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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
오사 게렌발 지음, 강희진 옮김 / 우리나비 / 2015년 8월
평점 :
스웨덴 작가인 오사 게렌발의 그래픽노블.
미술을 전공한 그녀의 아홉번째 작품이라는데 나한테는 처음 접하는 작가이고 작품이다.
제목 <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에서 그들이란 주인공의 부모를 말한다.
주인공 제니. 그녀가 남편과 함께 곧 태어날 첫아기의 침대를 조립하는 장면으로 첫장이 시작한다. 구닥다리 침대에 난 흠집 자국을 보고 제니는 문득 자기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고 그 생각에 빠져들기 시작, '모든 것은 이렇게 시작되었다'라며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상하다시피 상처와 치유의 과정 이야기. 식상한 주제가 될 수도 있겠으나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아무리 읽어도 이런 이야기는 그때마다 가슴 어느 한 구석을 꼭 건드리고야 마는건 왜일까.
딱히 나쁜 부모라고는 할 수 없어 보이는 제니의 부모. 먹이고 입히고 키우고 학교 보내 공부 시키고, 아이에게 해주어야할 기본적인 것은 다 해주었음에도 제니로 하여금 이렇게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작용하게 한 것은 부모의 어떤 태도때문일까.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030/pimg_7149951631302173.jpg)
이것이 표지 그림이다. 한 사람의 뒷모습과 두 얼굴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모두 동일인.
제니의 이야기를 듣던 치료사가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얘길 들어보니 정서적 방치라고 알려진 트라우마에 시달려왔던 것 같네요."
정서적 방치.
책 속의 제니가 그랬듯이 나도 이 책에서 처음 들어보는 용어이다.
어릴 때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대상이 아무도 없어서, 표면상으로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지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결핍감으로 고통받고 있었던 것이라고 치료사는 설명해준다.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제니는 정서적 방치에 대해 모든 자료를 찾아보며 과거로의 먼 여행을 떠난다. 치료사의 도움과 더불어 그녀는 이제 자기한테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정보를 습득하고, 모든 걸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즉, 성인이 된 지금의 관점에서 자신의 삶과 자기 스스로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아, 이거구나. 어릴 때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말이다.
결국 희망을 포기했을 때 내게 자유가 돌아왔다.
나는 사고를 받아들였고, 그로 인해 잃었던 모든 것을 감수했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내가 얻은 모든 것들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169쪽)
여기서 희망은 막연한 기대, 저절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수동적인 바램을 의미한다고 생각된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030/pimg_7149951631302175.jpg)
마지막 저자의 글을 통해 그녀는 말한다. 이 책은 그 누가 뭐라해도 자신이 옳다고 믿을 수 있는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자부하고, 투쟁은 고통스럽지만 충분히 의미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남을 상대로 한 투쟁이 아닌, 자신의 삶의 의미가 되는 이 투쟁은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이번엔 그녀의 다른 작품 <가족의 초상> 주인공 마리를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