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your definition of happiness?"

 

설문지 스무 문항 중 하나였다.

지난 주말, 올해 중학교 1학년 조카가 영어 숙제라면서 설문지를 들고 외할머니, 즉 내 엄마를 인터뷰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가족 중 한 사람을 택하여 자기가 만든 스무 문항의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정리하여 제출하는 것이라는데, 조카가 만든 문항 중에 "당신은 행복을 뭐라고 정의합니까?" 라는 저 질문을 보았다.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였으므로 문득 다들 행복을 어떻게 정의할까 궁금해졌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것, 목표를 달성하는 것,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는 것 등등, 비슷하면서도 다른 여러 가지 답이 나왔지만 모두 이렇게 말했다 저렇게 말했다 하는 것으로 보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싶었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는 답은 우리 엄마의 답. 우리 엄마 다우신 답이다.

"엄마, 그럼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행복하지 않은건가요?"

엄마의 답을 듣고 나는 또 지극히 나 다운 질문을 했고.

 

오늘 아침, 저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생각해보았다.

 

나눌 것이 있고, 나눌 사람이 있는 상태

 

행복에 대한 사적인 정의.

나눌 것이란 꼭 물질적인 것을 말하지 않는다.

나눌 사람이라고 했지만 꼭 사람이 아닐 수도 있으리라. 동물, 식물 포함.

 

나중엔 어떻게 바뀔지 몰라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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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5-12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눌 것이 있고, 나눌 사람이 있는 상태......좋은데요.
저는 요즘 햇살 가득한 카페에 앉아 아이스 커피 마시면 이런 저런 얘기하고 있노라면 행복합니다^^
소박하지요? 매일 매일 하고 싶은 일상중 하나. ㅎㅎㅎ

hnine 2015-05-12 13:05   좋아요 0 | URL
나눌 것 (얘기)이 있고, 그것을 나눌 사람이 있는 것 --> 제가 생각하는 행복, 맞네요 ^^
매일 매일 누리시길 바랍니다. 마음에 조금만 여유가 있으면 가능할 것 같아요.

다락방 2015-05-13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나인님의 이 글을 읽고, 그러게, 나도 종종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행복에 대한 정의는 내릴 수가 없네,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러다가 올리브 키터리지가 생각났어요.

<올리브는 생이 그녀가 `큰 기쁨`과 `작은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큰 기쁨은 결혼이나 아이처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위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작은 기쁨도 필요한 것이다. 브래들리스의 친절한 점원이나, 내 커피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너츠의 여종업원처럼. 정말 어려운 게 삶이다.>

어쩐지 나인님의 이 페이퍼가, 올리브 키터리지의 이 구절과 통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hnine 2015-05-13 09:55   좋아요 0 | URL
음...다락방님의 인용구절을 읽고 또 생각해봅니다. 작은 기쁨과 큰 기쁨에 대해서요. 작은 기쁨은 자주 누리는 반면, 큰 기쁨을 떠올려보자니, 그건 별로 자신있게 말할 수 없네요. 작은 기쁨만으로, 모자란 큰 기쁨을 대체하려면 에효...^^
올리브 키터리지를 보관함에 담아놓은지 어언 몇년 째인지. 이젠 정말 읽어봐야겠어요.

순오기 2015-05-14 0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
요즘의 내 행복은 `숲에서 놀고 돌아갈 때 꽃처럼 화알짝 피어난 아이들 얼굴을 보는 것`이라 할 수 있죠!
그런데 동행한 선생님들 때문에 마음 상하는 일도 종종 있어요.ㅠ

hnine 2015-05-15 17:4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숲해설가 정말 잘 선택하신거예요. 최근 마루야먀 겐지 에세이 읽으면서 또한번 생각했답니다. 저도 만약 기회가 된다면 나무와 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에 더해서 그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게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시작도 안하고 꿈은 원대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