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30분 거리 대청호 둘레길.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 걱정하기에는, 눈에 보이는 풍경과 자연이 반갑고 좋았다.
알록달록 화려하고 근사하진 않아도, 오래된 집에서 나를 기다려준 할머니처럼.
말없이 한번 눈길만 주시는데도 반가와하시는 마음 알 것 같은 할머니처럼.

걸으라고 되어 있는 길 말고, 남편은 자꾸 샛길로 들어가보려고 한다.
사진은 그냥 남들이 다 걸어가는 길로 걸어가다가 맘에 드는 곳을 찍는게 아니라, 없는 길로 찾아다니며 찍는 거라고.

풀밭을 헤치고 들어가자 이렇게 오래된 나무가 꺾여지고 쓰러져있는 곳들이 나타났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꺾여져 쓰러져 있는 모습 조차 위엄있어보였다.


꺾여서 완전히 가로로 누워버린 가지. 자세히 보니 거기에서 새로 어린 가지가 자라나고 있다. 이들은 똑바로 위를 향하여!


갈대는 어느 계절에 봐도 참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하나로는 여리고 힘없어 보이는 갈대이지만 저렇게 집단을 이루면 어떤 다른 식물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멋이 생겨나고, 함께 움직여 바람 소리를 만들어내고, 물결 같은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물가가 아닌, 벌판 쪽에 방치되어 있는 파란 배.
가까이 보니 배는 빈 배가 아니었다.

그 안에 새로운 식구들이!




저~기 멀리 새가 보이시나요?

이젠 보이시나요?
"퍼덕! 퍼덕!"
이 물가 어디선가 요란한 소리가 나서 둘러보니, 물 속에서 잉어만한 물고기가 자맥질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얼마나 힘차게 돌아다니고 있던지.
집에 와서 아들 보여주려고 동영상으로 그 모습을 담아왔는데, 여기 올리려니 방법을 모르겠다 ㅠㅠ
눈에 보이는 것 외에 가만히 귀기울이면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등, 평소에 못듣던 소리가 많이 들린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녹음해오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올리는 방법을 몰라 카메라 열고 혼자 구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