나, 그럴땐 가서 다시 해오기까지 해야했던 나는, 엄마가 내주는 숙제의 의미가 더 컸었다. 그림 그리고 여백이 남지 않게 바탕색은 꼭 칠해야 했으며, 밑그림은 꼭 연한 노랑색이나 연한 살구색을 이용해서 그려야 했고, 지금 다린이가 하듯이 가끔 연필로 쓱쓱 그린다던지, 하는 일은 용납되지 않았다.

나의 그림일기는 초등학교 4학년 때였나, 그림 없이 글만 쓰는 일기로 바뀌었는데, 그 전까지 쓴 그림일기의 권수는 수십권이었다. 책장 한 구석에 보자기에 싸여 보관되어 있었는데, 몇년전 우연히 생각이 나서 엄마께 여쭤 보았더니, 이사 오면서 짐이 너무 많아 다 버리셨단다. ........ 그 다음 나의 기분은 말로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도 나는 일기를 쓴다. 그런데, 지난 일기를 읽어보면 정말 너무 어둡기 짝이 없어서, 나는 맘이 안 좋을때만 일기를 쓰는게야, 그러니까 그런거야 하고 생각해버렸다. 차라리, 오늘의 기록 쯤으로, 오늘 몇시에 일어나서, 몇시엔 뭘 하고, 뭘 읽고, 아이와 뭘 하고 놀고, 식으로 간단하게 쓰는 방식을 택해볼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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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8-2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멋진 모자 모습이네용^^
저도 지형이가 일곱 살이어서 주말에만 그림일기 시도해 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림일기 한 번 올려 주세용 궁금하옵나이당. 아마 다린이도 좋아할 듯.
우리 애들에게 저는 가끔 알라딘에 올린 이야기 보여 주기도 해요. 자기들이 말한 이야기를 옮겨 적는 엄마가 그렇게 싫은 것 같지는 않아요.키득거리는 걸 보면.

세실 2006-08-29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림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니 브럽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 닮아 그림에 영 소질이 없어요.
A4 연습장에 하는 것도 좋지만 직접 그림일기 노트 사다 하는것도 좋을듯. 저학년용으로 A4 만한 그림일기 노트가 있더라구요~~~ 네모칸은 한 4줄 정도로~~~
멋진 일기 기대하겠습니다. 저두 비자림님과 같은 생각....

hnine 2006-08-29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에이~ 멋지기는요 뭐. 다린이에게 한번 물어보고 일기 올려보도록 할께요.
세실님, 아이마다 자기가 좋아하는것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림 그리는건 좋아하는 반면, 글자 익히기엔 도통 관심이 없답니다. 세실님의 육아일기를 열심히 보고 있어요 ^ ^

하늘바람 2006-08-29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제가 보기에도 멋져요. 에이치나인님 그림일기 너무 아까우시겠어요 전 진작에 엄마가 버리셔서 아까울 맘도 안들지만
그림일기 완성컷 보여주실 거죠?

hnine 2006-08-29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우리는 나중에 아이들 일기 절대 버리지 말기로 해요 ^ ^
어제 일기랑 지난 토요일 일기 올려보았어요.

비자림 2006-08-29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림 올리셨네용
멋져요!!! 다시 추천 하고 싶네용^^
저는 그림 좋아하는데(그리는 실력은 없고 보는 것만 좋아해용) 우리 아들들은 이불에서 레슬링하기 이런 것들을 좋아하더라구요 ㅎㅎ

hnine 2006-08-30 0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자기 일기 올린 것 보고 아이가 정말 좋아하네요. 왜 두개만 올렸냐는데요? ㅋㅋ

전호인 2006-08-31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제법 잘 그렸습니다.
역시 아이들의 생각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정말 동화같다니까여.........

hnine 2006-08-31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어떤 날 일기에는요, 이 엄마가 드러누워서 책 보고 있는 그림도 있답니다. 이제부터는 말 조심뿐 아니라 행동도 더 조심해야겠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