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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의 즐거움
도미니크 로로 지음, 임영신 옮김 / 바다출판사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소식이 쉬운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원래 먹는 것에 별로 흥미가 없어서 저절로 소식이 되는 사람이 있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요즘 흔히 말하는 소식은 음식의 양을 의식적으로 조절하여 조금 먹는다는 의미이니 보통의 사람으로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면 왜 굳이 소식을 권하는걸까? 어쩌면 먹는 것 자체보다 더 큰 차원에 의미를 두고 행하는 일환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전작 <심플하게 한다>가 프랑스에서 2005년에 나왔고 이 책은 4년후인 2009년에 나왔다. 누가 봐도 한사람이 썼다싶게 두권이 비슷한 목소리,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는데 전작 <심플하게 산다>에서 보다 이 책에는 방법, 요령 등이 많아 실용서의 느낌도 준다.
눈 앞에 좋아하는 음식이 있어 그것이 몸에 좋은지 안좋은지 판단에 앞서 일단 먹고 싶고 배불러도 계속 더 먹고 싶은 마음이 들때, "다 먹고 나면 더는 행복하지 않다." 라는 말을 늘 마음에 새겨두라고 한다. 단식의 효과는 체중 조절, 체질 개선 이런 것보다 저자는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는데 있다고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려면 이것 저것 더 먹어보는 것이 아니라 먹던 것을 중단해봐야 그 본심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공감하는 말이다.
몸을 조절하면 마음 조절도 함께 된다는 말은 나 자신도 느끼고 있고 입증된 사실이기도 하다.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내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어떤 상황에 직면하든 자신감을 잃지 않게 된다고.
'자유에 이르는 길은 바로 훈련이다'
인도 이나얏 칸이 했다는 이 말. 훈련에서 벗어나는 것이 자유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의 느낌이 아닌 또 다른 의미에서의 자유는 역시 훈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말인데, 사사롭고 산만한 잡념들에 나를 휘둘리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나를 진정한 나의 삶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자유를 준다면 그런 의미에서 자유는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말이겠지. 이런 훈련은 외부로부터 명령되는 훈련이 아니라 스스로 택하고 스스로 행하는 훈련이라는 점이 다를 것이다.
어릴 땐 나와 상관없던 공간인 부엌이, 결혼하고부터 매일 상당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일터로 생각되던 어느 날 부엌은 일터가 아니라 나의 제2의 실험실이라고 위안을 삼았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 비슷한 구절이 나오네, 부엌은 인생을 예찬하고 온갖 즐거운 실험을 하게 만드는 장소라고. 훨씬 멋진 문장으로 태어났지만 얼른 공감이 되는 구절이었다. 그러려면 매일 하던 음식 매일 하던 방식으로 하기 보다 때로는 안해보던 재료의 조합, 조리법 등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책 제목이 소식의 즐거움이라지만 이 책에는 소식에 대한 것만 나오진 않는다. 언젠가 따로 페이퍼에 쓰기도 했던 '평정심'에 관한 글에는 행복에 대한 집착이 문제라면서 그것에 집착할때 이미 우리 마음은 평정심에서 벗어나게 되고 행복은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지나치게 추구하도록 하는 미끼가 될 뿐이라고 한다.
이제 음식은 배를 채우기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니라, 먹는 동안의 단 몇분 입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먹는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활력을 최상으로 되찾아 주고 인생을 더 여유롭고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이용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엇을 얼마나 풍족하게 먹느냐가 삶의 질을 나타내는 시대는 지났다. 어떤 마음 가짐으로 음식을 대하고 먹느냐 하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살기에는 이제 음식이 음식 자체의 소중한 의미를 넘어서 하나의 상품으로, 쾌락과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으로 마구잡이로 전락되고 있다.
가끔 걷기 운동할때 시간을 보고 29분이면 조금만 더 해서 30분을 채우고 그만하자고 이를 악물 때가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30분이 아니라 29분에서 그만 두는 연습을 한다. 아홉만큼 가지면 하나를 더 채워 열을 만들려고 했던 때가 있는데 그것보다 더 어려운게 아홉에서 이제 되었다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먹는 일에서는 이게 잘 안된다. 뭐 당연하다. 그게 잘 되면 뭐가 문제이겠는가. 계속 노력할 뿐이지.
간단한 식단의 예도 책에 많이 나와있는데 일단 재료와 조리법이 우리와 좀 안 맞는 부분도 있고 해서, 이건 내 나름대로 우리 식재료를 가지고 개발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이 왜 벌써 절판일까?)