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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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썼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인지 서머싯 몸의 책 <달과 6펜스>의 표지 그림은 폴 고갱의 자화상이다. 실제 고갱의 직업과 같이 소설 속 인물 스트릭랜드의 직업도 증권 중개인. 이 소설을 이끌어가고 있는 화자는 처음 만난 스트릭랜드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이목구비가 모두 필요 이상으로 조금씩 커서 못생겨보였다. 붉은빛이 도는 머리카락을 아주 짧게 깎았고 조그만 눈은 푸른색 같기도 하고 회색 같기도 하였다. 전체적으로 평범한 인상이었다. (34쪽)

표지 그림의 고갱 자화상을 보니 책 속의 묘사와 얼추 비슷하다.

런던에서 증권 중개 일을 하며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부유하게 잘 살던 남자가 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다. 이제 자기가 하고 싶던 일, 즉 그림 그리는 일만 하고 싶다는 이유가 전부. 그리고는 런던을 떠나 파리로 가서 이전과 비교가 안되는 궁핍한 생활을 하며 그림을 그리면서 살아간다. 그렇다고 그의 그림이 그렇게 뛰어났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 오로지 소수에게만 인정받을 뿐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뭐 저런 그림이 다 있냐고 당황할 정도의 그림을 그리느라 그는 부인도, 아이들도 몰라라 하고 파리에서 이곳 저곳을 전전한다. 스트릭랜드의 아내는 화자인 '나'에게 부탁해서 남편을 다 용서하고 받아줄테니 돌아오라고 전해달라는 심부름을 보내기도 하지만 스트릭랜드는 그러고 싶은 의사가 전혀 없었고 이후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가족을 다시 만나는 일은 없다. 사후에 인정을 받긴 했으나 살아있는 동안엔 그가 혼신을 투여한 결실을 보지 못한 스트릭랜드는 행복했을까. 말년에 병들어 사람들로 부터 격리되고 가난하게 마감하는 타히티에서의 그의 최후만 놓고 본다면 전혀 행복해보이진 않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3자의 눈에 비친 모습일테니 말이다.

 

서머싯 몸은 오랫동안 고갱을 소재로 소설을 쓰고 싶어했다는데 어떻게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어 소설 쓸 생각까지 하게 되었는지는 해설에도 나와있지 않다. 실제로 고갱이 머물던 타히티를 방문하여 그와 함께 살던 여자와 이야기도 나누고 거기 남아있는 고갱의 그림을 구입하기도 했다는데, 그러면서 많은 자료 수집을 했을 것이고 마침내 마침내 소설을 써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아쉬운점

1. 심리 묘사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이유로 가진 것 전부를 버리고 떠날 때, 그렇게 인생의 급반전을 하며 떠날 때, 그리고 그 이후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심리 묘사가 더 심도있게 그려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화자의 눈을 통해서 묘사해야 하는 것을 한계점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게 꼭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제3자의 눈을 통해서라 할지라도 스트릭랜드의 진심, 심중이 독자들에게 전달되어 공감과 이해의 끈이 형성될 만한 계기가 특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본다. 처음엔 이해 못할 것 같은 인물의 행동이, 읽다 보면 이해가 되기 시작할 때, 그렇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순간 독자들은 그 작품에 비로소 빠져들게 되는 것이 아닐까.

2. 소설이면 소설, 전기면 전기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소설은 많다. 실제 인물이 소설의 탄생을 이끄는 계기만 마련했을 뿐 스토리는 작가의 창작이 많이 기여하는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예를 들면 '진주귀거리 소녀'), 거의 전기에 가깝게 인물의 실제 삶의 행적에 충실하고 작가의 덧붙임은 그에 비해 소소한 부분을 차지하는 작품들도 있다 ('덕혜옹주', '소설 동의보감' 등). 그런데 이 작품은 고갱을 모델로 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작가가 조사한 자료들만 가지고 소설화 하는데 무리가 있었는지, 화자인 내가 스트릭랜드 사후에 그 주위 인물들로부터 들었다고 하며 메꾸는 내용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럼 그것이 실제 고갱의 삶에서 있었던 일인가 하면, 작가는 그것도 책임질 순 없다는 듯 마지막에 꼭 달아날 구멍처럼 방금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은 워낙 허풍과 허세가 있는 사람이기때문에 다 거짓말이라고 해도 자기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는고 덧붙여 놓고 있다.

그러고 보면 그가 해준 이야기 가운데 진실은 한 마디도 없었을지 모르겠다. 그가 스트릭랜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마르세유에 관한 지식도 어느 잡지 나부랭이에서 얻은 것이라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245쪽)

 

제목의 '달'과 '6펜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작 그런 것엔 별 관심이 안 간다. 포장지에 관심 안 가듯이.

기대를 했던 작품인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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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8-07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한 문학작품인데 정작 읽지 않는, 또는 못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제가 hnine님 서재에 올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요. 누군가, 이를테면 멋진 국어샘이 여름방삭 독후감 숙제로 내준다면, 그 시절의 소녀로 돌아갈수 있다면, 열 일 제치고 열심히 읽을 것 같기도 해요^^
참, 이사하셨다는 얘기는..최근의 일인가요?

hnine 2016-08-07 15:41   좋아요 1 | URL
저도 문학전집을 들여놓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유명 문학 전집을 연속으로 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 제 아이에게 문학전집 책 좀 읽으라고 잔소리 하는 대신, 보란듯이 읽고자 하는 꿍꿍이도 작용하고요.
이사는 최근 일 아니고요 2012년 일인데, 지금 아파트가 산을 깎아서 만든 곳이라서 그런지 꿩, 고라니 등이 집에서도 창 너머로 종종 보이곤 했거든요. 그런데 몇년 지나면서 자취를 감추었답니다. 서운해요.

감군 2016-08-07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트릭렌드가 아주 이기적이면서도 그 표현에 납득이 되어 놀랍던데요.
hnine님에게는 이렇게 보이셨다니- ㅎ

hnine 2016-08-07 15:45   좋아요 1 | URL
아, 감군님. 위의 리뷰는 순전히 제 개인적인, 날것 그대로의 생각이랍니다 ^^
저도 스트릭랜드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래도 그사람만의 내면을 독자가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나와주기를 기대하며 읽기도 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