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셀리그만의 낙관적인 아이 자녀 양육 시리즈 6
마틴 셀리그만 지음, 김세영 옮김, 문용린 감수 / 물푸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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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새 10대의 한복판에 있는 내아이. 내가 해줄 것은 거의 다 해줬고 이제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는데 치중하자 생각하고 육아, 교육과 관련된 책 읽기도 한동안 뜸했었다. 우연히 이 책을 보고는 갈등없이 바로 구입해서 읽어보게 된데에는 제목이 말하는 <낙관적인 아이>는 내가 육아 목표로 제일 신경썼던 덕목이었다는 것이 작용한 것 같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그래서 육아나 교육 서적을 읽어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결국 돌아보는 것은 아이보다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아이를 키우는 것은 현재와 미래가 달린 일이지만 부모 자신들은 이미 지나온 길이기 때문에 자연히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낙관주의는 나와 거의 정반대편에 있는 단어. 그래서 아이가 생기면 이 점을 더 신경써서 키워야겠다고, 결혼 전 부터 생각했었다. 최근 사회적인 현상도 한 몫 한다. 아직 자기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그런 생각을 머리에 담고 사는 아이들 숫자가 자꾸 늘어간다. 아이들이 아이들일때 부모가 갖춰줄 가장 필요한 자산은 눈에 보이는 스펙, 학력, 경제력 등이 아니라 바로 긍정성, 면역력,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자생력, 융통성이라고 생각했다. 실패를 인생 전체의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 힘. 이 책에도 나왔지만 이 모든 바탕은 부모 손에 달렸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저자 마틴 셀리그만은 심리학자. 인간에게 습관으로 자리잡고 있는 몸에 밴 우울, 비관주의를 낙관주의로 바꿀 수 있는 인지적 치료법 개발에 애써 온 사람이다.

비관주의는 뿌리 깊이 박힌 정신의 습관이다 (23)

습관이라는 말 처럼 무서운 말이 있을까.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하지만 그는 비관주의는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어릴 때 낙관적인 생각이 청소년기 우울증을 예방한다 (35)

우울증이 본격화되는 시기는 성인이 아니라 청소년기라고 하는데, 어릴 때 비관적 사고를 하며 자란 아이가 청소년이 되었을 때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보고되어 있다고 한다.

우울증의 증상은 네 가지. 가라앉은 기분, 무기력한 행동, 신체적인 문제, 비극적 사고.

미래는 절망적이고, 현재는 견디기 힘들고, 과거는 패배의 기억으로 가득하고, 자신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며 우울하게 생각하는 버릇을 가진 사람에게, 이 버릇을 바꿔 탈비극화하게 만듦으로써 다른 모든 증상을 사라지게 한다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인지적 치유법의 요점이다. 저자는 막연한 교육이나 강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기술을 고안하고, 우울증에 취약한 아이들을 선별하여 넉넉한 기간을 두고 이 기술을 가르침으로써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영혼없는 칭찬'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도 유행하듯이 듣기 좋은 말, 과장된 칭찬 등 잘못된 자존감 높이기 운동은 오히려 자존감을 낮춘다. 유행처럼 번지는 우울증은 원래 중년 여성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흔치 않은 증상이었다가 1960년대 초반부터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하여 지금은 감기처럼 흔한 질환이 되었고 그 연령층도 내려가 중학생들 사이에서도 나타나는 증상이 되었다. '성취중심의 사회'는 그래도 나았다. 요즘은 여기서 '좋은 기분을 중시하는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다. 행복해야 하고, 성취보다 개인의 만족과 자유를 더욱 중시하게 되어 소비지상주의, 쾌락을 위한 약물사용, 탁아소를 이용한 육아, 성적인 만족 등, 내 기분이 어떻냐가 중요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저자는 자존감 높이기 운동과 개인의 좋은 기분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오히려 자존감을 약화시키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고 보았다.

낙관주의 하면 떠오르는 나라 미국. 미국이라는 나라의 사회 전반을 이루고 있는 믿음, 초석이라고 여겨지던 낙관주의마저 과대 선전에 대한 반동으로 1950년대에 비관주의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노만 빈센트 필의 <긍정적인 사고의 힘>이라는 책은 미국 국민에게 성경과 같은 책이었다 (우리 나라에서 <적극적 사고 방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온 것을 엄마의 권유로 중학교때 나도 읽었던 책이다). 1960년대 이르면 미국 사회가 강조하던 낙관주의는 눈먼 신념이었다고 보는 비관주의가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비관주의는 곧 지식인이 갖춰야 할 태도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당신의 아이는 낙관주의자인가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초조해하고, 잘 해 보려는 마음대신 스스로 만든 압박감에 계속 진행하지 못하고 지레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인 나에 비하면 내 아이는 느긋하고 낙천적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마침 낙관 지수 측정하는 설문지가 있어 해보게 했더니 결과가 그렇지 않아 좀 놀랐다. 테스트의 채점 근거는 어떤 결과의 원인을 영구적, 포괄적, 개인적인 것으로 해석하는가 하는데 있다.

호빙 이펙트 (Hoving effect)라는 것이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큐레이터였던 토마스 호빙이라는 사람의 경험에서 나온 말로서, 틀에 박힌 생활을 청산할 단 한번의 중요한 사건이 자기 자신과 자신이 지닌 가치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는 수가 있고, 그럼으로써 낙관적인 사고 혹은 비관적인 사고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12주간의 우울증 극복 프로그램 (낙관적 생각의 기술)=

우울증에 취약한 아이들은 보통 두 가지 스타일로 사람들을 대한다. 원하는 것을 금방 갖지 못하면 폭발해 버리는 심술쟁이이거나 늘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자기 속으로 침잠해 버리는 만만쟁이이다. 우울증에 취약한 아이는, 우울증에 걸린 부모가 있거나 엄마의 죽음을 경험했거나 미미하지만 우울증과 관련된 질환을 갖고 있거나 가족끼리 자주 싸우면 그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이에게 낙관주의를 가르치려면 부모가 먼저 그 기술을 이해하고 자신의 사고 방식으로 정립해야 한다. 아이들은 부분적으로 부모로부터 비관적인 사고를 배우기 때문에 부모가 먼저 낙관적 생각의 모범을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이러한 인지치료가 약물치료에 비해 예방효과가 두배나 높다.

1. 기분이 최악일 때 마음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인식한다 (생각붙잡기, thought catching)

2. 이런 자동적인 생각들을 평가하여 마음 속에 드는 이 생각들이 꼭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평가하기, evaluating)

이때 자신의 믿음이 옳은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증거 (근거)를 모아보는데, 증거가 미약할 땐 그 믿음이 꼭 옳은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다

3. 나쁜 일이 생겼을 때 보다 정확한 설명을 하고 그 설명을 통해 자동적인 생각들에 도전한다 (도전하기, challenging)

이럼으로써 부정적인 설명들이 꼬리를 무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 "나는 형편없는 엄마야" 라는 생각을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니까" 라는 생각으로 바꿔봄으로써 아이들에게 고함을 지르는 이유로 훨씬 덜 영구적인 이유가 된다. 훨씬 더 견딜 만하게 되다.

4. 탈비극화 기술 (decatastrophizing)

 

이러한 기술을 훈련하면서 저자가 주의를 준 것은 두가지. 개인적인 책임감을 회피하도록 가르치는게 아닌지 하는 것과 막연한 낙관주의이다. 막연한 낙관주의 학습된 낙관주의의 차이점은 학습된 낙관주의는 생각의 정확도를 근거로 한다는 것이다.

 

1. 설명양식을 바꿔본다

  • 영구적 vs 일시적 - 결과를 영구적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 않는가
  • 포괄적 vs 구체적 - 결과를 확대해석하고 있지 않는가
  • 개인적 ("이게 다 나 때문이야") vs 외적 - 나 때문인가, 다른 사람이나 다른 이유때문인가

2. 마음 속에 낙관주의자 모델과 비관주의자 모델을 세워두고 둘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그럼으로써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려보게 한다.

3. 원인을 여러 방법으로 생각한다 - 파이게임. 파이를 한 조각씩 잘라서 파이 한 조각마다 문제를 일으킨 원인 한 가지를 나타내게 하는 것. 각각의 파이 조각은 다양한 가능성의 원인을 나타낸다

4.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얘기해보는 훈련을 한다.

자기가 화가 난 이유, 자신이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상대방이 어떻게 바뀌기를 바라는지, 그런 변화가 자신의 기분을 어떻게 바꿔줄지를 포함시켜 말한다.

 

낙관주의의 한계

비관주의에 비해 낙관주의가 결국 더 이로운 효과를 줄 것임을 알면서도 비관주의 쪽으로 향하게 되는데는 저자도 지적했다시피 비관주의자들이 낙관주의자들보다 나은 다음 한가지 때문이 아닌가 한다. 즉, 비관주의자들은 현실을 더욱 명확한 눈으로 본다. 실제로 우울증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았다고 하고, 우울한 현실주의를 지지하는 증거들도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이말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기술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반면 그렇지 않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이 훨씬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것은 경미한 수준의 우울증일 때 적용될 수 있을지 몰라도 우울 증세가 심해지면 그보다 더 큰 문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편할 대로 생각하는 경향은 없어지는 대신 자신에게 파괴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 분명한 것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생각해서 입는 피해보다는 심한 우울증으로 말미암은 부정확한 판단의 피해가 훨씬 크다고 했다. clear!

따라서 바람직한 것은 '정확한' 낙관주의이다. '나는 특별하다'는 식의 극단적 낙관주의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자신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저자의 목표라고 강조한다.

 

낙관주의는 과학의 산물이라고 자신의 프로그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적어도 저자는 그렇게 접근하여 해결하고 개선해보려고 노력했다는 점은 독자로서 반박의 여지가 없도록 이 책은 쓰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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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9-02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에 찍은 사진에서 웃는 모습이 없다고 합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확률이 그렇대요.

hnine 2016-09-02 18:17   좋아요 0 | URL
우울증도 역시 어릴때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의해 많이 영향을 받는다고 하네요. 아이들은 부모의 카피라고, 자식이 왜 무서운지 갈수록 더 느끼겠어요. 반면 그런 것 때문에 제 생활을 더 다잡을 수 있는 점도 있지요. 이 책은 지적만 하는것이 아니라 개선해보려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서 좋았어요. 부모가 먼저 훈련이 되어야한다니 특히 더 머리에 쏙쏙 들어오더라고요.

Jeanne_Hebuterne 2016-09-04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함은 그저 제 마음 깊숙이 박힌 생활습관이라고 생각했더랬어요. 잠깐 이 마음이 지속되다가 말겠지, 생각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았더랬습니다. 할 수 있는 거 다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는데 제가 너무 많은 걸 기대한 건가봐요.
저의 우울은 늘 화살같았더랬습니다.그것이 hnine님이 쓰신 낙관주의의 한계 대목 그대로여서 읽다가 나름 다시 나를 바라보게 되었어요. 한가지 결론은 슬픔이 타인을 향하면 분노가 되고 나 자신을 향하면 우울이 된다는 것. 저는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이미 hine님의 명민한 리뷰로 설득당할 준비가 된 독자임이 분명해요.

오랜만에 불쑥, 인사 남기고 갑니다. 보고 싶어서요.^^

hnine 2016-09-04 13:37   좋아요 0 | URL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셨군요. 저는 상담을 주로 하시는 의사선생님께 가본적 있어요. 몇년 전에 한달 정도 다녔고 한동안 안가다가 지난 달 또 갔었는데 그분이 어디 아프신 듯, 안색부터 안좋아 보이시고 상담해주시는 것도 그렇고, 오히려 제가 어디 편찮으시냐고 물어볼 뻔 했는데 40분 만에 오늘은 그만 하자고 하셔서 고개를 갸우뚱 하며 돌아왔네요. 하지만 에뷔테른님 말씀하셨듯이 할 수 있는 거 다 해보자!, 이런 마음 좋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마음이었고요. 우울은 이제 한때 증상이라기 보다 그냥 습관이 되어 가는, 아니, 제 경우엔 이미 습관으로 자리잡은 것 같은데, 그래서 그렇게 받아들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는데, 이상한게 제 아이한테까지 물려주고 싶지는 않은거예요. 그래서 이 책도 읽게 된거죠.
슬픔이 타인을 향하여 분노가 되는 것 보다 차라리 나 자신을 향하여 우울이 되는게 더 낫지 않은가 싶네요 ^^ 이 우울을 무엇으로 재탄생시켜볼까, 저는 생각이 거기까지 치닫고 있어요 ^^ 제가 그림을 잘 그린다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잘 쓴다면 아름다운 글을 쓸텐데 말이죠.

오늘 서재에 올리신 사진이 너무 인상적이네요!

뚜유 2016-09-20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소 현실적 비관주의자인데 `정확한` 낙관주의를 기를 수 있도록 이 책을 봐야겠어요.
현실에서는 비관주의와 낙관주의가 함께 작동해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이젠 학령기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서 제대로 칭찬하기가 정말 어렵네요.

hnine 2016-09-21 04:35   좋아요 0 | URL
비관주의를 꼭 없어야할 요소로만 여기진 않으신다니 저도 동감입니다. 문제는, 비관주의와 낙관주의가 언제나 함께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것 같아요. 의식적으로 노력이 필요한 일 같습니다. 이 책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 아닐까 해요. 아이들의 비관주의는 역시 자랄 때 환경 (가장 막강한 환경은 엄마이겠지요 ㅠㅠ)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빠지지 않고 언급이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