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변경선 문학동네 청소년 9
전삼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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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은 알고 있었으나 그녀의 작품을 읽어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느 웹사이트에 올린 나의 글을 그주의 당선작으로 뽑아준 사람이 전삼혜 작가였고, 몇주 후 상품으로 배달된 몇가지 물건 중에 이 책이 들어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행운과 용기를 빌어요 2014 여름 전삼혜" 라는 작가의 손글씨와 함께.

1987년생. 내가 대학 3학년때 태어난 젊은 작가이다.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작가도 고등학교 재학시 백일장 키드로 살았고, 그 특혜로 대학에 입학했으며, 졸업후 이젠 더 이상 백일장에 나가지 않아도 될때 처음 써본 장편소설이 이 책이라고 한다.

주요 등장인물이 모두 고등학생인 것도 그렇고, 작가의 고등학교때 경험이 이야기 전반에 스며있다고 짐작된다.

글로 대화하고, 글로 만난 세 사람. 이들의 공통점은 백일장에 참가하여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지만 그 이유까지 모두 같지는 않다.

우진, 그는 기형도 시를 계기로 시에 빠져 한동안 시 쓰기에 열을 올려보지만 한계를 느껴 소설 쓰기로 방향을 바꾼다. 백일장에 참가하기 위해 수업까지 빠져가며 전국 이도시 저도시 다녀야 하는 일이 짜증스럽다고 하나 글 쓰는게 너무 좋은 우진의 마음을 꺾어놓진 못한다.

학교에서 이유 없이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몸과 마음 모두 상처를 받은 후, 그 아이들로부터 미안하다는 형식적인 사과를 받긴 했지만 학교로부터 하루라도, 한 시간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백일장에 참가하게 된 윤희. 이유야 어쨌든 나가는 백일장마다 거의 수상을 한다.

그리고 또 한사람 현수. 이 소설의 화자인 셈인데 우진과 윤희보다 한살 어리기 때문인지 글 쓰기를 좋아하면서도 나는 왜 글쓰기를 좋아하는지 자신에게 물어보고 자기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등의, 답 없는 물음을 던지며 혼란스러워한다.

화자는 현수이지만 아마 독자의 호기심을 끝까지 끌고 가는 건 이 중 윤희가 아닐까.

"미안, 나는 네가 계속 왕따였으면 좋겠어."

학교에서 가방이 없어져 찾고 있는 윤희에게, 조용히 가방이 있는 곳을 알려주며 같은 반 아이가 한 말이다.

그녀 역시 윤희 이전에 반 아이들로부터 집단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었고, 자기가 당했던 것을 윤희가 지금 당하고 있는 것을 보며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얘기한 것이다. 윤희가 아니었다면 계속 왕따가 되었을 애.

결말이 섬뜻한 비극으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하며 끝페이지까지 갔던 건 아마 대개 이런 소설들이 그렇게 결말을 맺고 있더라는 것이 학습되었기 때문인지.

제목 '날짜변경선'은 세 사람이 처음 만났던 인터넷 카페 이름이고, '변경'이란 단어는 마지막으로 참가한 백일장에서 제시된 제목이기도 하다.

변경. 우리 삶의 어느 대목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이것때문에 우리는 절망하기도 하고, 또 마지막 희망을 품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난 후 그때가 인생의 한 변곡점이었음을 깨닫기도 한다.

 

섬찟한 결말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읽고 난 후 기분이 좋다. 고등학생 시절을 다 거친 후에 썼음에도 마치 지금 고등학생이 쓴 것처럼 자연스러운 문체와 표현때문에 아마 지금 고등학생들이 읽으면 한글자, 한줄 글마다 피부로 쏙쏙 스며드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다.

 

"전삼혜 작가님, 계속 좋은 작품 써주세요. 책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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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9-2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날것같네요 학창시절 이야기는 언제나 와닿습니다. 작가가 참 섬세하네요

hnine 2014-09-29 13:58   좋아요 0 | URL
작가 자신의 경험이 모자이크 식으로 이야기 여기 저기 들어가있답니다. 따돌림에 대한 책은 이미 많이 나와있는데 그들이 나름 다 다른 걸 보면 신기하지요. 전 우연한 거짓말보다 이 작품이 더 좋았어요. 어른의 목소리가 아니더라고요 이 작품은.

노이에자이트 2014-09-29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와 독자가 이런 인연을 맺을 수도 있군요.부럽습니다.

hnine 2014-09-29 20:02   좋아요 0 | URL
일찍 등단해서 큰 상도 받았는데 요즘은 작품 활동이 뜸한 것 같아서 궁금해요.
이 책엔 특별히 충격적인 대목이 있거나 표현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마치 고등학생 저자가 쓴 양 자연스러워, 억지스럽지 않아서 좋았답니다.

세실 2014-09-30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전삼혜....삼삼하다는 단어가 맴도네요~~~
이른 나이에 촉망받는 작가군요. 부럽다^^
우아한 거짓말처럼 섬뜩한 결말은 아니라니 다행입니다^^

hnine 2014-10-01 00:45   좋아요 0 | URL
청소년소설중에 섬뜩한 결말인 것들이 꽤 있지요. 이 책에서도 따돌림 이야기와 함께 은둔형 인물이 나오길래 혹시 또 충격적인 끝을 보게되나 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작가 이름이 독특하지요? 본명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른 웹사이트에서 보니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일찍 능력을 인정받았으니 앞으로 그 능력을 맘껏 발휘했으면 좋겠어요.

icaru 2014-10-02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솔직히 말하면, 나이가 어린 작가가 쓴 소설은 다소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고는 읽기가 쉽지가 않거든요. ^^;;;;;;
시라면, 또 모를까요..
제가 나이가 들어가니까, 생긴 증상이어요,, ㅎㅎ ㅅ
그런데, 이 작가의 작품 읽어보고 싶네요~ 진짜... 그리고 계속 작품을 내 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고요..
문재가 있어서 잠깐 반짝하는 게 아니구요...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무슨 문학상에서인가 수상작이었던, 남상순의 ˝흰뱀을 찾아서˝를 읽고, 너무 좋아가지고, 기존에 읽었던 것들,,, 자아는 팽배에 있고, 시대의식은 비장하고 그런 일련의 작품들이랑 너무 다르게 정답고 신선해서,, 그런데 그 작가 작품을 이후에 찾아 읽어보기가 어렵더라고요 ;; 작품은 계속 내셨을 텐데,, 제가 못 찾아 읽은거지만, 왜 갑자기 남상순 작가가 생각났을까요? ㅎㅎ

hnine 2014-10-02 21:55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라서 다른 작품들이 어떨지 모르겠어요. 일찍 등단한데서 그치지 않고 계속 그 여세를 잃지 않는 김애란 같은 작가도 있지요. 저도 솔직히 젊은 작가들의 소설을 읽으면 이 나이에 벌써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마치 겪어본 것 처럼...하면서 감탄할 때가 많아요. 그러니까 작가이겠지요.
전 남상순 작가의 ˝사투리귀신˝이라는 책을, 독서 모임에서 읽기로 해서 읽었는데 남상순이라는 이름에서 기대하던 것에 비해 많이 실망스러웠어요. 그러고 보니 정작 ˝흰뱀을 찾아서˝는 읽지 않았네요. 하도 많이 들어서 읽은 줄 착각하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